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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업단지 부평공단에 있는 한국샤프 전경. 한 때는 이 공장에 14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했지만 지금은 160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 3월이면 문을 닫는다.
▲ 한국샤프 국가산업단지 부평공단에 있는 한국샤프 전경. 한 때는 이 공장에 14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했지만 지금은 160여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 3월이면 문을 닫는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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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공단의 한국샤프(대표이사 최광덕ㆍ67)가 40년 역사를 뒤로하고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공장은 내년 3월 봄까지 가동될 예정이다.

한국샤프는 자본금 14억원에 불과하지만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 매출액 1400억원을 기록하고 내로라하는 수출상을 거머쥐며 1400여 명을 고용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 견인차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160여 명만이 일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샤프만큼 시대 변화의 흐름을 많이 탄 곳도 없다. 1973년 현 공장(=청천동)에서 조업을 시작했다. 70년대 전자계산기, 80년대 초 오디오와 컴포넌트, 80년대 후반 전자타자기와 전화기를 생산했다. 90년대 초 전자수첩과 금전등록기, 90년대 후반 전자사전과 고급금전등록기(PC POS)를 생산했다.

70년대는 상가에서 사용하던 큼지막한 탁상용 전자계산기가 주력 상품이었다. 그 뒤 계산기 몸집을 줄이는 것으로, 건전지를 태양열로 바꾸는 식으로, 공학용 계산기로 발전해갔다. 공학용 계산기는 공대생의 필수품이었다. 전자계산기나 전동타자기 등은 90년대 컴퓨터 보급과 더불어 밀려났다.

한때 전자수첩 이 졸업ㆍ입학선물로 인기를 누렸으나, 얼마 안 돼 스마트폰의 등장에 밀려나고 말았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자식 금전등록기(ECRㆍPOSㆍHT)를 생산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다. 그렇게 40년을 이어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샤프가 문을 닫게 된 것은 변화한 산업구조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금을 비롯한 제반 생산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 생산으로 옮겨가야했다. 그러나 한국샤프는 단순조립에만 의존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채 단순조립 공장으로 전락해 더 이상 임금 등 생산비용 상승분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최광덕 대표이사는 한국샤프 창업 때부터 몸담고 있는 한국샤프의 산증인이다. 직원으로 시작해 대표이사까지 맡았다. 최 대표이사는 한국샤프를 경영하면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간 부평구경영자협의회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시사인천>과의 전화통화에서 "회사 경영지표를 볼 때 주주들이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한국샤프에서 일했고, 한국샤프를 아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일본샤프, 모든 권한 포기... 노사, 자산매각 협상 진행

한국샤프는 지난해 매출 474억 7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 이익은 34억 5780만원을 기록했고, 여기서 임금과 각종 관리비를 제한 영업이익은 1억 7240만원이었다. 영업외수익은 11억 9030만원, 영업외비용은 12억 8720만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7556만원을 기록했다.

앞서 2011년 당기순손실액은 17억 3360만원으로 회사 자본금 14억원에 육박했다. 한국샤프의 적자는 2007년 무렵부터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지분 50%를 지닌 일본샤프가 그동안 적자 분을 보전해줬는데, 일본샤프도 더 이상 한국샤프를 운영하는 것이 채산성이 없다고 보고 손을 떼기로 했다. 이에 한국샤프 경영진과 한국 주주, 일본 주주는 올해 초 회사를 청산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사 경영이 악화되자 한국샤프 주주와 경영진은 회사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사 쪽을 대표해 최 대표이사가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했다. 노사 협의 후 회사 청산 여부를 묻는 투표에 전체 직원 160여명 중 142명이 참여해, 124명이 청산하는 것에 동의했다.

자본금 14억원 중 50%를 지닌 일본샤프는 자신의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 주주와 노동조합 간 청산절차다.

2012년 12월 기준 재무제표상 한국샤프의 자산은 141억 9820만원으로 이중 유동자산은 118억 2560만원(당좌자산 64억 6670만원, 재고자산 53억 5890만원)이고, 비유동자산은 23억 7250만원이다. 부채는 135억 5170만원이며, 이중 유동부채는 126억 1820만원이고 비유동부채는 9억 3350만원이다.

체불임금은 없는 상태에다 청산절차 시 퇴직금 지급에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샤프가 지닌 실질적인 채무는 약 8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산을 매각해 이 채무를 갚을 예정이다.

한국샤프의 가장 큰 자산은 약 1만㎡에 달하는 토지다. 주변지역 토지 매매가격은 3.3㎡당 550만원 안팎이다. 토지가격이 약 171억 6000만원이 된다.

토지가 시중 거래가격으로 매각되면, 일본주주가 모든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채무 80억원을 갚고 약 91억원이 남는다.

최 대표이사는 "자산매각 협상은 주주와 직원들 간 협상이다. 경영자로 일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사실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곤란하다. 그래도 1월 중 협상을 타결 지을 계획"이라며 "그러면 1~2월 공장청산을 준비하고 3월께 한국샤프는 역사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샤프, #산업단지구조고도화, #부평공단, #임금, #산업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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