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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 첫 변론기일인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측 대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통합진보당측 대표 이정희 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첫 공개변론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 첫 변론기일인 지난 1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측 대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통합진보당측 대표 이정희 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변론이 진행되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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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합진보당 위헌성의 핵심사유로 들었던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 = 김일성의 1945년 연설'이란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전문가인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는 11일 정당해산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정부가 확실한 근거 없이 김일성의 연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당 쪽 참고인으로 나온 정 교수는 "(정부가 진보적 민주주의 출처라며) 김일성의 1945년 노동학교 연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김일성이 연설을 했다는 문헌, 신문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 전문기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남북문제를 연구해왔다. 또 남북관계 전문 월간지 <민족21> 대표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진보당이 위헌정당인 이유로 당 강령의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 북한 주석의 연설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날에도, 수차례 열린 변론준비기일과 변론기일에도 '진보적 민주주의'는 정부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따라서 이 대목이 흔들리면 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는 정당해산심판의 전제가 힘을 잃게 된다. (관련 기사 : 정당해산심판청구서만 415쪽... 충분히 입증")

"김일성 연설했다는 문헌·보도 없다"... 법무부, 이 부분에 반대 신문 안해

정 교수는 헌재 법정에서 법무부 주장이 1970~80년대 남북관계 인식에 갇혀있다고 지적하며 "청구인(법무부)은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말로 입을 뗐다.

"청구인은 1945년 김일성이 연설했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 (근거인 역사적) 문헌이 무엇이냐면, 없다. 그날 그 자리에서 김일성이 연설을 했다는 문헌이 아무데도 없다. 그런 보도가 나온 신문도 없다. 그날 진보적 민주주의 관련 연설을 했다고 하는, 1980년에 나온 북 백과사전에 갑자기 실렸다. (법무부가) 이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규정해서 말하는 것은, 앞으로 북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걸 다 역사적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인가? 이 부분을 단정적으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

약 15분짜리 그의 진술이 끝난 뒤 재판부와 법무부 법률대리인들은 정 교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김일성의 1945년 연설'을 놓고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이날 먼저 진술한 법무부 참고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전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며 그 첫 번째 이유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꼽았다. 25년 동안 북한을 연구한 유 원장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의 1945년 연설과 1990년 김정일의 논문에 나온다"며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내란음모사건' 1심 판결문도 인용했다. 피고인 가운데 홍순석 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한동근 새날의료협동조합 이사에게 '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수령님이 연설한 진보적 민주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고, 재판부가 이석기 진보당 의원이 압수당한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하여>란 문건을 북 대남혁명론에 기초했다고 판단했다는 것. 유 원장은 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에 기초해 추구하는 목표 등도 북쪽 주장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양쪽 제출한 증거만 약 2000개... 증거조사는 6월 초쯤 끝날 듯

한편 11일로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참고인 진술절차는 모두 끝났다. 법무부와 진보당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절차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양쪽에 3월 21일까지 각자 낸 증거들의 설명서와 상대방 증거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중요한 서증은 보다 상세한 설명을, 증거로 채택되어선 안 되는 상대방 자료의 경우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의견서에 기재해달라"고 주문했다. 진보당 쪽은 "2월 27일 '형사소송절차대로 증거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진보당 쪽 헌법 소원을 기각하긴 했지만, 엄밀하게 증거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증거조사에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까지 법무부는 증거 1800여 호를, 진보당은 100여 호를 제출했다. 한 기일에 500개씩 다룬다고 해도 최소 4번은 지나야 조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3주 간격으로 변론기일이 잡힌다면 증거조사는 6월 초쯤에야 끝날 전망이다. 4차 변론기일은 4월 1일 오후 2시다.


태그:#통합진보당,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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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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