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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검찰 측 증거 위조에 대해 지난 16일 검찰의 해명 내용은 '공문이 위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관인이 위조됐는지, 문서 내용이 위조됐는지,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발급했다는 건지 중국 측이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일부 신문은 17일자 사설 등으로 "지금 단계에서 사건 진상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조선일보>)거나 "중국 쪽 주장이 모호하다. 중국 정부는 문서위조 주장만 할 뿐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세계일보>)면서 중국 측의 설명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태도를 취했다. 일견 검찰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듯하다.

그러나 지난 13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서울고등법원에 보낸 '사실조회 요청에 대한 회신' 내용을 보면, 중국 정부의 답변은 전혀 모호하지 않다.

[분명한 사실, 하나] 전혀 모호하지 않은 중국 정부의 답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 변호사들은 검찰의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16일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 변호사들은 검찰의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16일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사진은 검찰이 제출한 유우성씨와 그의 가족 출입경기록에 찍힌 도장이 원본과 다르다는 내용. 중국대사관은 변호인단의 사실조회 요청에 '검찰쪽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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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측에서 제출한 화룡(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 기록 조회결과'와 삼합(싼허) 변방검사창의 '유가강(유우성의 중국 이름)의 출입경 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및 화룡시 공안국이 심양(선양) 주재 대한민국총영사관에 발송한 공문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입니다.

한국 검찰측이 제출한 위조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되며, 이에 대해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규명하고자 하오니,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본 부에 제공해주실 것을 협조 부탁드립니다."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던 중국 공문이 위조됐고, 공문에 찍힌 관인이 위조됐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인 측이 증거로 제출한 중국 공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용은 모두 사실이며, 이 두 문서는 합법적인 정식서류입니다."

이보다 더 명확한 답변이 또 어디에 있을 수 있을까.

[분명한 사실, 둘] 검찰에 진상규명을 맡길 순 없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있다.
▲ 황교안 장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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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분명한 중국 정부 공식입장에 대해 그간의 수사경과를 자세히 해명해야 할 검찰이 '공문이 위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것은 어떻게든 이번 사태의 여파를 줄여보겠다는 억지로 볼 수밖에 없다. 또 위조공문을 제공한 국정원에 대해 당장 수사를 개시하진 못할망정 "국정원의 협조를 얻어서"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하는 건 진상을 규명할 의지가 없다는 반증으로 밖에는 해석 불가능하다.

사실, 유우성씨 사건에서 검찰과 국정원의 증거조작 정황은 이번에 드러난 공문서위조 뿐 만이 아니다. 간첩혐의 무죄가 선고된 1심에서 검찰은 유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사진을 복구, 인쇄해 2012년 1월 21·23일 북한에서 찍은 사진이라며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에서 이 사진을 복구해 사진에 포함된 메타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이 사진은 중국 옌볜에서 촬영된 걸로 확인됐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었기에 GPS 위치정보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유씨가 북한에 있었다고 검찰이 주장한 시각에 유씨가 중국에서 전화통화한 내역도 있었지만 검찰은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공판에서 이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유씨의 북한 체류 기간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미 1심에서 증거 조작·위조 정황이 연이어 드러났고 관련 혐의에 무죄 판결이 난 사건이다. 그런데 이에 불복해 항소한 수사·정보당국이 외국의 공문서까지 위조한 정황이 드러났다면, 더 이상 수사·정보당국에 맡겨놓을 수 없는 일이다. 진상규명에 의지가 없고, 스스로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더 이상 검찰에 맡겨놓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분명한 사실, 셋] 삼각공조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중화인민공화국 주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가 보낸 사실조회 답변서를 보여주고 있다.
▲ 중화인민공화국 주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 사실조회 답변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과 관련해 중화인민공화국 주대한민국대사관 영사부가 보낸 사실조회 답변서를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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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16일부터 국정조사 뒤 특별검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을 도입해 엄정한 수사로 낱낱이 밝히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촉구하면서 "국정조사는 국회에서 시간끌기로 제대로 안 될 수 있으니 당장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은 한 점 의혹 없는 진상조사를 통해 증거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진상조사의 주체를 '검찰'로 한정했다. 국정조사나 특검실시에 반대를 분명히 한 것이다. 17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아직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됐다', '조작사건으로 모는 건 한·중 관계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등의 논리로 검찰을 비호했다.

검찰과 국정원은 투표를 통해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건 선출된 권력인 국회다. 그런데 이 선출된 권력의 과반을 차지하는 집권여당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과 한 편이 돼 강력한 삼각공조를 펴고 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에서도 '국정원 개혁', '검찰 개혁'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특히 초유의 검란(檢亂) 뒤끝이라 꽤 강한 검찰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새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 검찰은 개혁되기는커녕 외교 문제까지 일으키며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상설특검까지 내걸었던 여권이 이번 단일 사안에 대한 특검조차 반대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태그:#증거위조, #삼각공조,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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