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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정점식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서울고검 공판부장)이 이날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 청구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지난 2013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정점식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서울고검 공판부장)이 이날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 청구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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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과 북한의 연계성을 묻는 질문에 "확인할 수 없다"고 답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며 내세운 '북한과 연계됐다'는 주장이 흔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법무부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구석명답변서'를 4일 입수했다. 2005년 일심회 간첩 사건과 2012년 왕재산 간첩 사건 때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라'는 북한의 지령이 전달됐다는 법무부 주장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진보당 소송대리인단의 물음에 답변한 자료다.

"확인되지 않았다. 낱낱이 밝힐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확인할 수 없다."

법무부의 대답이었다.

정당해산심판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에서도 검찰은 소위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혁명조직)'와 북한과의 연계점을 증명하는데 실패, 결심 공판에서 "반국가단체(북한)와 직접 연루됐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북한 지령 전달됐는지 확인되지 않아"... 달라진 법무부 답변

지난해 11월 5일 법무부는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며 진보당의 위헌성을 나타내는 핵심 근거로 당 강령에 들어간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목했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개념이란 이유였다. 이날 오후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대책전담팀(TF)' 팀장은 취재진에게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의 지령에 따라 도입됐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당시 문답이다. (관련 기사 : "정당해산심판청구서만 415쪽...충분히 입증")

- '진보적 민주주의'를 북과 연결했는데, 이 말은 사실 좋은 뜻이고 많이 쓰는 말이다. 그게 북과 연결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게 소위 '왕재산 사건'을 통해서 북한이 민노당 쪽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지령이다."

법무부는 헌재에 낸 청구서에서 일심회와 왕재산 사건 재판 기록을 인용하며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청구서에 의하면, 북한은 2005년 12월 일심회 장아무개씨에게 "정책위원장으로는 경기 동부의 이용대를 내세우고, 문성현 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당 대표로 하라"고 지시했다. 또 2011년 2월 왕재산에 "진보적 민주주의를 진보대통합의 지도이념으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령을 보냈다.

실제로 2006년 민노당 대표로 문성현이, 정책위원장으로 이용대가 뽑혔고, 이들은 2007년 대선 공약에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을 썼다. 민노당은 2011년 6월 새 강령에 이 개념을 넣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답변 내용은 조금 달랐다. 법무부는 "북한이 장아무개에게 문성현과 이용대를 당 대표와 정책위원장으로 선출하라는 지령을 내린 것은 확인됐으나, 문성현과 이용대에게 북한 지령을 전달했는지는 당시 수사기록에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왕재산 사건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진술을 거부,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과 관련한 북한의 지령을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보당 변호인단 "법무부가 증거 없음을 자인"

지난 2013년 11월 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통합진보당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서. 이날 정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와 함께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된 이후 첫 사례다.
 지난 2013년 11월 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통합진보당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서. 이날 정부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서와 함께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설된 이후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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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법무부는 '정황 증거'는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민노당의 2006년 당직 선거와 2011년 당 강령 개정 결과 등을 언급하며 "충분히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수많은 지하조직에 강령 개정과 관련한 지령이 내려갔을 것으로 보인다"며 "왕재산 간첩단에게 내려간 북한 지령만 수사기관에 발각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달 28일 열린 헌법재판소 첫 변론기일 때 정점식 팀장은 진보당 목적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또 한 번 진보적 민주주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북의 지령에 따라 도입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2003년 북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국내에 급속히 전파된 후, 당내 NL(민족자주)계열이 도입을 시도, 2011년 최고 이념으로 채택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진보당 변호인단은 "청구인(법무부)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증거가 없음을 자인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4일 "이게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대표적 사유 아니냐, 근데 청구인들의 주장 대부분이 증거가 희박하다"며 "민노당 강령 개정이 북한과 무관하고, 독자적으로 이뤄졌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태그:#통합진보당,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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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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