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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이 깔려있고 기름칠이 되어 있습니다. 저기 모인 사람들은 상판 철근작업을 하는 베트남 젊은 노동자들. 오후 3시경 간식시간. 빵과 음료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 아파트 공사현장 상판작업 철근이 깔려있고 기름칠이 되어 있습니다. 저기 모인 사람들은 상판 철근작업을 하는 베트남 젊은 노동자들. 오후 3시경 간식시간. 빵과 음료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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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젊은 시절 보던 주택 건설 현장과 요즘 건설 현장은 너무도 딴판이었습니다. 오래 전 건설 현장엔 목수쟁이와 미장쟁이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모두 각기목과 합판으로 상판을 하고 2층 또는 3층, 5층 높이의 건물을 지어 올렸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달랐습니다. 나무는 없고 모두 알루미늄으로 된 잘 짜여진 건물 상판 모양을 내고 뚝딱거려 조립을 했습니다. 그 위에다 콘트리트를 부어 윗층을 올렸습니다.

요즘 저는 그런 건설 현장에 일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갑자기 학교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가족 생계가 막막했던 저는 무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었고,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밑빠진 독에 물 부어 넣는것처럼 돈이 들어갔습니다. 자식 키우기 어려우니 되도록 자식을 낳지 않으려 하나 봅니다. 그렇게 출산 문제가 된다고 언론에서 무수히 보아 왔으나 그게 뭐그리 심각한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이번에 건설 현장에 들어가 일해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 초. 다른 직장을 찾던중 나이 오십 초반에 저를 써주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던차에 건설현장 일할사람 찾는다는 광고를 우연히 보고 찾아갔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이었고 대기업 건설업체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공사현장이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아파트 올라가는 맨 꼭대기층에 올라가 작은 플라스틱 통을 설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20여층까지 올라간 곳인지라 아래가 다 보이는 승강기를 타고 오르니 겁도 났지만 눈딱감고 버티기로 했습니다.

맨 위층에서 하는 작업을 상판작업이라 했습니다. 저는 저의 작업을 다른 분과 하려고 올라가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상판작업과 철근작업 하는 곳에 한국사람이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 베트남에서 온 20대 후반 젊은 남자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들은 건설 직업학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배우고 한국으로 집단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모두 한국말을 잘했습니다. 그들은 무거운 알루미늄판으로 철근 사이로 집 틀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기둥을 세우고 콘크리트 채울 상판을 만들었습니다. 상판위에서 다시 무거운 철근으로 콘크리트 부을 준비를 했습니다.

상판 만드는 곳은 완전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그곳엔 균형 맞추는 사람들, 전기시설,철근 형틀, 하수도관, 방화수 시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일을 처리하려고 북적거렸습니다. 상판이 알루미늄이다 보니 콘크리트를 부어 말리면 들러붙지 말라고 기름칠도 했습니다.

우리도 공기 정화장치를 연결할 작은 원통이나 사각 플라스틱을 철근 사이에 넣고 가느다란 철사로 묶는 작업을 했습니다. 서로 먼저 하려고 아우성치는듯 보였습니다. 우리도 바쁘게 서둘렀습니다. 기름칠 하기 전에, 철근작업을 하기 전에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지 안그러면 미끄럽고, 철근도 치워야 하므로 번거롭고 더 힘들게 작업해야 합니다.

오전 한 동, 오후 한 동 그렇게 두동 상판위에 올라가 작업을 진행 했습니다. 작은 장치 하나 다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습니다. 일하다 보면 새벽밥 먹고 난 후라 10시정도 되면 배가 고팠습니다. 점심 때가 기다려지고 배가 고프니 밥을 많이 먹습니다. 밥 먹을 땐 같은 사업체 사람들이 모두 모입니다. 어느 식당 하나를 빌려 밥을 먹는데 그곳엔 건설현장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제가 다니는 업체도 절반은 중국 교포들입니다. 한 달 넘게 일했는데 사고방식이 달라 그런지 한국 일꾼과 자주 다툼이 일어납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맡은 바 할 일이 있는데 비해 저는 마땅하게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보조 작업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어느날은 업체 사장에게 들었다며 일꾼 한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장이 변씨에겐 여자 일당 쳐주는 것도 아깝다던데."

저는 한달을 버티면서 제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일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사장 마음엔 안 드나 봅니다. 공기압으로 시멘트에 양철 클립으로 호스를 고정 시키는 작업이 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사장은 그 작업을 시켰습니다. 저는 왼손잡이라 어설펐습니다. 중국 교포들은 그 일을 잘 처리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상판에 올라가 일을 배우라 했습니다. 사각과 원형 슬러브라는 것을 철근 작업한 사이에 끼우고 고정시키는 일인데 위치 찾기도 어렵고 제 힘으론 힘들었습니다.

"일머리도 없고 더디고. 자네가 할 수 있는게 도대체 뭐야?"

사장은 화를 냈습니다. 조만간 쫒겨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다른 직원들 있는데서 저를 내보낼까 하고 물어도 보았다고 합니다. 나이 드신 중국 교포가 말렸다고 합니다.

"변씨는 일머리도 없고 더디긴 해도 성실하니까 잘 가르쳐 쓰면 좋은 일꾼이 될거에요."

다른 분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저에게도 자존심이란 게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근하고 있는 것은 가족의 생계 때문입니다. 제가 당장 뭐라도 해서 벌지 않으면 안 될 상황입니다. 다행히도 중국 교포들은 아무도 트럭 운전 할 수 있는 분이 없었습니다. 건설 현장이라 자재 운반이 많고 점심 먹으려면 식당까지 트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사장은 저에게 운전을 맡깁니다. 물론 운전도 오랫동안 안 해보아서 어설프지만 그래도 기본은  있기에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하고 있습니다.

트럭 운전 덕분에 아직 쫓겨나진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이 드신 중국 분이 저게게 좋게 대해 주십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누가 있소, 하다보면 느는 게지"라고 이해하며 왼손으로도 잘할 수 있도록 알려주십니다. 사장은 말합니다. "한 달 넘었는데도 아직 그것도 모르냐?"고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온통 회색 시멘트 벽으로 된 공사현장에서 우리 업체가 하는 설치 작업이 저에겐 너무 어렵게 다가옵니다. 여기가 거기같고 거기가 여기 같습니다.

상판작업 하는 것도 못총 작업 하는것도 호스설치 작업 하는 것도 마감캡 다는 것도 저에겐 생소하고 어렵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저는 나가야 합니다. 지금, 유일하게 저의 직장이니까요.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하는 아파트 건설 현장이지만 저로선 유일한 생계수단 이니까요. 내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밥 먹고 일터로 가야 합니다.


태그:#건설현장,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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