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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정월 초하루(음력 1월 1일)로 한 해 첫날이다. 온가족이 함께 모여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녀오는 것은 추석 명절 때와 같다. 다만 한해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절을 하고 덕담을 나누는 '세배'라는 풍습이 전해진다. 

차례를 올리지 않는 집에서도 설날 아침에는 모두 떡국을 먹는데 왕실에서부터 양반·서민에 이르기까지 흰떡으로 만든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정월 초하루에 떡국을 먹는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기록된 문헌은 없다. 다만 흰떡가락이 희고 길어 순수와 장수(長壽)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는 말처럼 설음식하면 떡국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역에 따라 만두를 넣기도 한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는 말처럼 설음식하면 떡국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역에 따라 만두를 넣기도 한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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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거나 차가 막혀도 새해엔 고향을 찾아 유독 가족과 함께 설을 쇠려고 한다. 이는 객지에 나간 자식은 집에 돌아와 부모를 모시고 지내야 하며 그렇지 못한 자식은 실로 불효막심하다고 여겨졌다.

그런 뜻으로 '설에도 부모를 모르다니'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이 속담의 유래와 관련된 얘기. 조선시대 영조 때 어느 섣달 그믐밤에 어사(御使) 박문수(朴文秀)가 민정을 살피러 삼남 각지를 돌아다니던 중 어느 촌집에 들러 사랑채 윗방에서 부득이 설을 쇠게 됐다. 아랫방에서 여남은 살 먹은 아이가 원님 놀이를 하고 있다가 박 어사를 보고 매우 위엄있고 정중하게 나무랐다.

"너 이놈, 아무리 어명을 받고 다닌다고 하지만 양친 부모가 집에 계신 자라. 지금이 섣달그믐이라 연로하신 부모가 너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이 설 대명절에 크게 요긴한 일도 없으면서 타관 객지에 머물러 있으니…. 집안에는 불효요, 집 밖에는 민심 소란 죄라, 그 죄가 어이 가볍다고 하리? 저놈을 매우 쳐라."

그래서 박 어사는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그랬더니 꼬마 원님이, "저 자가 뉘우쳤으니 다시 저 밖에 곱게 모시도록 하라"고 했다. 이 일 이후로 박 어사는 섣달그믐에 암행(暗行)을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속담으로는 '설은 질어야 풍년이고 보름은 맑아야 풍년이다'가 있다. 설에는 눈이 많이 내려야 그 해에 풍년이 들고, 정월 대보름에는 맑아서 보름달을 볼 수 있어야 그해에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과거 조상들은 새해의 첫 날인 설날에 상서롭게 여기는 눈이 내리면 마음이 풍성해질 뿐만 아니라 쌓인 눈이 온 땅을 덮어 보리싹을 비롯한 농작물이 얼어 죽지 않아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동지섣달보다 해동(解凍) 무렵인 이때가 더 춥다는 뜻에서 유래된 '설을 거꾸로 쇘다'라는 속담도 전해진다.

한편,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은 대체로 평년기온을 웃돌며 크게 춥지는 않겠다.

기압골이 자주 통과해 강수 가능성이 있지만 한파 또한 없기 때문에 눈보다는 강원 산간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방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설날에는 서울의 아침기온이 -10℃ 안팎, 한낮에도 0℃ 정도에 머물며 추웠다. 반면 올해(31일·금)는 ▲ 서울 -4~6℃ ▲ 대전 1~9℃ ▲ 광주 6~13℃ ▲ 부산 5~13℃ 등 전국이 평년(최저기온 : -12~3℃, 최고기온 : 1~9℃)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기온 분포를 보일 전망이다. 

모양 특이한 '조랭이떡국'... 굴·닭·만두 등 지역별 재료 다양

설 명절에는 동태전, 두부전, 풋고추전, 깻잎전, 표고전, 육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을 만든다.
 설 명절에는 동태전, 두부전, 풋고추전, 깻잎전, 표고전, 육전 등 다양한 종류의 전을 만든다.
ⓒ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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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음식하면 전부터 과일까지 한 상이 크게 차려진다. '추석=송편'이라면 '설=떡국'이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살을 더 먹는다'는 말처럼 설에는 떡국이 가장 먼저 떠오는데 둥글둥글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린 가래떡에 하얗고 노란 자태의 계란지단과 까만 김가루가 곁들여진다.

여기에 입맛따라 넣은 소고기·굴 등의 고명이 더해지면 떡국은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예부터 떡국은 꿩으로 육수를 만든 고급음식이었다. 요즘은 꿩 대신 닭이나 소고기·굴 등을 넣어 만든다. 식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는 지역별 대표 떡국을 소개한다.

[서울 떡국] 고기장국이나 멸치장국에 떡과 쇠고기 고명을 넣어 떡국을 끓인다. 일반적으로 간은 국간장으로 하며 대파, 달걀물을 넣어주고 고기·김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강원도 두부떡만둣국] 초당두부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에서는 설날에 두부떡만둣국을 끓여 먹는다. 두부를 이용해 만두소를 만들고 떡국을 끓이다가 손가락 길이로 썬 두부를 넣어 익혀 먹는 것이 특징.

[충청도 날떡국] 날떡국은 가래떡이 없을 때 손쉽게 만들어 먹던 떡국으로 찌지 않은 쌀반죽으로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가래떡 대신 쌀가루와 찹쌀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어 소금을 약간 넣은 후 익반죽해서 동그랗게 빚어 납작하게 눌러준다. 육수는 굴·바지락 등을 이용해 끓이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겨울에는 굴을 넣어 먹기도 한다.

[전라도 닭장떡국] 전라도에서는 토종닭을 토막 내 조선간장에 졸여 닭장으로 떡국을 끓이는데, 간간하고 달작지근한 장맛이 특징이다. 쫄깃한 떡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경상도 통영 굴떡국] 멸치장국에 생굴·두부 등을 넣어 끓이는 굴떡국은 통영지방에서 주로 많이 먹는다. 멸치로 맑은 장국을 내서 시원한데다 굴을 넣어 개운한 맛이 일품. 투명하게 맑은 국물에 쫄깃한 떡과 굴이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개성 조랭이떡국] 황해도 개성지방에서는 귀신을 물리치고 한 해의 길운을 상징하는 조랭이떡국을 만들어 먹었다. 조랭이떡은 흰 가래떡을 잘라 둥글게 한 다음 가운데를 눌러 조롱박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가래떡을 어슷썰기 한 것보다 더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황해도 강짠지만둣국] 강짠지만두는 소금에 절인 배추로 만든 강짠지에 숙주·소고기·돼지고기로 만든 소를 넣어 만든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짠지 맛이 특징이며, 요즘엔 강짠지 대신 절인 배추를 이용하기도 한다.

[함경도 꿩만둣국] 함경도는 꿩을 이용한 요리가 발달한 지역이다. 새해에 먹는 떡국도 꿩을 이용해 만든다. 꿩고기를 곱게 다져 숙주나물·두부·다진 파·마늘과 섞은 다음 볶아 만두소를 만든다. 만두피에 준비한 속을 넣어 어른 주먹만한 크기로 만두를 빚으면 된다. 특히 이북 지역은 정월에 만둣국을 즐겨 먹는 풍습이 있는데 추운 겨울 풍족치 않아 배불리 먹기 위해 만두를 넣었다고 전해진다.

[평안도 굴린만둣국] 평안도에서는 설날 떡국으로 만두피 없이 만든 굴린만둣국을 먹는다. 다진 돼지고기에 숙주나물·두부에 갖은 양념을 한 다음 밀가루에 골고루 섞어 완자 모양으로 빚어 만든다. 빚은 완자는 밀가루에 굴려 끓는 물에 넣어 삶는데 이 과정을 두 번 반복한 다음 맑은 소고기 장국에 담아낸다.

한편 과거 조상들은 설날을 섣달그믐날(음력 12월 31일) 밤과 정월초하루(음력 1월 1일)가 직결돼 있다고 여겨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았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는데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속설을 믿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설날,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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