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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증권 관계 당국은 회사 내부정보를 특정 애널리스트에 불법으로 알려준 CJ E&M과 이 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전해준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증권 소속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그동안 공공연히 의구심의 대상이 되어왔던, 기업→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의 먹이사슬적 연결고리가 공식적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런 방법으로 증권시장의 강자로서 '갑'의 역할을 하는 이들은 추악하고도 비열한 커넥션을 통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독점하면서 약자로서'을'인 개인투자가들에게 피해를 줬다.

2013년 어느 가을(10월 16일) 조용하던 CJ E&M 주식은 갑자기 대량 거래를 수반하면서 장중에 10.4%폭락했고 종가 기준 9.5%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일부 증권방송에서 전문가들이 당 종목에 대해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연일 추천 일색이었던 터라 이를 믿고 매수한 개인투자가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고 실적이 부진하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매도한 펀드매니저들은 손실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에 문제를 드러냈다. 즉 정보를 제공한 회사나 브로커 역할을 한 애널리스트에는 고발조치를 취했지만, 실질적 이득을 취한 펀드매니저들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상 최초로 정보를 유출하거나 1차로 정보를 얻은 사람만 처벌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 가담한 운용사의 명칭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시장의 속성상 이런 부정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 투자집단이 존재하는 한 유사 사건의 근절이 쉽지 않다. 특히, 그 대상이 증권회사의 수수료 수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운용사들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과거 불법타락선거가 만연하던 시절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게 돈 봉투나 생활 필수품 등을 받은 경험이 더러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선관위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권자들은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선거 물품 공세를 쉽게 거절하지 못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선거에서 보듯이 선거법의 개정으로 공여자와 수뢰자의 상·벌제를 적용하여 유권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선거뇌물의 수요를 억제하므로 선거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험이 있다.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가들은 절대 불리한 위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투자의 실패로 많은 피해를 입어왔고, 미래도 마찬가지 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는 많은 이유가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일명 '정보 비대칭'이라고 하는 강자와 약자 간 정보의 편차이다. 그러나 정당한 능력 차이에서 오는 성과 여부는 경쟁 논리상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런 불법적 행위에 의한 피해까지 약자들이 짊어질 수는 없다.

최근 미국에서 회사의 내부 정보를 불법으로 빼내 6000만 달러의 이익을 챙긴 자에게 실형 11년에 부당이득 전액 몰수, 1억 5천만 달러의 벌금까지 매긴 일이 있다. 우리 정부도 주가조작에 대해 몰수, 추징을 가하고 부당이득에 대해 2배 이상을 벌금으로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런 일이 상기 언급한 C회사 뿐이겠는가? 어제도 오늘도 증권시장에서는 회사의 공식적인 언급이나 공시가 없는 상태에서 주식이 갑자기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기업에 중대한 사건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이런 호재나 악재의 전부가 불법유출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 이를 의심케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경제사범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여 증권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증권시장은 거대한 자본주의의 농장을 가꾸기 위한 저수지 역할을 하고 이 저수지의 신선한 물을 공급하는 근원은 개인투자가들이다. 그러므로 관계 당국은 이런 불법적인 행위들에 대해 엄격하고도 무거운 철퇴를 가하여 증권시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할 때 그나마도 개인투자가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태그:#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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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소시민입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경실련 창립회원으로 활동한바 있고,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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