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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근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백근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진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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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명확한 학문적 정의는 없다. 사실 이에 대한 정의가 우리나라에만 없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공공의료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개념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공공의료라는 용어들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보건의료체계의 성격 때문이다. 이 독특한 보건의료체계의 성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민간 부문의 과잉과 공공부문의 위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의료기관의 5.9%만이 공공병원이다. 대부분의 유럽 선진국들의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80%를 넘고, 민간의료의 첨단이라는 미국조차도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30%라는 점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율은 적어도 너무 적다.

민간의료기관이 주도하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는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간, 분야 간, 계층 간 의료이용의 불평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에서 제시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정의는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법률적 차원에서 잘 정리하고 있다.

공공의료를 확대·강화하는 방법 두 가지

지난해 2월 2일부터 시행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제2조에서 공공보건의료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 계층, 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 의료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 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한 마디로 공공보건의료 또는 공공의료는 민간부문의 과잉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활동인 것이다. 이는 공공의료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공공의료가 민간부문의 과잉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확대·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소유주체가 공공부문인 의료기관을 확대하고, 이들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소유주체가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관계없이 의료기관의 기능을 공공보건의료의 정의에 부합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함으로써 민간부문의 과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은 두 번째 방법을 지지하는 법이다. 지난해 2월 2일 이 법률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공공보건의료는 소유주체가 공공부문인 기관들의 활동으로 정의돼왔다. 그러나 새로 개정된 법률에서는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정의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모든 보건의료기관이 공공보건의료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공공보건의료기관들을 활용하지 않고, 민간의료기관들을 공공보건의료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통해서도 공공보건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실 이번 법률 개정안은 공공병원의 양적 확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공병원 폐업의 논리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양적 확충이 필요한 때

지난해 2월 26일,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느닷없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의 근거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개정에 근거해 이제는 민간의료기관을 통해서도 공공보건의료를 할 수 있으니, 진주의료원을 폐업해도 된다는 논리였다.

실제 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후 진주의료원에서 수행하고 있던 장애인 산부인과·장애인 치과를 지역의 민간병원에 위탁하기도 하였지만, 파행적 운영에 대한 지역 언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 우리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양적 확충 논리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공공보건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은 당연한 주장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에는 환자들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돼 있다. 의료보장제도의 보장성 강화에 기반한 실질적 무상의료는 보편적 의료이용 보장의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실질적 무상의료가 시행되면, 지역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유출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실질적 무상의료를 준비한다는 맥락에서도, 공공보건의료의 양적 확충과 공공보건의료기관간 연계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역 보건의료체계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에 경상남도는 지역주민들의 건강과 의료이용을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는 만큼 속히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하고 권역 내 공공보건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역에는 추가적인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백근님은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정백근, #공공의료, #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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