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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1일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나미가 발생, 인근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난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 지역 주민들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고,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바다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서도 최근 바다로 방출되는 핵종의 총량 관리에 대해 '통제할 수 없으니 관리는 무리'라고 밝혔는데요. '후쿠시마 그 후 3년' 기획을 통해 후쿠시마 사고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 잊고 있었던 것,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해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손님이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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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 한 분이 방사능 측정기 한 대를 구입하셨다. 상당한 성능을 가진 미국산 제품이었다. 차량 이동 중에도 방사능 수치를 보여주는 측정기로, 가격이 정가 기준으로 200만 원대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측정기의 성능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제법 큰 돈을 들여 산 측정기가 음식물의 방사능은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에 든 방사능을 확인하려면 돈을 좀 더 들여 고성능 측정기를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나름의 사명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방사능의 위험성을 꾸준히 알리고 다닌다. 음식물을 통한 방사능 피폭이 우리 몸에 치명적이라며 방사능에 취약한 음식을 수시로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가려서야 무얼 먹고 사느냐며 냉소하던 이들도 그의 말을 몇 번 들으면 제법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다.

동료들과 가볍게 맥주 한 잔 걸치러 술집에 가면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북어나 오징어 등 건어물류를 놓고 벌이는 방사능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맥주 안주의 전통적인 강자인 북어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원재료인 명태가 주로 일본이나 러시아 등 북태평양 수입산으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높아서다.

논쟁은 뜨겁지만 결론은 비교적 쉽게 나온다.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북어나 노가리를 마음 놓고 먹겠다는 용기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 인기를 끌던 명태찜 집이 파리를 날리는 상황도 이와 관련된다. 나만 하더라도 단골집처럼 자주 찾아가던 명태찜 집이 있었으나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일본산 수산물을 향한 의혹과 불안의 시선은 여전하다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일본산 수입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극도로 증폭되었다. 이후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일본산 수입식품을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 200만 원대 방사능 측정기를 산 교사나 북어 안주가 위험하다며 침을 튀기는 나 같은 사람은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수입 수산물 중 일본산 수산물은 겨우 2.3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연간 수산물 총 소비량 중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5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 덕분에(?) 전체 수산물 소비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산 수산물을 향한 의혹과 불안의 시선이 여전한 것이다.

<노컷뉴스> 2013년 11월 7일 자 기사 '수산물 소비 불안… 육류 가격 큰 폭 상승'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소비자 661명을 대상으로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누출이 육류소비에 미친 영향을 조사 분석한 결과, 수산물 소비량을 줄였다는 응답자가 521명으로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수산물 소비 시장 전체가 일본발 방사능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부가 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현 주변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 외 일본 전역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축·수산물은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요오드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들은 킬로그램당 각각 100베크렐(Bq : 방사성 물질이 갖는 방사능의 양을 가리키는 단위)과 300베크렐을 넘으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 작년 9월부터는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될 경우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 등 기타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등 검사를 강화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AC)의 코덱스(codex)에 따르면 음식물의 세슘 기준치는 1000베크렐로 우리보다 열 배나 높다. 미국의 음식물 세슘 기준치는 우리보다 무려 12배가 높은 1200베크렐이다. 이들 기준치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세슘 기준치는 상당히 엄격해 보인다. 이만하면 일본산 수입식품을 마음놓고 사 먹어도 되지 않을까.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수산물 수입금지조치 관련해 WTO제소를 검토하는 일본정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9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수산물 수입금지조치 관련해 WTO제소를 검토하는 일본정부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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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검사 대상 방사능이 세슘과 요오드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기준치가 우리 안전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방사능 피폭 중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이 가장 큰 악영향을 준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들 문제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200여가지의 인공 방사능 물질이 발생한다. 하지만 측정 기술과 시간 등의 문제로 이들을 모두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측정하기 쉽고 양도 비교적 많은 세슘과 요오드를 측정한다. 일본산 수입식품에서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지 않았으니 '적합'하다며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의 2006년 보고서(BEIR Ⅶ)는 피폭량과 암 발생이 비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방사능에 의한 암 발생에는 역치(문턱값)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치는, 어떤 그래프가 원점을 지나지 않고 엑스(X)축에서 출발하는 경우, 그래프가 출발하는 엑스축 위의 점이다. 역치가 없다는 것은, 방사능이 아무리 미량이라도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능에는 안전 기준치라는 게 없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탈핵 전도사인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방사능 '기준치'를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 '관리 기준치'로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방사능에는 안전 기준치란 게 없다. 의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두고 확실한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현실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진 기준치일 뿐이라는 말이다. 암 발생 위험과 피폭량은 비례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하자.

방사능 기준치가 '관리 기준치'이니 국가나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도 세슘 기준치가 370베크렐이었다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100베크렐로 강화되었다. 연간 피폭량 기준치는 1밀리시버트(mSv : 방사능 물질에 의한 신체의 충격량, 곧 피폭량을 세는 단위. 연간 단위를 기준으로 하며 'mSv/y'로 표시함)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사고 이전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슘 기준치가 370베크렐이었다. 이후 500베크렐로 조정되었다가 지금은 100베크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연간 피폭량 기준치는 후쿠시마 핵사고 후 20밀리시버트로 상향 조정되었다. 과거와 똑같이 1밀리시버트를 기준치로 적용할 경우 일본 국민 전체를 피신시켜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처하게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피폭량 기준치를 '정부의 책임 한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규정한다.

방사능 기준치가 의학적인 측면을 고려한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 관리 기준치일 뿐이라는 점은 일본 원전노동자들의 피폭 기준 현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원전노동자들의 피폭 기준은 후쿠시마 핵사고 시점을 전후로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2.5배 이상 올랐다. 원전노동자들이 특별히 피폭에 강한 체질을 갖고 있어서였겠는가. 연간 1밀리시버트 기준치를 가지고서는 핵사고 현장에서 사고 처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조정되었을 뿐이다.

기준치 문제는 음식물의 경우에 더욱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다. 2006년, 우크라이나 정부는 20년 전인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옛 소련 시절) 때 발생한 방사성 물질에 의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피폭 경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는 지역, 즉 토양오염이 적은 지역에서의 피폭 경로는 외부피폭이 5~20퍼센트, 호흡을 통한 내부피폭이 0.1퍼센트, 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2퍼센트 정도였다. 그런데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은 80~95퍼센트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물 피폭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고 위험하다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음식물의 세슘 기준치로 정해 놓은 100베크렐은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질까. 작년(2013년) 8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 현장의 오염수 문제가 논란이 되자 후쿠시마 원전 앞 항구 안의 바닷물 오염도를 측정한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앞에 있는 바닷물의 세슘 수치는 최저 3베크렐에서 최대 62베크렐로 측정되었다. 우리나라의 기준치 100베크렐은, 후쿠시마 앞바다의 물보다 더 많은 세슘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말과 같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현재의 세슘 기준치 100베크렐을 순순히 인정해 주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3년간 일본산 수산물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총 201건

지난해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알림판에 '현재 판매중인 수산물은 국내산입니다. 당사 수산물은 매일 방사능 검사 후 입고됩니다. 해류 흐름의 서식지의 차이로 국내산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쓰여있다.
 지난해 찾은 서울의 한 백화점 수산물 추석선물세트 코너. 알림판에 '현재 판매중인 수산물은 국내산입니다. 당사 수산물은 매일 방사능 검사 후 입고됩니다. 해류 흐름의 서식지의 차이로 국내산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쓰여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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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가 있다. 방사능에 취약한 아이들이 학교 급식을 통해 오염된 일본산 수입식품을 섭취할 우려가 그것이다. 방사능 피폭에 의한 암 발생은 남성보다 여성이, 어른보다 어린이가 훨씬 더 민감하다. 1세 미만의 유아는 30세의 성인보다 20배 정도 더 방사능에 민감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 Q&A>를 쓴 일본의 반핵운동가 고이데 히로아키씨는 "노인들이 후쿠시마 농산물을 사 먹어주자"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작년(2013년) 9월 29일 교육부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급식으로 사용된 일본산 수산물이 4,327㎏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탈핵신문> 2013년 10월 15일 자 기사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산 수산물 4327㎏ 학교 급식 사용') 원산지 허위표시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일본산 수산물이 학교급식 재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산 식품류는 지금도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 1일부터 2월 20일까지 일본산 가공식품은 2548건에 5347톤이 수입되었다. 방사능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수산물은 총 553건에 1759톤이 수입되었다. 농산물(8건, 40톤)과 축산물(34건, 20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이다.

정부는 이들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둔갑을 막기 위해 원산지 특별단속이나 유통이력제 대상 확대 등의 조치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는 않은 것 같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민주당)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9월까지 최근 3년간 일본산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총 201건에 달했다. 허위표시가 83건, 미표시는 118건이었다. 위반 건수는 횟집과 시장, 마트의 순서로 많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나 교육청이 주도하여 학교급식에 일본산 수입식품 사용을 원천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작년 9월 13일 서울시의회가 본회의에서 가결한 '서울특별시교육청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식재료 공급에 관한 조례안'이 대표적이다. 조례 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자회견이나 특별선언 등을 통해 학교급식의 안전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곳도 많다.

방사능 검사 기준치를 대폭 낮추는 게 실현 가능한 해법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조례 제정이나 일회성 기자회견·특별선언만으로는 일본산 수입식품의 방사능 안전성을 완전히 담보해 낼 수 없다. 급식 재료의 방사능 검사시 지나치게 높은 국가 기준치를 활용하거나, 예산·인력·장비 확보 등에서 아직 미비한 면이 많다. 방사능 검사가 정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간이 측정기를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외부 기관에 의뢰한 검사 결과의 통보 시점이 급식 재료가 이미 소비된 후여서 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현재로서 실현 가능한 해법은 정부 차원에서 방사능 검사 기준치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독일방호방사선협회는 영유아는 킬로그램당 4베크렐, 청소년과 성인은 8베크렐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 민우회 등에서도 이 기준치를 적용해 식품들의 방사능 안전성을 관리해 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약간의 의지만 낸다면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준치인 것이다.

권위 있는 국제 보고서나 전세계의 예방의학 교과서는 암이나 유전병 등이 피폭량과 정비례한다고 기술한다. 암이나 유전병에 관한 한 방사능 피폭이 없어야 안전하다는 게 의학적인 진실이다. 일본산 수입식품류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국민의 안전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소리다.

얼마 후면 후쿠시마 사고 3주년이 된다.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사이에 핵 물질의 기세가 얼마간이라도 수그러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핵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물질과 그로 인해 오염되는 일본산 수입식품류들은 3년이 아니라 앞으로 30년이나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정부의 획기적인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태그:#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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