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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 첫 공판(변론기일)이 열린 28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오후 2시에 시작한 공판이 청구인(법무부)과 피청구인(통합진보당)의 모두진술이 다 끝나자 시계는 오후 3시 5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헌법재판관들이 질문하기 시작했다. 재판관들 질문의 초점은 미묘하게 갈렸다.

이진성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이진성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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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재판관이 "피청구인 측의 근본적인 인식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히 질문하겠다"며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목했다.

이 재판관은 "우리나라 헌법에 규정된 정당해산제도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긍정하는가, 또는 부정하는가.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해달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는 현재 이 자리 자체를 인정하는지, 또 향후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는지가 내포돼 있었다. 고위법관 출신인 이 재판관은 대법원장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이 대표는 "헌법상 정당해산제도는 명문으로 현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 조항이 만들어진 경위에 대해 말한 뒤,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되고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길게 답했다. 그러자 이 재판관은 "질문이 정확히 이해가 안 된 것 같은데, 정당해산제도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은 것이 아니라 정당해산제도 자체에 대한 타당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고 다시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현존하는 제도로서 시인한다고 첫머리에 말했다"고 답했다. 소극적인 인정이었다.

김이수 재판관의 질문은 청구인 측을 향했다. 김 재판관이 "강령에서 위헌성을 주장하는 부분이 '진보적 민주주의' 하나냐"고 묻자, 청구인 측 대리인인 정점식 서울고검 공판부장(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TF 팀장)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당의 최고 이념이라 할 것이고, 소위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 또는 쟁점에서 진술한 바와 같이 '민중주권론' 등도 위헌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라고 답했다. 김 재판관이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뿐 아니라 '민중주권' '일하는 사람 주인 세상' 그런 것들이 다 위헌성이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재차 물었고, 정 부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김이수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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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확인한 김 재판관은 문서를 보던 안경을 벗고 시선을 청구인 측으로 향했다.

김이수 재판관 : "우리나라는 진보정당이라는 당들이 해방 이후부터 쭉 존재한 것으로 안다. 그러면 예를 들어 해방정국 이후 여운형·박헌영 등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 그 다음 진보당이나 민중당·민노당, 쭉 내려오면서 여러가지 진보정당들이 존재했는데, 그중에 다른 당의 강령들도 이런 기준에 비춰보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되는 당규가 혹시 있는가."

정점식 부장검사 : "각 당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서면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성 여부를 심리하는 이 심판정에서 다른 당 강령의 위헌성 부분을 말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역시 고위법관 출신인 김 재판관은 야당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다음은 안창호 재판관이 나섰다. 안 재판관은 이 대표에게 "2008년도에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분당이 있었는데, 그때 이정희 대표가 대표로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분당 과정은 법무부가 주요 해산 근거로 주장하는 내용 중 하나로,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일종의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나는 분당이 있고 나서 입당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의 후속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안창호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안창호 헌법재판관. 사진은 2012년 9월 서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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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재판관 : "그럼 당시 상황은 잘 모르는가."
이정희 대표 : "추후에 들은 것이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다."
안창호 재판관 : "그럼 추후에 들은 내용 중에, 그(분당의)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당시에."

이 질문을 받은 이 대표는 매우 천천히,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며 답했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어서…. 추후에 문서로 정리해 제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질문하셔서 간단하게만 답을 드린다면, 주로… 외부적으로는 이른바 종북 공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음… 한 정치세력에서는 여러 가지 의견 대립 있을 수 있고, 그것이 다시 당시 분당했던 분들과 2011년 통합 논의를 할 때에는 과거의 그런 논의가 너무 날선 것이었다는 자성들이 서로 있었다.

따라서 분당의 이유가 지금 청구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진보당, 당시 민주노동당이 말하자면 위헌정당이 되어서 같이 할 수 없게 되었다거나, 또는 분당이 된 이후에는 완전히 위헌정당이 되었다거나, 이런 취지로 평가되는 것에 악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치세력이 여러 가지 의견대립과… 또 내부의 경쟁 속에서 서로… 단합하고 포괄하지 못하고 갈라섰던… 음… 아픈 경험으로 보고 있다. 좀 더 자세하게 서면으로 답을 드리겠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재판관은 여당 추천 몫이었다.


태그:#정당해산심판, #헌법재판소, #이정희, #정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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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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