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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시대가 열렸다고 합니다. 작년부터 보육비 지원 대상 연령이 늘었고 양육수당도 전 계층에 지원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앞에는 '안심', '행복'이라는 수식어들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 키우는 사람들은 왜 여전히 행복하지도, 안심할 수도 없는 걸까요?

한국여성민우회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양육자들의 현실에서 찾아보고자 지난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양육자들의 릴레이 수다회 <가장 사소한, 가장 절실한>을 진행했습니다. 총 7회에 걸친 수다회 중 일부의 후기를 이번 연재를 통해 공유합니다. - 기자 말

책장에서 책을 꺼내 보던 아이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

"엄마, 왜 어른만 커피를 마셔?"
"아이들은 이가 잘 썩거든."
"근데 엄마, 아이들은 이가 왜 썩어?"
"아이들은 이가 약해서 그래."
"그런데 엄마, 약한 게 뭐야?"

얼핏 보면 이 엄마는 지금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 속 이 엄마는 지금, 분주하게 일하는 중이다. 마음 속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에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은 걸 참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이 한창이고, 혹시나 아이가 책장에서 책을 꺼내다 책이 쏟아져 다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바쁘다.

완전히 의존적인 존재, 즉 아이를 돌보는 전담자가 된다는 건 그 존재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항상 엔진을 켜둔' 상태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를 중심으로 삶이 재구성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전업맘에게 "집에서 쉬면서 애만 키우니까 편하겠다"고 쉽게 말한다.

"집에서 애만 키우니까 편하겠"으면, 한 번 해보실래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한 양육자들의 릴레이 수다회 <가장 사소한, 가장 절실한>에서 만난 전업맘들에게 이런 말은 가당치도 않았다. 자기만의 시간이라곤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는 시간 뿐"이라는 24시간 양육 전담자의 고충. 그럼에도 누구도 그 노고를 알아주지 않고, 일을 나눌 사람도 없는 데 대한 고립감, 선택이었지만 선택이 아니기도 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의 기억까지. 툭 터놓고 이야기 나눈 속 깊은 전업맘들을 일단 소개한다.

1인이 양육을 전담하는 구조 안에서 여성은 양육자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정체성만을 호출 당한다. 결국 다른 '나'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1인이 양육을 전담하는 구조 안에서 여성은 양육자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정체성만을 호출 당한다. 결국 다른 '나'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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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둘째를 낳고 전업맘이 되었다. 전업맘 초기에는 우울감에 많이 힘들었다. 그나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만약 모든 사람이 오후 4시쯤 퇴근할 수 있다면 지금처럼 아이 키우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로. 출판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퇴근 후 다시 출근'은 일상을 황폐하게 했다. 결국 둘째를 낳으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일을 그만뒀다.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를 모두 엄마 탓으로 돌리는 세상에 지지 않기 위해 매일 마음의 힘을 키우려 애쓴다.

햇살. 해운회사에서 일하다 첫째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뒀다. 곧 다시 일할 기회가 있었지만 믿을 만한 어린이집을 찾을 수가 없어 포기했다. 둘째를 낳고부터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절실함을 실감하고 있다.

여러 그룹의 릴레이 수다회를 진행하면서 "아이 키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다. 많은 양육자들은 이 질문에 '자기만의 시간'이라고 답했다. 전업맘들도 마찬가지였다.

햇살 : "애를 키우다 보니까 나보다 애들 중심으로 요구를 들어줘야 되잖아요. 그게 스트레스로 쌓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결국 내 탓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이건 내가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다. 다른 답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다로 :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첫째는 시어머니가 봐주셨고 둘째 낳으면서 일 그만두고 제가 아이를 보게 됐는데, 둘째 낳고 2~3개월 지나면서 부터 바로 갑갑함과 함께 내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두부 : "자기만의 시간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갈 때?(웃음) 보통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거 싫어하잖아요. 저는 근데 그걸 오래 갔다 오려고 아파트 계단을 걸어서 가요. 그 시간은 온전히 저 혼자 있는 시간이니까 정말 좋은 거예요. 기분이 막 날아갈 것 같아(웃음). 천천히 주차장 한 바퀴 돌고 올라와요. 근데 쓰레기 버리러 가는 그 순간에도 애는 현관에 붙어서, 아빠가 저쪽에 있는데도 엄마랑 같이 가겠다고 칭얼거리고 있고."

'자기만의 시간'에 대한 요청은 표면적으로는 '쉴 시간이 없어서 힘들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물리적인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시간은 사실 '쉬는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자기만의 시간'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이와 분리되어 있는 시간이라서다. 

'자기만의 시간'은 수많은 '나' 중에서 양육자인 '나'만 남은 일상에 대한 갑갑함의 표현, '양육자가 아니기도 한 나'를 확보하고 싶은 욕구의 표현이다. 친구를 만나는 나, 일기를 쓰는 나, 야근도 불사하며 승진에 매진하는 나, 주말 아침 게으름도 피우는 나, 엄마가 되기 전에는 분명 '나'였던 이 모든 순간들이 엄마가 되면 다 사라지고 오직 '엄마인 나'만 남는다.

1인이 양육을 전담하는 구조 안에서 여성은 양육자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정체성만을 호출 당한다. 결국 다른 '나'들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희생하는 일상은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은 양육자는 행복한 양육을 할 수 없다. 양육자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요청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양육이란 '전담'하기에는 부적절한 속성을 가진 일일지도 모른다.

양육의 공동책임, 남편을 넘어 사회도 느껴야

직장 일에 동료가 필요하듯 양육에도 동료가 필요하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믿을 만한 공보육제도를 만드는 일도 양육을 가족과 국가가 동료로 함께 책임지는 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또 가족 안에서는 부모가 서로의 동료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업맘들은 부부간 양육 분담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공동 책임 의식'을 꼽았다.

다로 : "시어머님이 애를 봐주셨을 때도 남편이나 저 둘 중 하나는 일찍 와야 했거든요. 시어머님도 하루 종일 애랑 씨름하는 게 너무 힘드시니까 짜증을 내시거든요. 근데 남편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 거죠. 그즈음 부부싸움을 하면 제가 남편한테 "너는 직장이고 나는 알바냐? 당신이 야근을 해야 되면 나도 야근을 해야 되는 걸 왜 몰라!" 그런데 매번 자기는 정말 시간을 못 낸다는 거예요. 나도 연차가 있어서 회사에서 요구하는 책임들이 있는데 나는 항상 시간을 내야하고 남편은 그렇지 않은. 이게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엔 분담하자면서 남편이랑 실랑이 하는 게 또 싫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거의 포기한 심정이었는데 남편은 또 정반대로 도와준다고 도왔는데 몰라준다면서 서운하다는 거예요, 자기는 노력해서 그나마 집에 일찍 왔다는 거야."
햇살 : "그러니까 도와준다는 마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같이 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니가 힘드니까 내가 조금 도와줄게 이런 뉘앙스니까 둘 다 억울한 거 같아요."

대부분의 육아서는 아이의 문제를 엄마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 서점의 육아서 판매대의 모습 대부분의 육아서는 아이의 문제를 엄마의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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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을 '공동책임'으로 인식하는 것은 남성 개인의 몫을 넘어, 전 사회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한 일이다. 전업맘들은 사회가 양육을 공동체의 책임으로 제도화하기 위한 비용을 감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모성신화'로 그 결과를 여성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다로 : "보육료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린이집이 있어도 가까운 데 자리가 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고, 그마나 자리 나면 감지덕지라서 거기서 어떻게 보육을 하는지 따지면서 보낼 수가 없고. 또 회사도 그래요. 아이를 잘 키워야지 기업 입장에서도 나중에 훌륭한 인재가 들어올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회사 일만 하라고 아빠를 가정에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거니까, 이건 미래에 대해서 모른 척 하는 거죠. 이건 회사의 문제, 그러니까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부모의 문제보다 사회적 문제인 거야. 근데 거의 모든 육아서에서 부모의 문제, 특히 엄마의 문제 뭐 이러니까."

두부 : "엄마 잘못이야 그러면 '그래 내가 잘해야지' 라는 생각에 그 책을 사는 거죠. 만약 이게 아이 문제, 혹은 아빠나 회사의 문제야 이러면 그 사람들이 봐야 되는데, 안 보니까. 육아에 대한 얘기는 다 그런 식인 것 같아요. 엄마 혼자만 신경을 쓰니까, 엄마한테 잘못을 묻기가 쉬운 거지."

다로 : "문제 있는 아이에게는 문제 있는 엄마가 있다는 뉘앙스의 책들은 엄마한테 죄책감을 느끼게 하거든요. 똑같은 부모 밑에서도 사람이 다르게 자라는데, 그걸 온전히 엄마의 몫이라고 얘기를 하니까 아이에게 엄마는 항상 죄인인 거야. 그런 감정을 왜 갖게 만드는지. 그래서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도 육아서 보지 말라고 해요."

출산휴가 쓴다고 했더니 "좋겠어, 1년에 9개월씩만 근무하고"

직장에서 양육기 여성은 눈칫밥 직원이 되기 십상, 결국 선택 아닌 선택으로 전업맘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림은 릴레이 수다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담은 대안 육아서 <괜찮아>에 실린 삽화.
▲ 육아휴직에 대한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직장에서 양육기 여성은 눈칫밥 직원이 되기 십상, 결국 선택 아닌 선택으로 전업맘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림은 릴레이 수다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담은 대안 육아서 <괜찮아>에 실린 삽화.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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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회에 참여한 전업맘들도 몇 년 전에는 직장맘이었다. 양육기 여성이 일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양육기 여성이 일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운도 좋아야 한다. 친정엄마나 시어머니가 가까이 살거나 마땅한 어린이집이 집 근처에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과 맞지도 않고 미덥지도 않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안, 야근이 당연한 직장에서 '못 맞춰주는' 직원으로 받게 되는 눈칫밥, 아이를 봐주시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에 대한 부담, 생활에 여유가 없을수록 쌓이는 남편과의 갈등, 그 와중에 늘어만 가는 아이들에 대한 짜증과 자책감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일을 그만두기를 '선택'하지만 뭔가 '희생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직장을 그만둔 것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 감수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 한 '선택 아닌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부 : "저희 애들이 연년생이이라 작년에 입었던 임부복을 올해 또 입었어요. 두 번째 임부복을 회사에 입고 간 날 엘리베이터에서 상무를 만났는데 상무가 임부복을 보더니 "어? 이 사람이 일은 언제 하려고!" 딱 그러더라고요. 어떤 차장은 배가 부른 걸 보더니 출산휴가 언제 들어 가냐고 물어서 대답했더니 "좋겠어, 1년에 9개월씩만 근무하고." 이게 지나가면서 하는 얘기고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진심이 거기에 너무 담겨 있는 거예요.

그런 와중에 친정엄마가 둘째는 못 봐주시겠다고 하셨어요. 힘드시니까. 어린이집도 알아봤는데 대기자가 너무 많으니까 연락이 안 오고. 근데 첫째는 애는 돌 지나면서 자꾸 아프기 시작할 때였고, 하나는 꼬물꼬물 거리고 있으니까. 친정엄마가 저보고 일 그만두라고 그러시더라고요."

다로 : "애 때문에 저녁 일정 빠지고 그러면 시선이 곱지 않죠. 물론 배려하자고 말하지만, 그래도 급한 일이 생겼는데 나는 애를 데리러 가야 되거나, 회식 자리에 빠지는 게 몇 번 반복되면 동료들 사이에서도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눈치가 보이는 거죠. 그래서 내가 일을 계속 한다고 해도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근데 또 퇴근하고 가보면 집안은 난리가 났으니까. 나도 일 하다가 갔는데 가서 또 치워야 되는 거야. 마감이 닥치니까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가보면 집안은 막 어질러져 있고 거길 애가 비집고 누워서 자고 있어요. 그러면 나는 가서 그 시간에 그걸 또 치우고."

햇살 : "임신하고 한 6개월쯤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저한테 좀 쉬었으면 좋겠다 이런 분위기여서. 근데 애 낳고 한 3~4개월 지나니까 다시 회사 나올 수 있냐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다시 할 마음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 쪼그만 애를 보니까 고민이 되는 거예요. 그래도 일단 어린이집을 알아봤어요. 근데 그게 마땅치가 않은 거예요. 한동안 수소문을 하다가 이렇게 알아보는 시간에 그냥 내가 애를 보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근데(울먹) 그게(회사) 꿈에 가끔 나오더라고요." 

자존감 낮아질 수밖에 없는 전업맘들

직장을 그만둔 것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 감수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 한 '선택 아닌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자존감 낮아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
 직장을 그만둔 것은 양육을 여성의 몫으로 감수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 한 '선택 아닌 선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자존감 낮아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
ⓒ 동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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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족을 위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 이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집에서 노는 사람' 취급이다. 양육과 가사노동의 수고로움은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재취업을 해보려고 하면, 이제 진입할 수 있는 트랙 자체가 달라져 버린 경력 단절 여성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두부 : "제가 그만 두던 때 상사가 그랬거든요. "니가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서 너는 팀장자리를 놓치는 거야. 너 지금 그만 두지? 그럼 다시 회사 다니기 힘들다." 건설회사니까 남자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여자들이 신입으로 입사하기도 쉽지 않은데 다시 들어오기 쉽겠냐는 거죠, 그러니까 그만 두지 말라고 그랬는데…. 같이 일하던 사람이 요즘 잘 나가고 있는 걸 볼 때 저도 좀 씁쓸하죠. 나도 저기의 일원이었는데, 나만 이렇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특히 남편하고 대화할 때, 집에만 있다고 이제 나를 무시하나. 이런 생각이 은근히 들고. 근데 또 애 얼굴을 딱 보면 '너 때문에!' 이럴 수도 없고."

다로 : "너는 집에서 애기 보면서 쉬니까 좋겠다. 이런 말들이 많으니까 전업맘은 집에서 일하면서도 자존감이 낮아지잖아요. 근데 또 아이의 자존감은 세워주라고 하고. 엄마 자존감은 낮춰놓고! 자존감 낮은 엄마가 아이한테 뭘 할 수 있겠어요. 불쑥불쑥 화를 내게 되는 건 어쩌면 그런 인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직장맘은 둘 다 하느라고 직장맘대로 힘든 거고, 전업맘은 또 전업맘대로 힘든 것 같아요. 지금 여자들한테 육아를 전담시켜놨기 때문에 직장맘이든 전업맘이든 다 힘들다는 생각을 해요. 마음의 여유가 없는 한은 아이한테 질적인 뭔가를 주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햇살 : "저는 해운 쪽에서 일을 했었는데 그 일을 다시 할 수는 없어요. 신입도 여자를 많이 안 뽑는데 팀장급으로 갈수록 여자가 더 줄어들거든요. 그런 와중에 저는 일을 하다가 중단한 거니까 가능성이 없죠. 최근에 뭐라도 일을 할까 싶어서 알바를 찾아 봤어요. 내가 원하는 시간은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거든요. 애들이 있으니까. 시간이 맞는 데가 콜센터 안내원이더라고요. 그래도 어쨌든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가서 업무를 배웠어요. 예전 경력 다 무시되고 완전 사회 초년생처럼 배우는 거예요.

전화 상담 하는 일인데 영업직 아니니까 업무 스트레스 없다고 그랬는데 알고 보니까 다 영업이었어요. 한 건 당 얼마 이렇게 얘기하니까. 또 원래는 4시간 하기로 했는데  건수를 못 올리면 6시까지 두 시간을 더 잡아 놓고. 시간제 일자리라는 게 상황이 이런 거구나 싶으면서, 내 경력이 이제 완전 밑바닥이라는 게 실감이 났어요. 자괴감을 한 번 더 느끼면서 그냥 그만 뒀죠. 그러니까 신랑이 농담처럼 '니가 배가 불렀구나?' 그러더라고요. 나는 너무 충격인데."

사회가 전체적으로 퇴근 빨리 하는 문화가 된다면...

<괜찮아>는 어떤 책?

ⓒ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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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는 릴레이 수다회 <가장 사소한, 가장 절실한>에서 나눴던 속깊은 고민들, 공감과 성토, 생활의 지혜들을 모아 한국여성민우회가 만든  대안 육아서입니다.

뽀로로, 마이쮸, 법륜스님, 김 후라이, 잘 쉬다 왔어?, ADHD, 밥 줘, 엄마 나 혼자 잘래, 수족구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 우리들의 일상다반사 2013 양육 생활 백서를 시작으로 애 좀 키워봤다는 언니들의 육아상담 내용이 실렸습니다.

또 양육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육아를 엄마의 일로만 만들어 버리는 양육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을 보육 전문가들이 검증하는 전문가 상담 코너, 육아 카더라 코너도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하세요. 이북(e-book)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육이 엄마 혼자만의 희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 세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상보육정책은 보육을 보편적인 복지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모두의 의견이었다. 아이 키우는 이들의 삶이 녹아있는 이 이야기들이 대안적인 보육정책을 위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사회 전체적으로 퇴근만 좀 일찍 하면 모든 게 다 해결 될 것 같아요. 그럼 인원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일자리도 더 많아질 거고, 애 때문에 직장 그만두는 여자들도 줄어들 거 같고.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 애들도 엄마, 아빠와 같이 있을 시간이 있을 거고. 저녁 같이 먹을 시간도 생기고요. 저녁을 같이 먹는 게 되게 중요한데, 사실 대부분 엄마랑 애들만 같이 먹거든요."


"지금 보내는 어린이집은 구립이고 공동육아에 위탁을 한 어린이집이거든요. 운이 좋아서 여기가 걸린 건데(웃음). 부모들한테 어린이집 사정을 공개를 하니까 뉴스에 나오는 그런 어린이집이랑 다른 걸 확실히 느껴요. 부모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 재정 공개도 하는데 재정 보면 식비가 엄청나지만 생협에서 배송해서 와서 애들을 잘 먹이고 있어서 그런 걸 이해하게 되고. 또 보통 어린이집이 현관에서 애 들여보내고 데리고 가게 하면서 안을 못 보게 하잖아요. 근데 여기는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서 애들 노는 걸 볼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안심이 되죠. 어린이집이 열려야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남자가 온전히 혼자서 애를 돌보는 기간을 법적으로 정해야 돼!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남자들 육아휴직 많이 쓰게 하는 제도 같은 거 외국에는 있잖아요. 그래서 한 번 겪어봐야 돼. 겪어보면 아 이게 아니구나. 내가 많이 해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할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보다 자세한 내용이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실렸음을 밝힙니다.



태그:#한국여성민우회, #육아, #육아서, #전업맘, #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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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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