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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제1비서', 공식적으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다. 즉, 당과 국가 그리고 군대의 최고 지위를 모두 겸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제1비서는 1984년 1월 8일생으로 아직 만으로 30세에 이르지 못한 약관 29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보수 언론을 비롯한 많은 외신들이 김 제1비서가 국정 경험이 부족한 탓에 좌충우돌의 도발적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기사들을 은근히 뒷받침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또한, 이는 김정은 제1비서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이후에 3대 세습을 위해 불가피하게 지도자로 채택되었으며, 이에 따른 정권 불안정이 심각하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에서 장성택 처형이라는 가변적인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김정은 제1비서 체제에 대한 불안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 제1비서는 준비 없이 급조된 인물이며 이에 따라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은 상존해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 현 제1비서에게로 권력 이양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외부 세계에서는 김정은의 이름이 김정운으로 알려질 만큼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 이런 북한 사회 내부에 대한 정보 부족이 지금도 체제 불안정성을 주장하는 역설적인 근거가 되기도 한다.

김정일 쓰러지기 전에 후계 구도 확정... 이후 공고화 작업 진행

2008년 여름(8월 17일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는 그 다음 달 9월 9일에 열린 북한 건국절 행사마저 불참하면서 추후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장 북한 노동당 관료 등 지배 세력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건강이 김일성 주석만큼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최고 지도자의 부재는 최악의 비상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기에 북한 지배 세력은 치열한 내부 토론과 결론을 통해, 이른바 후계자 선정 작업이 아니라 김정은의 후계자 확정 작업을 확립했다. 따라서 그동안 장남 김정남이 후계자 대열에서 완전히 이탈한 이후 스위스 유학을 거쳐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하는 등(일부에서는 통학이 아니라 개인 비밀 교습이었다고 주장함) 나름의 후계자 준비를 하고 있던 김정은이 북한 노동당 등 지배 세력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정권의 후계자로 확립됐다.

역설적으로 당시 이러한 후계자 확정 작업에는 지금 처형된 장성택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추후 건강을 다소 회복한 김정일 위원장도 자신이 건강할 때 3대 세습에 대해 다소 미지근하던 태도를 버리고, 그해 말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인정하며 현지 지도 동행 등 정치권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북한 노동당 지배 세력은 이러한 후계자 확정 사실을 외부적으로는 대외비에 부쳤으나, 2009년 초부터 각 내부 조직을 통해 전파했으며 김정은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본격적인 사상 강화 작업을 펼쳤다. 이때 당 내부 조직을 따라 배포된 노래가 이른바 '발걸음'이며 이는 김정은을 '청년 대장 동지'로 북한을 이끌어갈 지도자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 작업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은 한참 후인 2009년 9월 18일, 대만의 사진작가인 '후앙 한밍(hanming huang)'이 북한 원산 지역을 여행하면서 찍은 북한의 선전 벽화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벽보에는 '발걸음'이라는 청년 대장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 가사와 함께 "백두혈통을 이은 청년 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2009년 9월 18일 북한 원산에서 촬영된 선전벽보.
 2009년 9월 18일 북한 원산에서 촬영된 선전벽보.
ⓒ 플리커(Flickr)닷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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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초, 이미 '백두 혈통을 이은' 문구 등장... 세습 명분 정당화 작업 진행

이 벽화는 앞서 그 해 4월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당시 보도에서는 '청년 대장 동지'라는 문구에 주목하여 북한이 김정은의 세습을 공식화하였다고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장성택이 처형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바로 "백두 혈통을 이은"이라는 문구가 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장성택 처형 이후 현재 더욱 중요하게 선전하고 있는 '백두 혈통'이 이미 이 시기에 중요한 후계자 확립 논거로 채택되었다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해 명분론을 포함한 후계자 확립 작업을 마쳤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렇게 김정은의 후계자 확립과 최고 지도자로서의 확고한 등장은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끝을 내었다. 이에 더해 김 국방위원장은 2010년 8월 26부터 4박 5일간의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앞서 3달 전인 5월에도 방중한 적이 있었고 방중 당일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터라 언론에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이는 김 국방위원장 생전의 마지막 중국 방문이 되었다.

이 시기의 방중은 김 국방위원장이 마치 그가 자신의 임박한 죽임이라도 예언한 듯 철저히 김정은 후계자 확립을 위한 방문이었다. 그는 방중 기간에도 "대를 이어 북·중 친선을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동북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북·중 친선은 역사의 풍파와 시련을 이겨낸 친선으로 세대가 바뀌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분명한 의지로 중국 측에 김정은 후계 체제의 확정을 통보했다.

또한, 방중 마지막 날에는 역시 언론들의 예측을 따돌리고 중국에 소재한 이른바 김일성 주석의 혁명 유적지를 김정은 현 제1비서와 둘러보았다(물론 현재까지 당시 방중에 김 제1비서가 동행했다는 공식적인 확인은 북한이나 중국 측이 하고 있지 않다). 이른바 '백두 혈통 순례'를 단행했던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마지막 방중 "후계자 중국 통보"와 "백두 혈통 순례"

이날 김 국방위원장은 김 주석의 모교인 위원 중학교(지린성 지린시 소재)와 김 주석의 항일 유적지인 동북항일연군 기념관(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소재) 등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중국 방문 한 달 후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했고 44년 만에 조선로동당 대표자회를 소집해 김정은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추대했다. 바로 연이어진 이러한 사실을 통해서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중국에 후계자를 통보함과 동시에 '백두 혈통'의 계승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즉, 김정은 현 제1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 후계자로 확립되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김 국방위원장 생전에 모든 절차와 과정이 끝나 있었다. 따라서 김 국방위원장 사후 그가 제1비서직과 국방위 제1부위원장, 최고사령관 직을 통해 명실상부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것은 이미 이러한 준비 과정에 기반을 둔 당연한 절차이자 수순이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김정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이미 철저하게 후계자로 준비 작업을 해왔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2002년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게 하면서 철저하게 북한에 대한 공부와 후계자 수업이라고 볼 수 있는 학습을 지시한 것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고 알려졌다.

또한, 미국의 전직 북한 관련 정보 계통 인사인 제임스 처치도 2011년 12월 28일, 북한 관련 누리집인 '38노스'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은 이미 김정일이 2008년 7월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부터 후계자 수업을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이미 2008년 초반부터 김정은을 띄우는 작업을 시작했고 주요 당 간부들도 이 같은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다"고 당시 미 정보기관들은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후계자에 대한 플랜(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차분하게 추진해 왔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쓰러지자 후계 구도를 확정 지었으며 김 위원장 생전에 권력 절차를 포함한 모든 구도를 완성해 놓았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분석은 최근 장성택 처형과 관련하여 북한에서의 장성택의 역할에 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성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김정은의 권력 체제 확립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고 이에 따른 권력 강화와 견제가 실각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역할은 이미 그 이전인 김정일 위원장 생전에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되는 데서 끝났다고 볼 수가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 사후에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생겨날 필요성도 없었다.

이미 역할 끝난 장성택 실각에 '북한 불안정성' 확대하는 언론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19일 자 보도에서 김 위원장 사후 북한 권력의 향배와 관련해 "그동안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보도한 것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 매체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도 여러 차례 만났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을 앓은 이후 그를 대신한 권력자이자 갑작스러운 지도부 공백 시에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도와주는 인물로 부상했으나, 최근 더 이상 그런 위치를 점하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물론 <타임>은 당시 보도에서 북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이러한 소식통의 전언을 북한 내부에 정치적 투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장성택의 역할이나 권력이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김정은 후계 권력체제가 부상하면서 이미 예전과는 같지 않았다는 현실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이후 현실적으로도 장성택은 2012년까지는 나름 김정은 제1비서를 직접 수행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었으나 2012년 말부터 최고 지도자 수행 횟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점점 권력의 축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또한, 이미 2013년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언론에서 실각 가능성이 보도되는 등 김정은 유일 후계 체제 강화에 따라 권력으로 핵심에서 멀어졌다.

이와 같이 김정은 제1비서가 이른바 '청년 대장 동지'로부터 최근 "경애하는 원수님"을 넘어 "위대한 영도자"로까지 부상하고 있는 전 과정을 살펴본다면 북한 체제가 단지 뜬금없이 한 청년 지도자를 등장시켰다고는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장성택의 최근 실각과 처형이 북한 체제가 더욱 불안하게 돌아가는 증거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장성택 처형은 일희일비의 문제 아냐... '북한 바로 알기'도 종복 아니다

물론 익히 알려진 대로 김정은 제1비서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경험이나 경륜이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과거와 필적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도 이러한 불안정성을 알기에 더욱 최근 김정은 유일 체제 강화와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보수언론이나 일부 외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두 사람의 조폭적 조직으로 돌아가는 국가가 아니다. 거기에는 자신들이 믿고 있는 사회주의적인 신념이 있으며 그 신념이 북한에서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라는 이른바 '백두 혈통의 유일사상'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우리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북한의 현실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라고 해서 어느 날 하루 아침에 도깨비 방망이로 치듯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등장과 우리가 시대착오적인 3대 세습이라고 말하는 권력 승계도 이 국가는 자기들 나름의 절차와 준비 기간과 형식을 갖추고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장성택의 처형이 마치 북한의 불안정성과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극도로 대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 체제의 확립 과정을 차분히 더듬어 본다면 그렇게 일희일비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유일 지도자나 유일 체제이지만, 그 안에는 북한을 움직이는 특히, '조선로동당'의 많은 고급 관료들이 자기들 체제의 사활이 걸린 생존 문제를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이렇게 유일 체제로 고립되어 있는 북한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북한 체제를 바로 알아야 하며 지피지기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 체제에서 장성택의 처형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파악하고 이를 단지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또한, 북한 체제에 대해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을 단지 '종북'이나 '종북몰이'로 취급하는 처사는 오히려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태그:#김정은 , #북한 체제, #3대 세습, #장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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