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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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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들이 새해 초반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통일은 대박이다"는 말은 중앙대 신창민 교수가 2012년에 펴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1997년에는 경영학자가 쓴 <통일맞이 돈만들기>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통일을 '대박', '돈만들기'하고 연결 시키는 것을 천박하거나 속물적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동안 통일 담론은 고상한 언어로 민족의 공동번영을 전망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전망들에 대해서 추상적이어서 통일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분단 비용에 대한 우려는 많이 있는 반면에 '통일의 편익'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통일맞이 돈만들기> 같은 책은 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통일이 일반국민들의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고 말하는 것은 대통령의 언어다운 품격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통일을 북한에 대한 자원약탈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라는 실랄한 비판도 있다.

"통일은 대박" 대통령 말은 맞지만...

하지만 '퍼주기 프레임'과 '종북 프레임'으로 통일에 대한 피로감이 증대하고 있고, 통일NGO들도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통일이 주는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이 확산될 때 통일은 스트레스 없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말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다시 한 번 다지는 좋은 계기다.

통일은 분명 대박이다. 그러나 요행수는 아니다. 통일은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준비의 결과로서 통일은 대박이 되는 것이다. 대박만 노리고 통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재앙을 불러온다. 통일은 대박이 맞지만, 준비 없는 통일이 재앙인 것도 분명하다. 따라서 통일을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긴 과정으로 바라보고 이를 꾸준히 준비하는 것이 통일을 대박으로 만드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서는 '프로세스'가 없다는 비판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했다. 업그레이드의 방향은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일회적 이벤트는 정치적 과시에 불과하다.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고, 그 목표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절차와 수단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연합 → 통일'이라는 3단계를 거치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다.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에서 기본틀이 마련되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이를 계승했다. 이러한 정부 공식 통일방안에 따른다면 화해협력을 위한 절차를 만들고 이를 실행하면서 신뢰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신뢰를 다지기 위한 수단과 절차를 마련하면서 남북화해협력으로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에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행동이 바로 수단과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에서도 4항에서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고 약속하고 있다. 경제협력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협력을 신뢰를 위한 프로세스로 제시했던 것이다.

독일의 경우만 하더라도 사민당의 브란트 총리가 제안한 것을 독일의 역대정부가 정권이 바뀌어도 20여 년 동안 꾸준히 추진하여 마침내 기민당의 콜 수상 시절에 독일통일을 이루게 된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 단기적으로는 통일의 후유증을 앓았다. 하지만 오늘날 독일은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유럽에서 나홀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독일 통일은 대박이었다. 독일이 통일에서 대박을 이루어서 오늘날 유럽의 맹주로 우뚝 선 것은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동방정책을 추진한 결과였다.

'퍼주기' 논란은 이제 그만

중국은 지금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를 비롯한 자원확보와 철도와 같은 물류연결을 통해서 한국경제의 도약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북방대륙경제로 진출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저성장의 덫에 결려 있는 세계경제의 환경 속에서 한국경제의 활로를 보장해줄 것이다.

북방대륙경제로 진출은 북한을 통해서 가능하다. 북한은 북방대륙경제로 진출하는 발판이다. 우리의 서해안 지역과 그리고 중국의 상하이 등 황해권을 묶어서 환황해경제권을 만들자는 구상도 실현가능하다. 부산 우란 등 동남권과 강원도 등 우리의 동해지역과 북한의 금강산, 나선지역 그리고 중국의 동북3성, 시베리아를 연결하자는 구상이 환동해경제권이다. 환동해경제권도 환황해경제권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한국경제에 신성장동력을 제공해줄 것이다. 한국경제가 4만불 시대로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개척해야 할 영역이다.  이 모두 북한을 발판으로 했을 때 가능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전략에 입각해서 북한에 접근하는 대북정책을 펼쳤다. 철도를 연결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민족 공동의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접근은 퍼주기로 매도되었다.

통일은 대박이지만 투자가 없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박을 이루기 위한 투자를 '퍼주기' 같은 정치적인 논란거리로 만들기 보다는 국민적인 합의를 통해서 대북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그 방향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이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13년 9월 22일 오후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발표로 금강산에 체류중이던 선발대와 이산가족면회소 시설보수인력 등 75명을 태운 차량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22일 오후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발표로 금강산에 체류중이던 선발대와 이산가족면회소 시설보수인력 등 75명을 태운 차량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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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프레임'이나 '종북 프레임' 같이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구태를 단절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과 같이 이산가족 상봉을 남북관계 개선의 첫출발로 삼아야 한다. 이산가족은 우리에게는 인도주의 사안이지만 북한에게는 인도주의라기보다는 체제 문제가 된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에 호적이 손실되어 호적제도는 사실상 폐지되었다. 북한은 행정전산망이 구축되지도 않아서 한국 전쟁 이전의 이산가족들을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월남자 가족들은 이산가족 상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서 이른바 자유의 바람이 들어오는 것도 체제부담이 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 이런 취약점을 안고 있다면 반대로 우리에게는 인도주의 문제라는 명분축적과 함께 북한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산가족의 상봉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결코 주저할 필요가 없는 노릇이다.

지난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적이 있으므로 치밀하게 준비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데 작년에 논란이 되었던 상봉장소는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도 정부가 망설일 이유가 없다. 금강산과 설악산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했던 'DMZ 국제평화공원'을 조성하여 금강산 관광을 'DMZ 국제평화공원'으로 다시 연결시키는 연쇄연계전략을 세우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창수님은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이며 통일맞이 정책실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일 대박, #독일 통일, #이산가족, #금강산 관광, #한반도신뢰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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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서로 어울리는 것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어울릴 때 우리는 평화를 발견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평화이고 통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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