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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3일 회사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올린 글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23일 회사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올린 글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비판하고 나섰다.
ⓒ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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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설까지 유포",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영화로 한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삼성전자의 첫 공식반응이다. 그동안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침묵하던 삼성전자는 23일 회사 공식 블로그 '삼성 투모로우'에 올린 글에서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또 하나의 약속>을 허구로 규정한 이 글에는 "삼성전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활동가들 역시 삼성전자를 질타하고 나섰다.

"삼성은 괴물이 아니다"

작성자가 '삼성전자'로 돼있는 이 글은 김선범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이 썼다. 김 부장은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다"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20년 동안 자랑스럽게 일해온 회사가 영화에서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돈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심지어 증인을 바꿔치기해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 하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저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에는, 영화가 일으킬 오해가 너무나 큰 것 같다"면서 글을 이어나갔다.

"정말 영화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일까? 회사는 독극물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서도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불행과 고통에 빠진 직원의 아픔을 외면한 채 숨기기에 급급했었나? 또 돈만이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사람의 목숨을 거래하고 저울질 했을까? 제가 기흥사업장에 근무하면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김 부장은 "고인과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자 했던 인사 담당자를 알고 있다"면서 "영화에서는 그가 직원의 불행 앞에서도 차갑게 미소 짓는 절대악으로 묘사됐지만, 제가 아는 그 분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는 기획부터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홍보를 펼쳤지만 회사가 그에 대해 한마디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면서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해, 제가 다니는 직장을 범죄집단처럼 그리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속의 가공된 장면들이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에 유포될 때도 침묵을 유지하고, 심지어 근거 없는 '외압설'이 퍼지는 것도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이어 "저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가슴으로 이해한다, 또 그 아픔을 위로하지 못하고 7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길에서 싸우게 한 회사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외압설까지 유포하며 관객을 동원하고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 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며 "설명이 부족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서툰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최소한 영화가 그려 낸 그런 괴물은 절대로 아니다, 저는 제가 속한 이 회사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이 삼성은 떳떳하다? 절망 느껴" 비판 댓글 쇄도

김선범 부장의 글에는 수백여 건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홍보팀이 회사의 좋은 점을 부각하고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 글을 올리기 전에 고통을 받고 있는 당사자나 그 가족에 대한 면담은 해보셨는지 궁금하다"면서 "귀찮거나 진실을 알게 될까 두려워서 포기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아무개씨는 "수많은 피해자의 죽음과 피눈물 섞인 증언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 거짓인가요? 피해 노동자가 있고 문제가 있다면 진실을 밝히고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의 책무 아닌가요?"라면서 "무조건 근거제시도 없이 '사실과 다르다', '삼성은 떳떳하다'라고 하는 모습에서 절망을 느낀다"고 전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소속 이종란 노무사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하나의 약속>은)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가 겪은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고 황상기씨는 영화가 실제보다 약하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삼성 측은 이게 다 거짓이라고 한다"면서 "언제쯤 우리는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람이 죽어나가도 덮는 게 급급한 삼성의 미래는 어둡다"고 밝혔다.

역시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임자운 변호사는 "작년에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자 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했고, 그 결과 1934건(협력업체 건까지 합치면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노동부가 낸 보도자료도 있다"면서 "이제 근무하시는 일터의 안전에 관해 의심을 좀 하셔야겠죠?"라고 비판했다.


태그:#<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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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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