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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The Philosopher says

철학이란 거, 그거 참 말 그대로 고상해 보이는데, 철학, 그거 참 곰곰히 생각해보면 삶이 없으면 그것도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삶이 즐거워서든 슬퍼서든 좋아서든 싫어서든 숨이란 걸 들이쉬며 내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철학, 그런 삶들이 있으니까 철학 그것도 있는 것 아니겠나 생각한다.

흔히 '왜'를 묻는 게 철학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여러 삶이 다양하게 얽혀 돌아가는 세상 그리고 사람을 보며 이 삶은 왜 이렇고 저 삶은 왜 저런가를 묻다보면 거기서 바로 '삶은 왜 이러이러 한가?'를 묻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삶이란 이런 거다'라고 읊게 된다. 철학, 그 기초엔 늘 뭐 대단한 게 있든 없는 간에 여하튼 삶이란 게 있다.

철학자, 삶을 살다
The Philosopher lives

대단할 건 없고, 그저 철학이란 게 바로 흘러가는 삶을 괜히 한 번 더 붙잡아두고 가만히 또는 깊이 들여다보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 책 제목을 내 나름대로 조금 바꾸어 봤다. 그런데 철학, 거기서 내 삶은 어떤 모양 어떤 얼굴로 드러나는지 문득 궁금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내 자신이 궁금해하는 중이다. 내가 나를 묻는, 내 삶을 내 자신이 궁금해하는 그 곳, 거기서 철학은 생각을 만나 사상이 되는가 하고 물어본다.

흘러가는 강물처럼 그저 흘러가버리고 말 시간 속 삶을 붙잡아 시공간을 살다 간 '바로 그 무엇 또는 바로 그 누구'를 콕 짚어주는 철학, 삶을 붙잡아 말 걸어주고 말 입혀주는 그런 짧고도 뜻있는 짧은 말들을 붙잡아들여 모아놓은 이 책.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는 서로 섞여 그렇게 흘러가버리고 말 삶에 말을 입혀주어 소리 내게 도와주는 그런 책이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책이라면서도 그렇기에 다른 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데, 그런 점에서 나는 그가 찾는 독자로서 이 책을 보는 셈이다. 철학, 나를 묻는다.

아는 바를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그것이 앎이다.
- 공자(BC 551~ BC 479)

권력이라는 정치적 관계는
착취하는 경제적 관계에 선행하며
그것을 만들어낸다.
소외는 경제적 소외이기 이전에 정치적 소외다.
권력은 노동에 선행하며,
경제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의 파생물이고,
국가의 생성이 계급의 출현을 규정한다.
- 클라스트르(1934~1977)

우리는 의사소통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모든 고귀한 영혼은 작은 회의나 학회 혹은
단순한 대담이 제안될 때마다
멀리 도망가고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 질 들뢰즈(1925~1995)

꼭, 일부러, 반드시 물어봐야겠다고 해서 그런게 아니고 철학이란 게 삶이라는 땅 위에 발 딛고 서서 심지어는 삶을 헤집고 다니면서 태어나고 자라고 움직이는 그런 것이기에 철학은 곧 삶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을 모르는, 그러니까 세상을 이루는 이러저러한 삶들에 대해 예의바른 귀기울임과 정성스런 마주함을 모르는 사람이 사람을 멀찍이 별 상관 없는 일인 듯이 내려다보는 곳에 서 있으면 세상 참 이름 없는 삶들의 쓸데 없는 불량한(!?) 몸짓처럼 보일 것 같다. 그런데, 삶이란 게 어디 멀찍이서 보고 만다고 알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왜 철학은 '왜'를 묻나?

철학자의 할 일, 그러니까 삶이란 것을 좀 말해보겠다는 사람 그리고 각기 아름다운 여러 삶에 대해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과 기준을 들이대보겠다는 사람은 말과 삶 사이에 얼마나 많은 주고받음이 있어야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그러니까, 자기 삶 자기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고 한다면 그래서 자기 삶이든 다른 이 삶이든 삶을 붙잡아 이름을 주려한다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삶을 붙잡아매는 그대는 지금 어떤 삶에서 태어나 어떤 삶을 붙여 살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삶이 삶을 만나 모양을 내고 소리를 내 세상에 흔적을 남기니 그것이 역사가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철학 아니 삶을 잠시 이 책을 빌어 생각해봤다.

우리는 결코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백지가 아니다.
우리는 중간으로 미끄러져서 들어간다.
우리는 리듬들을 취하거나 아니면
리듬들을 부여하기도 한다.
- 질 들뢰즈(1925~1995)

철학자가
자신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소명을 받았다면,
그의 과제는 비판적 의미에서 그 이상의 것이다.
즉 살아온 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 페터 슬로터다이크(1947~ )

덧붙이는 글 |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강신주 엮음. 토트, 2013. 1만3천원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강신주 엮음, 토트(2013)


태그:#강신주, #철학자, 철학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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