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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직접적인 십알단 활동 사실이 3일 오후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23차 공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직접적인 십알단 활동 사실이 3일 오후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23차 공판에서 처음 공개됐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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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심리전단 5팀 직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소위 '십알단'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3일 오후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23차 공판(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 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검찰은 "국정원 직원 이아무개가 본인의 계정으로 인정했던 계정들의 닉네임을 보면 누구누구 괄호하고 '십알단' 이렇게 표시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인정한 (다른) 계정도 본인들이 십알단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발언은 지난 공판에서 나온 변호인 측 질문에 대한 답변 성격이었다. 지난달 10일 열린 공판에서 원 전 원장 측 김승식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찰에게 "윤정훈 목사가 활동했다는 계정도 검토를 했는가"라며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압수한) 이메일을 보면 한글로 '십'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계정이 굉장히 많이 나와서, 그 부분도 검토를 해봤을 것 같아서 묻는 질문"이라고 물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한 내용이 있다"면서도 즉답은 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십알단-국정원 연계설 재점화... 압수 계정 앞에 '십' 표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 직접적 십알단 활동 사실 공개는 처음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십알단 활동을 한 사실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십알단과 국정원의 연계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관계자들이 모두 부인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십알단의 핵심으로 지목된 윤정훈 목사는 지난해 12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이는 국정원과는 별개로 공직선거법상 유사 선거사무소 설치에 관한 유죄 판결이었다.

검찰과 변호인의 발언을 종합하면, SNS를 담당한 국정원 심리전단 5팀과 십알단의 연결고리가 뚜렷하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통해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이메일에 첨부된 텍스트 파일(security.txt)에서 트위터 계정 수백 개를 발견했는데, 그 계정 중 상당수에 한글로 '십'이라고 따로 적혀 있었다. 또한 다른 직원인 이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들은 닉네임이 아예 '십알단'이었다. 검찰은 공개적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인정한 (다른) 계정도 본인들이 십알단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 마지막에 검찰은 십알단 부분에 대해 준비해온 것이 있다며 공개 법정에서 설명하려 했으나 변호인 측이 문서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해 자세한 설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검찰은 위에서 적은 두 문장으로 요지를 설명한 후 자세한 내용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호외를 통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새누리당 불법 선거운동 일명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2012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검찰에 고발당한 윤정훈 박근혜 캠프 SNS미디어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측이 적발한 SNS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은 당과 무관하고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댓글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해명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호외를 통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새누리당 불법 선거운동 일명 '십알단(십자군 알바단)'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2012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기자실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검찰에 고발당한 윤정훈 박근혜 캠프 SNS미디어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측이 적발한 SNS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은 당과 무관하고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댓글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해명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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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알단은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를 무조건 지지하고 반대로 문재인·안철수 등 야권 후보를 무차별 공격하며 SNS 여론을 조작한 집단이다. <나는 꼼수다>에 의해 '십자군알바단'으로 알려졌으나, 자신들은 '십만명의 박근혜 알리기 유세단' 또는 '십만 알티(RT) 군단'이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십알단은 존재가 알려진 초기부터 국정원과 연계설이 강하게 대두됐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목사가 "내가 돈이 어디 있어, 나를 지원하는 분이 국정원과 연결돼 있어", "근데 국정원이 안철수가 나오는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안철수 쪽으로 가라고 해서 준비하는데 막판에 국정원이 다시 뭐야 박근혜 쪽으로 가라(해서)"라고 한 발언이 육성으로 보도됐다.

파장이 커지자 당시 윤 목사는 "제 비즈니스 파트너가 국정일보, 국정방송을 운영하는데 초창기에 그걸 잘 몰라서 (국정원으로) 알아들어서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윤 목사의 불법선거운동 사무실에서는 박근혜 후보 명의의 임명장과 새누리당 SNS 미디어본부장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트위터 게시글 78만여 건 증거능력 공방, 조만간 결론날 듯

한편 이날 공판 역시 3차 공소장 변경을 통해 확정된 트위터 게시글 78만여 건의 증거능력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그동안 변호인 측은 게시글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확보됐다면서 증거능력을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에 관련된 공방을 너무 오래했다"며 "증거조사 절차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최종적인 판단을 위해 검찰에 민간 빅데이터 업체 두 곳의 압수수색 영장과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양측 공방만 지켜보고 증거능력 부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면서 "어떤 영장으로 무슨 자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최종 판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안에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증거능력이 없다면 판정나면 이후 심리 자체가 무의미해지지만,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유무죄를 가리기까지는 증명력이라는 산을 또 넘어야 한다.

다음 공판은 오는 10일(월)과 17일(월), 18일(화) 오후 2시로 잡혔다. 각각 검찰 수사관 9명과 국정원 직원 2명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다.


태그:#국정원, #심리전단, #십알단, #원세훈,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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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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