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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2회 임시회 산업건설위원회에 참석해 자유발언하는 김수민 구미시의원.
 제182회 임시회 산업건설위원회에 참석해 자유발언하는 김수민 구미시의원.
ⓒ 구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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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새누리당의 심장'이라 불린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의 싹쓸이가 예상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 진보정당 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녹색당 김수민 시의원(33, 구미시 인동동·진미동)이다.

새누리당의 심장에 '감히' 재선 도전을 선언한 김 의원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4086표(21%)의 지지율을 얻어 구미시의회에 입성했다. 만 27세의 나이로 시의원에 당선된 그에게는 '구미시 첫 진보의원', '구미시 역대 최연소 시의원'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녹색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노동철학 더 깊어져"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구미시민 대다수는 정치초년생인 김 의원을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저 '젊다'는 인식만 있을 뿐이었다. 보수 성향이거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그를 "빨갱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젊은 노동자와 그들의 자녀인 영유아가 많다는 구미시의 특성에 맞게 보육·교육공약을 내세웠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당선된 이유 중 하나는 보육이나 교육정책에 관심을 갖고 몇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는 후보였다는 점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내놓은 학교급식 무상, 만 12세 이하 무상예방접종, 장난감도서관 설립, 보육교사처우개선비 인상 등의 공약은 구미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학교급식 무상을 도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비 지원, 저소득층 교복구입비 지원은 현재 실시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은 구미에서 첫 진보의원이었기 때문에 '노동자 도시의 의원'다운 의정을 펼치려고 노력했다. 구미시립노인요양병원 간병사 실직사태 때는 사측을 의회에 출석 시켰고, 2012년 11월에는 대구․경북 최초로 '구미시 비정규직 권리 보호 및 지원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무소속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던 김 의원은 2011년 녹색당에 입당했다. 녹색당 창당 발기인 200여 명 중 한 명이었으니 '입당'보다는 '창당'이라고 해야 적절할 것 같다.

"2010년부터 2011년까지는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미명으로 정당통합 및 야권연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었어요. 그러나 전지구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각종 위기들을 무시한 채 '정권 교체'라는 좁은 틀에 매몰되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며 '이럴 때일수록 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점에서 녹색당이 제 생각과 비전에 맞았어요. 녹색정치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어야 했으니까요."

녹색당에 입당하기 전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화두는 '노동'이었다. 그리고 녹색당에 입당하면서 그의 노동철학은 조금 더 깊고 넓어졌다. '사회에 만연한 성장지상주의를 극복하지 않는 한 살벌한 경쟁논리 속에서 노동자들도 결코 권리를 쟁취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2010년 7월 KEC 구미공장 노조파업 현장을 방문해 노조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수민 의원(가운데).
 2010년 7월 KEC 구미공장 노조파업 현장을 방문해 노조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수민 의원(가운데).
ⓒ 구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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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상승세는 박근혜 효과와 경제적 동기 때문"

구미시민의 평균연령은 33세로 다른 시·군들에 비해 비교적 젊다. 특히 '산업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외지 출신 인구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선거 때 나타나는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나 득표율을 보면 구미는 확실히 보수적인 도시로 획일화된다.

"구미의 정치는 철저하게 특정세력이 좌지우지하고 있고 그들이 일방적이고 자의적으로 구미의 이미지를 구성·재구성해서 유포하고 있어요.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시민들에게까지 먹히면서 좌절감이나 비관을 심어준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구미' 하면 '박정희, 박근혜, 새누리당'을 떠올리게 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긴 하지만 이에 비판적인 시민들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는 시민들 가운데에서도 '박정희 체육관', '박정희 탄신제'라는 명칭이나 '반인반신'이라는 발언이 지나치다고 여기는 시민도 꽤 된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이런 밑바닥 여론을 반영한 것일까? 새누리당은 2010년 지방선거(구미시의회)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구미시장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경북 내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득표율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런데 2년 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후보로 뜨면서 새누리당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걸 잘 봐야 합니다. 과거와 같은 정치적 권위주의 코드보다는 '구미에서 태어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 후보니까 구미공단을 키우진 못해도 보호할 수 있기 않느냐'는 얘기가 더 설득력을 가진 거예요."

김 의원의 분석대로, 2012년 총선 때 구미에서 새누리당의 정당득표율은 67%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보다 13%포인트 더 높은 80%였다.

"새누리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유권자들도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을 찍는 풍경을 많이 목격했어요. 더 늘어난 표는 '박근혜 효과'이자 '경제적인 동기'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박근혜 정권 중·후반기로 가면서 누그러질 걸로 봅니다."

 2012년 9월 구미시 옥성면의 한 골재야적장을 방문해 현장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김수민 의원
 2012년 9월 구미시 옥성면의 한 골재야적장을 방문해 현장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김수민 의원
ⓒ 구미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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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어"

녹색당 전국사무처와 경북도당은 김 의원의 재선 출마 계획을 알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구미지역 당원 총회 결정이 남아 있어 그의 출마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오는 22일 열리는 당원 총회를 통해 당내 후보자 등록과 투표 절차를 일일이 밟아 재선 출마를 확정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후 의정활동을 하면서 재선 출마를 생각해왔다. 그런데 가끔 그 생각이 요동치기도 했는데 그게 가장 컸던 때가 작년이다. 지역구인 인동동에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이 있는데, 밀양의 상황을 보면서 주민들이 투쟁을 포기하고 한국전력과 합의를 본 것이다. 그것을 연락받은 날 그는 정치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재선 출마를 권유했고, 김 의원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지난 연말과 연초에 재선 출마를 결심했다. '박근혜 효과'가 그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그는 '차별화된 지역 비전'으로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권 초반이라 대통령 지지율이 시의원 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나 새누리당을 이길 저만의 전략은 '지역비전'입니다. 보수세력의 지역비전과 차별되는 복지, 생태, 노동, 주민참여 등의 가치를 분명히 할 겁니다. 그게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본입니다."

새누리당 텃밭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만큼 김 의원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진보적 유권자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환멸을 느끼거나 그 정권과 새누리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민심까지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0년 선거 초반 김 의원은 고전했다. 대다수 유권자는 '간판'을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선거에선 '무소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올해 선거에서는 '녹색당' 소속으로 출마한다는 것이다.

"녹색당의 인지도는 아직 매우 낮아요. 녹색당을 모르는 사람도 많죠. 그런 점에서 당 인지도를 함께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있어요."

"야당 단일화보다는 대안세력 구축이 중요해"

녹색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야권단일화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최근 구미지역 진보정당인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은 연대 움직임에 들어갔다.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출신의 진보성향 무소속 인사 등과도 연대해 조만간 공동 선언이나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김 의원은 단순한 '반새누리당'에 기반한 야권단일화를 반대해왔다. '묻지마 단일화'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야 할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행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이번 지방선거의 야권 단일화가 '야당의 단일화'가 아니라 '구미지역 대안세력의 조직화'로서 의미를 가질 때만이 선거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고, 도시 경영을 책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미의 문제는 박정희니, 박근혜니, 새누리당이니 하는 타이틀에 있지 않아요. 구미에서 야권이 약한 이유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약한 겁니다. 지금 구미의 사회운동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에요.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진솔한 시의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제 정체성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민이고 그 정체성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의원이라는) 특수계층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시민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자기 소신을 숨기는 경우도 있는데 정직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치인부터가 자기 소신을 확고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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