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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해산심판 절차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서 제기했던 헌법재판소법 제40조 1항과 제57조 위헌 소송에 대해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해산심판 절차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서 제기했던 헌법재판소법 제40조 1항과 제57조 위헌 소송에 대해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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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27일 오후 6시]

헌정사상 최초로 진행중인 위헌정당해산심판 절차가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해 진행돼야 한다는 통합진보당(진보당)의 헌법소원에 대해 27일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헌재는 진보당이 제기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1항(준용규정) 한정위헌 소송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헌재의 진보당 해산심판 절차는 민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게 됐다.

이는 증거채택 절차가 수월해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판 진행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간상 보면 6월 지방선거 이전에 진보당 해산심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은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아주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위헌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또한 이날 헌재는 진보당이 같이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같은 법 제57조 가처분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이 아니라며 기각했다. 역시 9명 재판관 전원일치였다.

헌재법 제40조 1항은 헌재 심판 절차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되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보당은 정당해산심판 역시 탄핵심판과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에 민사가 아닌 형사소송법 규정을 따라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같은 법 제57조는 정당해산심판에 대한 가처분 규정으로, 진보당은 이 조문이 정당해산절차를 엄격히 한 헌법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다.

[헌재의 판단] 김이수 재판관만 '제한적 해석' 전제 달아

헌재는 준용규정(제40조 1항) 합헌 이유로 "불충분한 절차진행규정을 보완하여 원활한 심판절차진행을 위한 것으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준용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다. 또 적용범위를 한정하고 있고 이를 헌재가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당해산 가처분(제57조)에 대해서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헌법집서의 유지·수호를 위해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 눈여겨 볼 점은 김이수 재판관의 준용 규정에 대한 별개 의견이다. 김 재판관 헌재법 제40조 1항이 합헌이라는데 동의하면서도 정당해산심판의 특수성을 고려해 해석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구체적으로 김 재판관은 "정당해산심판의 청구인인 정부가 증거로 제출하는 수사서류는 대부분 공문서이고, 이에 대해 진정성립 추정 시 사실상의 입증책임을 정당에게 부담시켜 정당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증거 채택에 있어서는 민사소송법이 아닌 형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 위법수집증거와 의심되는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와 제309조 ▲ 범죄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2을 거론하며 "이 규정을 준용하는 것이 정당 존립의 특권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전망①] 재판 진행 속도 내는 헌재

정당해산심판에 민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는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헌재가 판단함에 따라 진보당 해산심판청구소송은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어떤 결론이든 지방선거 전에 헌재의 결정이 나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헌재는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해 속도를 내고 있다. 준용규정과 가처분 조항에 대한 판단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지난달 7일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불과 52일만이다. 이날 같이 이루어진 20건의 헌재 선고 중 올해 제기된 사건은 이 건이 유일하다. 나머지 선고 중 가장 최근에 제기된 사건은 지난해 6월 접수된 사건이고, 가장 오래된 사건은 2010년 12월이다.

지금까지 정당해산심판 공판은 준비기일 2회, 변론기일 2회 진행됐고 다음달 11일 오후 2시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예정된 양측 참고인 2명(정부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 진보당 정창현 국민대 교양과정학부 겸임교수)을 끝으로 참고인 진술은 마무리되며 바로 증거 검토 절차에 들어간다.

민사소송법 규정대로 진행된다면 법무부가 제출한 국정원 수사보고서 등은 공문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진보당 측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바로 증거로 사용 가능하다. 반면 형사소송법 규정대로라면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리 공문서라도 작성자가 다 증인으로 나와 적법하게 작성됐다는 신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진보당은 법무부가 제출한 증거 중 상당수에 대해 동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진보당 측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헌재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민사소송법 절차를 준용하더라도 증거채택 과정은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당해산 사건의 성격상 정당에 대해 형벌권을 부과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형사절차로 진행하는 것이 맞고, 독일도 형사절차를 준용했다"며 "오늘 헌재 결정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재법 제40조 1항이 합헌이라 하더라도 증거채부는 엄격히 해야 한다, 단순히 공문서라고 증거능력을 부여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망②] 즉시 가처분 판단 이어지지는 않을 듯

가처분 조항에 대한 합헌 판결이 바로 가처분 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항이 합헌이라는 것과 실제 가처분을 내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해산심판뿐 아니라 해산 가처분 소송도 9명 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부에서 병행해서 심리하고 있다. 이는 가처분에 대한 판단도 본안에 준해 신중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헌재가 가처분 조항 합헌 결정을 하면서 "가처분 결정이 인용되려면 인용요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인용범위도 종국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헌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로 한정되며, 이를 위해 신중하고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지는 점"을 내세운 것도 이런 가처분 결정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을 뒷받침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처분에 대한 판단을 안하고 본안 선고로 갈 수도 있다. 실제 독일공산당 해산 심판의 경우 총 5년2개월간 심리를 진행했는데, 결국 가처분은 안하고 본안에 대해서만 판결했다.

무엇보다 당장 가처분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민주적 질서가 파괴될 조짐(급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진보당 측은 가처분에 대해 '지방선거용'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태그:#정당해산심판, #통합진보당, #헌법재판소,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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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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