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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유례없는 위헌정당 해산심판 절차의 막이 올랐다. 헌법재판소(주심 이정미 재판관)는 24일 오후 통합진보당(진보당)을 대상으로 한 정당해산심판과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관련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한국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임에도 이날 법정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었다. 진보당 지지자와 보수단체회원들이 법원 앞에서 밤을 새가며 방청권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내란음모사건' 첫 재판과 달리 24일 헌재 소심판정 일반 방청석 10석에는 미리 신청한 세 사람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헌재 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이나 집회, 1인 시위도 없었다.

하지만 청구인과 법무부와 피청구인 진보당의 법률 대리인들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양쪽은 미리 제출한 서류의 서명 날인 등 작은 절차도 꼼꼼하게 챙기며 상대방에게 허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전담팀(TF)' 팀장이었던 정점식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진보당 변호인단 대표인 김선수 변호사는 각각 15분씩 주어진 진술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진보당은 위헌적... 해산돼야"  vs "평가는 국민에게 맡겨야 성숙한 사회"

포문은 정점식 기획부장이 열었다. 그는 11월 5일 정당해산심판 청구 소식을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 북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위헌적 활동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진보당이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위헌적 활동을 벌였다며 심판 대상에 민노당을 넣어야 하고,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지하조직 RO'의 내란음모 등 당원들의 개별 행위 역시 진보당 전체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정 기획부장은 재판부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만큼 국고보조금 수령, 소속 국회의원직 정지 등 모든 정당 활동을 정지해달라고 한 가처분 신청 역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김선수 변호사는 정부의 모든 주장을 반박하며 '기각'을 주장했다. 그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의 필수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 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고, 긴급 안건으로 처리돼 국무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당시 절차를 문제삼았다. 진보당 강령 등이 '북 지령에 따른 것'이라는 법무부 주장도 "비약"이며 RO의 실체 여부를 떠나 '개별 당원의 행위=진보당 전체 행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끝으로 "피청구인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는 게 성숙한 민주사회의 모습"라며 진술을 마쳤다.

헌재는 이날 ▲ 민노당 활동 시기의 심판 대상 포함 여부 ▲ 정당해산 청구 절차의 적법성 ▲ 개별 당원의 활동과 RO 활동을 정당 전체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 '민주적 기본질서'의 의미와 정당해산 결정에 따라 의원직 상실을 결정할 수 있는지 등을 쟁점으로 정리했다. 법률상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가처분 인용 절차의 법적 근거, 정족수 등도 포함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렸던 증거조사 절차는 '민사소송법 규정을 따라야 한다'던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진보당 쪽은 그동안 형사소송법에 따라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만 증거능력을 인정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기존 관행과 전원재판부 논의 등을 감안, 양쪽이 자유롭게 증거를 제출하고 법원이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민사소송법을 따르기로 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6일까지 추가 자료와 증인 명단 등을 제출받기로 한 뒤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첫 변론준비기일을 끝냈다. 2차 변론준비기일은 1월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태그:#통합진보당,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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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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