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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자일렌 공장을 짓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의 모습.
 파라자일렌 공장을 짓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의 모습.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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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구청장 전년성)가 16일, 파라자일렌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SK인천석유화학에 공사 중지를 권고했다. 그러나 공사 중단 '명령'이 아닌 '권고'라 강제성이 없어, 공장 증설을 반대하던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서구 건축과 "공사 중지 안 해도 과태료 못 물려"

SK인천석유화학의 인근 주민들은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이 대규모 유해물질 시설이라며 지난해 7월부터 공장 증설 중단과 건축허가 취소 등을 촉구하며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투쟁으로 인천시는 SK인천석유화학의 공장 증설 인·허가와 관련해 서구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5일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시는 서구의 공장 증설 편법 승인과 승인 이후 업무처리 소홀, 공작물 무단 축조, 제조시설 면적 신고 누락 등 위법 행위를 적발했으며, 이에 따라 공장 증설을 인·허가한 서구에 공사 중단 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SK인천석유화학 쪽에 지역주민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안전문제에 대한 검증과 지역사회 상생을 위한 신뢰회복과 협력방안을 제시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인천 서구는 지난 16일 오후 3시께 'SK인천석유화학(주) 공사 증설 관련 공사 중지'라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 서구는 지난 6일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증설 관련 인천시 감사 결과에 대한 조치계획'에서 1월 중순께 공사 전면 중단 통보와 SK 쪽에 주민협의체 조속 구성 등을 발표한 바 있다고 적혀 있다.

또한,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 유권해석과 추가적인 법률검토를 진행했으며, 7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현장실사에서는 공작물 축조 신고를 얻지 않은 공작물을 추가 발견해 건축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아울러,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SK인천석유화학 쪽에 전체 구조물과 설비의 안전을 고려해 위반 사항이 치유될 때까지 전체 공사에 대한 중지를 요청하고, 공사 중인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계획 등을 수립해 구에 제출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서구 건축과 담당자는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1월 20일까지 전체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청했지만, '권고'로 강제성은 없다"며 "SK인천석유화학에서 공사를 중지하지 않더라도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주민·시민단체 "당장 공사 중지 명령하고 건축허가 취소해야"

이에 대해 공사 전면 중단과 건축 허가 취소 등을 촉구해온 서구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정환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서지부 사무국장은 "강제성도 없는 '권고'를 하는 것은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쇼(show)일 뿐이다. 서구는 당장 공사 중지를 명령하고 건축허가를 취소해야한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 담당자는 "서구에서 보낸 팩스 공문을 확인했는데 정확한 요청 사항을 파악해 대응하려고 검토 중"이라며 "서구의 고민이 무엇인지, 지역 주민들의 여론이 어떤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치사항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SK인천석유화학이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간담회를 진행하려하자, 반대 주민들(사진 왼쪽)이 간담회 장소를 점거하고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오른쪽)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SK인천석유화학이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간담회를 진행하려하자, 반대 주민들(사진 왼쪽)이 간담회 장소를 점거하고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오른쪽)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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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SK인천석유화학이 지난 15일 오후 서구청소년수련관에서 진행하려던 주민협의체 구성은 반대 주민들의 항의로 무산됐다.

SK인천석유화학은 이날 석남동대책위원회, 12개 아파트연합대책위, 지역 학교 대표, 전통시장상인회, 신현원창동과 석남1·2동 대표 등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협의체 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협의체 구성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30여 명이 간담회 개최를 막았다.

이들은 "서구의 공사 중단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주민대표를 정하고 주민협의체 구성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공사 중단이나 허가 취소 없이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보상과 관련한 논의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당장 공사 중단이나 허가 취소만을 주장해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주민들보다 우리(SK인천석유화학)를 인정해주는 주민들과 먼저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대화한 후 대상을 확대하려 했던 것"이라며 "공장이 먼저 들어섰는데, 인천시가 도시계획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주변에 주택가와 아파트를 짓게 한 것이라, 우리도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인천, #인천 서구, #공사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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