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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천어 자동 낚시대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 자동 낚시대가 등장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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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기하다. 이거 어떻게 만들었지?"

지난 9일, 화천에서 열리는 산천어축제장 상류에 위치한 예약낚시터. 얼음위에서 자동으로 고패질(낚시대를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행위)을 하는 조그만 기계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신기하다는 듯 들여다보는 아이들과 '어이없다'는 어른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자동 낚시대. 낚시틀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작자인 화천군청 기획감사실 길상수 주무관은 '자동 낚시대'라고 우긴다.

"집에서 쓰던 드릴에 톱니바퀴 연결너트를 이용해 낚시대를 연결했어요."

길 주무관은 질문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설명을 해준다. 덧붙여 나무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케이스를 스치로폼으로 했는데 친환경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자칫 기술의 노하우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가리는 용도이지 별 의미는 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설치를 하면 됩니다" 산천어 자동낚시대 개발자인 길상수 주무관은 직접 설치 시범을 보였다.
 "이렇게 설치를 하면 됩니다" 산천어 자동낚시대 개발자인 길상수 주무관은 직접 설치 시범을 보였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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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낚시에 관심이 많았던 길상수 주무관은 산천어 낚시터에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축제 개최 20일 전에 설계를 마치고 보름간 제작에 착수했다. 낚시대가 위 아래가 아닌 좌우로 움직이는 현상도 바로잡았다. 보다 더 과학적인 방법에 몰두한 끝에 낚시대의 동작 속도 조절도 가능하도록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산천어 자동 낚시대, SNS 반응은?

"우리과 길상수 주무관이 개발한 자동 산천어 낚시대... 특허 등록 한다는데 망할 거 같음 ㅋㅋㅋ"

위 내용과 함께 동영상을 페이북에 올렸다. 반응은 참 다양했다. '낚시는 손맛인데, 틀림없이 망한다에 한표 추가' '개그소재로는 대박' '발명은 생활속 불편함에서 온다더니 아이디어는 최고다' '그나마 특허 출원비라도 아끼는 게 좋을 거 같다' 등 수십 건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잡았느냐?'는 질문이었다. 역시 기계로 산천어를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사람이 아닌 기계가 손맛을 본다

산천어 자동 낚시대를 개발한 길상수 주무관
 산천어 자동 낚시대를 개발한 길상수 주무관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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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발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길상수 주무관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많은 사람들이 낚시는 손맛이라고 말한다. 이 기계는 누구를 위한 건가?
"낚시터를 보면 한동안 산천어가 잡히지 않으면 딴전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낚시는 끈기다. 그런 사람들은 이 기계를 설치해 놓고 딴 짓을 해도 된다. 또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나 잠시 자리를 비울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특허를 내도 될 정도로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제작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솔직히 낚시터를 보면 적막할 정도로 모두 낚시에만 열중한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이벤트를 생각했다. 산천어 낚시와 관계된 것을 구상하다가 자동 낚시대를 만들었다. 퇴근 후 보름 정도 틈틈이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즐거운 마음이었다. 제작비용은 대략 10만 원 정도 든 것 같다."

- 산천어가 낚였는지는 어떻게 판단하나?
"다소 원시적일지 모르지만 낚시대가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갑자기 불규칙적이 되면 물렸다고 보면 된다. 그럴 때 얼른 끌어 올리면 된다."

- 산천어 자동 낚시대. 견고하게는 보이는데 조금 단조롭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 처음 등장을 시켰는데, 아이들의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수달 모양의 캐릭터를 생각하고 있다. 수달이 산천어를 잡는 콘셉트이면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 (이 낚시대의)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배터리 문제다. 춥기 때문에 1시간이면 방전된다. 그래서 두 개의 배터리를 준비해 번갈아 충전하고 있는데, 사실 불편하다. 또 산천어가 잡혔을 때 낚시대의 불규칙한 동작으로 판단하는 것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벨이나 방울을 다는 방법도 구상 중이다."

-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렸더니, '잡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제일 많았다.
"딱 한 마리 잡았다. 그런데 에러가 더 많았다. 왜냐면 물고기가 걸렸을 경우 강한 챔질이 필요한데 이 기계는 그걸 모른다. 분석해 보니까 물고기가 물었어도 강한 챔질이 없다면 성공률은 20%미만으로 보인다."

- 다수의 사람들이 '특허로 등록하면 망한다'에 동조했다
"애초에 특허엔 관심도 없었다. 순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낚시는 손맛이다. '등록을 하면 망한다'에 나도 한표 추가한다.(웃음)"

산천어축제 예약 낚시터엔 평일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산천어축제 예약 낚시터엔 평일에도 수천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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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개막 10일째인 10일. 36만5300명의 관광객이 화천을 찾았다. 즐거우니까 축제다. 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선사하겠다"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축제, #화천, #길상수, #산천어 자동 낚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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