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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도 깨끗하게 버려야 재활용할 수 있다 [2014년 3월 11일 화요일]

떡잎 두 장이 마치 여린 숨을 불어내듯 연녹색 잎 두 장을 새로 내놓고 있다. 제 몸 사이에서 바늘 끝같이 희미한 것을 아끼듯 내어 놓는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하루 이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눈에 확 띄게 자라 있다. 조금 크니까 떡잎과 마찬가지로 마주보기로 나고, 줄기 두께는 1mm가 살짝 넘는다. 자료에 의하면 4, 5잎이 났을 때 옮겨 심으라고 했으니 좀 더 기다렸다가 모든 모종들이 네 잎이 나왔을 때 옮겨심기로 했다.

새잎은 떡잎 속에서 자라 나온다. 
바늘끝처럼 밀고 나와서 잎으로 커 나간다.
▲ 떡잎 두 장과 새잎 두장 새잎은 떡잎 속에서 자라 나온다. 바늘끝처럼 밀고 나와서 잎으로 커 나간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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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을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단골 미장원에서 쓰고 모아 둔 종이컵을 얻어왔다. 컵을 씻다 보니 커피를 마시고 냉수로 헹궈 마신 컵이 제일 깨끗하고, 녹차나 커피를 마셨던 컵이 깨끗해서 씻기가 좋았다. 컵라면을 먹었던 컵, 녹차 티백이 담겨 있거나 커피를 다 마시지 않고 버려서 썩고 있는 컵 등은 더러워서 재활용할 수가 없다. 종이컵도 재활용을 하려면 깨끗하게 버려야 한다. 쓸 수 있는 컵만 깨끗이 씻어서 말려 두었다.

고추씨를 많이 뿌렸더니 싹이 너무 많이 올라왔다. 무일농원에 정식할 것 100주와 베란다에서 키울 열 주를 제외하더라도 200개 이상은 남을 것 같다. 모종의 길이는 7cm가 넘고 있다. 씨앗을 파종한 지 24일이 되었다.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깨끗하게 보관해야 한다. 더러운 컵을 씻느라 수돗물을 많이 썼다. 물을 오염시켰으니 재활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것일까?
▲ 씻어 놓은 재활용 종이컵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깨끗하게 보관해야 한다. 더러운 컵을 씻느라 수돗물을 많이 썼다. 물을 오염시켰으니 재활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 것일까?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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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자식인가 어미인가 [2014년 3월 13일 금요일]

모판에서 열심히 잘 자라 준 어린 고추들을 포트에 옮겨 심어야 한다. 포트(작은 항아리가 연결된 플라스틱 판)는 새들에게 씨앗이 먹히거나 잡초에 밀리지 않고 싹을 틔우는 데 유용하다. 포트에 흙을 가득 채우고 그 위에 어린 싹들을 하나하나 옮겨 심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어린 뿌리가 상할까 봐 조심조심 하다 보니 하나 옮겨 심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뿌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한밤중에 형광등을 켜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잠잘 시간이 되도록 20개 정도 밖에는 옮겨 심지 못했고 어깨와 등짝이 뻐근하다. 안 되겠다. 한잠 자고 일어나서 다시 해야겠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숙달되지 않은 작은 포트는 제쳐두고 먼저 종이컵에 옮겨 심기로 했다. 못으로 물이 빠지는 배수 구멍을 뚫다 보니 하나 보다는 여러 개가 나을 듯해서 3개의 구멍을 뚫었다. 생각없이 뚫다보니 울상을 짓는 듯한 모양이었다. 기왕이면 웃는 모습이 좋을 것 같아서 시간을 더 들여 웃는 모양의 물구멍을 내었더니 보기에 좋았다.

웃어주고 사랑해 주면 식물도 잘 자란다
▲ 물 빠짐을 위해 구멍을 뚫은 종이컵 웃어주고 사랑해 주면 식물도 잘 자란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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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줄기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의 효율도 중요했다. 손놀림을 빠르게 하고 과감하게 컵과 포트의 흙 속에 새싹들을 심어갔다. 어제 저녁보다 3배는 빠른 속도로 일이 진척된다. 전부 100여개의 묘를 옮겨 심는 데 성공했다. 물을 듬뿍 주었지만 힘들이 없어서 그런지 축축 늘어져 흙 위에 엎드려 있다. 지금은 몸살을 하는 것이니 뿌리가 새로운 흙에 적응하게 되면 몸을 똑바로 세우고 벌떡 일어날 것이다.

일을 마치고 나서도 모판에는 아직도 많은 양의 새싹들이 남았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비빔밥을 해 먹기로 했다. 흙을 털어가면서 가위로 잘라낸 어린 잎들을 물로 깨끗이 씻어서 잠시 물기를 뺐다. 밥 위에 물기 빠진 새싹들을 듬뿍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 들기름을 부어서 싹싹 비벼 놓았더니 제법 그럴듯한 새싹 비빔밥이 된다. 아직도 어린 새싹들이 많이 남았으니 잘 키우면 우리 식구 한 끼 식사로 충분히 쓸 수 있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키운 새싹으로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참기름과 들기름, 고추장도 모두 무일농원에서 만든 것들이다.
▲ 고추 새싹 비빔밥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키운 새싹으로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참기름과 들기름, 고추장도 모두 무일농원에서 만든 것들이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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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cm까지 제법 크게 자란 녀석들도 씨앗을 그대로 잎끝에 달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씨앗이 어미가 되어 어린 고추들을 몸 안에서 키워내고 있는 모습이다. 씨앗은 다 자란 식물들의 자식인데, 새로운 생명으로 자라면서 마치 어미가 된 모습이다. 씨앗은 자식인가 어미인가.

한결 같이 씨앗이 잎을 물고 있다. 제 몸의 양분을 모두 새싹들에게 전달할 때까지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일까?
▲ 여러 크기의 고추 모종 한결 같이 씨앗이 잎을 물고 있다. 제 몸의 양분을 모두 새싹들에게 전달할 때까지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일까?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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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의 다음 블로그 무일농원에 이 기사의 초고가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무일, #무일농원, #고추모종키우기, #새싹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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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살아도 나태하지 않는다. 무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시도 쓰며, 몸을 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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