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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의 시골마을 풍경.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페루의 시골마을 풍경. (2011년 5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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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우유니 소금사막이 속하고 있는 알티플라노의 고원지역은 대부분 해발고도가 3천미터 이상이기 때문에 이방인들은 고산병증세를 경험하게 된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미식거리며 몸을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지는 증세를 느끼는데 이때 현지인들이 권하는 민간처방이 마른 코카 잎을 씹는 것이었다.

보통의 나뭇잎을 말린 것 같은 모양의 코카 잎은 그 자체로 특별한 맛은 없으나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약간 미묘한 통증완화 효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볼리비아에서는 코카 잎으로 만든 사탕과 코카차 등 여러 가지로 활용하여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코카 잎이 배고픔도 잊게 해준다고 해서 포토시 같은 곳의 광산에서는 가혹한 노동을 하는 광부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볼리비아 라파스시내에서 코카잎을 파는 노점상인들 .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볼리비아 라파스시내에서 코카잎을 파는 노점상인들 . (2011년 5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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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 잎은 코카나무의 종류에 따라 성분이 조금씩 다르지만, 볼리비아와 페루의 원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카나무 잎에는 코카인 성분이 1% 남짓 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심각한 중독 현상을 일으키지 않으나 코카 잎에서 코카인만 추출해 섭취했을 경우에는 통상적인 마약으로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한다.

코카나무는 코카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관목으로 남미에서는 주로 페루와 볼리비아 등지에서 자생하며 농민들에 의하여 대량으로 재배도 한다. 많은 종류 중에서도 우라누코 코카나무와 트루히요 코카나무가 대표적으로 재배되는 종류이다. 코카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 모양이며 흰색의 작은 꽃이 피었다가 붉은색 열매가 맺힌다. 코카나무의 말린 잎에는 트로파코카인과 하이그린 같은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

페루의 시골마을 풍경. (2011년 5월사진)
▲ 코카나무 페루의 시골마을 풍경. (2011년 5월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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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차는 우리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차이지만, 안데스 지방 사람들에게는 커피처럼 시시때때로 마시는 기호식품과도 같은 것이다. 안데스의 고산지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고산병과 두통에 효과가 좋고 배고픔과 육체적 피로를 잊게 해주는 각성효과도 있어 척박한 안데스 지방 사람들이 예전부터 널리 애용하고 있는 전통음료이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남미 관련 다큐멘터리나 여행 프로그램에서 코카 잎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인디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말린 코카 잎을 입 안 가득 넣고 우물우물 껌 씹듯이 먹는 것을 보는 것도 중남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코카 잎은 원주민들에게는 신성한 풀로 인식되어 있어 종교의식에도 사용되었는데 지금도 볼리비아에서는 코카 잎을 이용해 차, 술, 식용분말, 치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류가 코카인 성분의 효능을 이용한 시기는 아주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00년 전에 생존했던 것으로 알려진 안데스 지방의 미라에서 부장품으로 코카 잎이 같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잉카 제국시절에는 코카인의 국부 마취 효능을 이용하여 간질 환자의 뇌수술도 행하여 진 것을 남아있는 미라의 수술흔적이 있는 두개골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페루 친체로 마을에서 코카차를 만드는 모습.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페루 친체로 마을에서 코카차를 만드는 모습. (2011년 5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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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 잎을 씹는 것과 같은 행위는 민간요법처럼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도 안데스 지방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소비되는 코카인의 대부분이 중남미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이들 코카인 생산지역이 반정부 단체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용이하지 않다고 한다.

볼리비아는 콜롬비아와 페루에 이어 세계 3위 코카 잎 생산국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코카 재배를 억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도 민간에 만연한 코카 소비를 통제할 뚜렷한 방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6년에 취임한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코카 재배 양성화 정책을 취했으며 이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코카인 생산, 유통을 확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코카잎의 마취효과로 뇌수술을 한 잉카시대의 미라.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코카잎의 마취효과로 뇌수술을 한 잉카시대의 미라. (2011년 5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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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 재배 농부 출신이기도 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은 코카잎 생산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유엔총회 현장에서 코카 잎을 씹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랄레스 대통령의 코카 재배 양성화 정책은 미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는 요인이 되었다. 이와 같이 많은 문제가 산적한 코카나무 잎이지만, 남미의 원주민 인디오들에게는 그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만병통치약일 뿐이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코카잎을 파는 노점들.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코카잎을 파는 노점들. (2011년 5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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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원주민 인디오 소녀. (2011년 5월 사진)
▲ 코카나무 페루 원주민 인디오 소녀. (2011년 5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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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카, #라파스, #볼리비아, #페루, #모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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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의 니나 또는 슈타인처럼, 여행과 사진 그리고 건축, 머나먼 이베리아 반도의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숭산 스님의 선의 나침반, 수타니파타의 그물에 걸리지않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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