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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에서 지원해 주던 먹는 물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끊겨버렸다. 심지어 올 겨울 김장도 다른 마을에서 담갔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 59가구 중 31가구, 마을주민 3분의 1이 암에 걸렸다며 역학조사를 해 주길 바랐지만 이 조차도 요원해 보인다. 그나마 주민들은 올해 상수도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위안을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축사로 진입하는 마을 입구에 콘테이너 박스를 설치하고 반투위 사무실도 마련했다. '소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30년간 피해봤다 목장은 이제 그만', '목장 OUT! 소 OUT!' 등 인평리 주민들의 바람이 함축적으로 담긴 현수막도 내걸고 매일같이 사무실로 출근해 불법축사 이전을 위한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충남 태안의 인평리 주민들이 수사기관의 봐주기식 수사에 반발하며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시위에 나선 가운데 반투위 주민들이 직접 중장비를 동원해 목장주가 불법매립한 소의 사체 발굴에 나섰다. 최근 태안군청은 불법매립한 소의 사체가 28두라고 밝혔다.
▲ 태안읍 인평리의 불법매립한 소 사체 발굴현장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충남 태안의 인평리 주민들이 수사기관의 봐주기식 수사에 반발하며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시위에 나선 가운데 반투위 주민들이 직접 중장비를 동원해 목장주가 불법매립한 소의 사체 발굴에 나섰다. 최근 태안군청은 불법매립한 소의 사체가 28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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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최근 인평리축사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가 태안군과 서산경찰서, 목장주 등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진행된 발굴조사에서 불법폐기물 30톤을 비롯해 죽은 소의 사체 28두와 이로 인해 오염된 흙 82톤이 불법매립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고, 서산경찰서 수사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에 인평리 주민들은 그동안 주장해왔던 목장주의 불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태안군에 축사허가취소 및 폐기물과 죽은 소 불법 매립과 관련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태안군은 폐기물과 죽은 소 사체 발굴과 관련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했지만, 축사허가 취소와 관련해서는 축산법상 소에 대해서는 취소사유를 법령에서 정하지 않고 있어 시정명령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반투위의 요구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군 농정과 "시정명령밖에 할 수 없다"

2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28일 태안군청 농정과에서는 법조항 유권해석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난상토론자는 농정과 축산계 담당자와 해를 넘겨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태안읍 인평리 불법축사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였다.

이날 이들은 축산법상 소 축사에 대한 허가취소가 가능한 지에 대해 법조항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현 인평리 축사는 2013년 3월 23일자로 군에서 축산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투위측 관계자는 "(축산법상) 허가 당시 허가받은 면적이 있고,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1년 내에 허가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며 "허가 당시의 허가요건이 있었을 텐데 면적이 줄어들어 허가요건에 맞지 않는다면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군 축산계 담당자는 "허가 명령이 난 상황에서 1년 이내에 기준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만약 시설을 갖추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하도록 되어 있고 시정명령 이후 3개월 이내에 다시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며 "그러나, 3개월 이후에도 시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축산)법에 명시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곧 허가를 받은 축사가 1년 이내 기준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시정명령만 받으면 되고 3개월 이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에서 정한 바가 없어 문제가 될게 없다는 의미로 향후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교묵 농정과장은 "축산법을 너무 하위법까지 규정해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게 되면 축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위법까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병명 불분명 질병 폐사한 소 사체 28마리 등 불법폐기물 매립 '충격'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태안읍 인평리 주민들이 중장비를 통해 죽은 소를 암매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아직 탈골되지 않은 소 사체(왼쪽)와 뼈만 남은 소 사체.
▲ 불법매립한 소의 사체 불법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태안읍 인평리 주민들이 중장비를 통해 죽은 소를 암매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진은 아직 탈골되지 않은 소 사체(왼쪽)와 뼈만 남은 소 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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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안군은 최근 인평리 축사 인근에서 목장주의 불법 매립을 확인해 서산경찰서에 고발 조치했다.

특히, 군 농정과 축산계에서는 목장주가 병명이 분명하지 않은 질병으로 폐사한 소 28두를 수의사 검진없이 매몰 처리해 가축전염예방법(제11조)을 위반한 혐의로 서산경찰서에 고발했지만, 목장주는 병명을 알고 매몰 처리했다고 서산경찰서 조사에서 밝힌 것으로 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반투위측 관계자는 "본인이 수의사도 아니고 죽은 소에 병이 있는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군 축산계 관계자는 "2월 28일부로 가축위생연구소 태안지소에 병성 감정을 의뢰했다"며 "병성 감정은 소 사체에 병원균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지만 시일이 오래 지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폐사한 소에 대해서는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환경산림과 환경지도계 또한 건축폐기물 30톤과 이로 인해 오염된 흙 82톤을 확인하고 폐기물관리법에 의거해 불법폐기물 투기 혐의로 사건을 서산경찰서로 넘겼다.

군 환경지도계 관계자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목장주가 위탁처리업체에 의뢰해 위탁 처리하도록 조치했다"며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별도로 고발할 예정이었지만 서산경찰서에서 다른 사안과 함께 묶어서 수사하겠다고 해서 사건을 경찰로 넘겼다"고 밝혔다.

인평리 불법축사반투위 주민들이 지난 3일 서산경찰서를 찾아 경찰서 정문 앞에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인평리 불법축사반투위 주민들이 지난 3일 서산경찰서를 찾아 경찰서 정문 앞에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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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평리 불법축사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3일 이른 아침부터 인평리 축사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서산경찰서를 찾아 경찰서 정문 앞에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국고보조금 부당수령 ▲죽은소 수십마리 불법 암매장 ▲폐기물 수십톤 불법매립 ▲가축분뇨 수만톤 불법방류 ▲건축법 위반 등 그동안 축사가 저지른 불법행위와 관련해 축산업자를 구속수사하고, 이를 비호한 태안군청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인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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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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