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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18일 오전 인천공항공사 교통센터에서 12일째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18일 오전 인천공항공사 교통센터에서 12일째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등을 요구하며 비정규직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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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파업과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근절 및 결정구조 개선, 노조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현재 5개 지회가 지난 7일부터 파업 중이며, 나머지 단위들도 함께 총력투쟁에 나섰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12일 차인 18일 오전 인천공항공사 교통센터 내 파업현장을 찾아가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43세)을 만났다. 2002년 인천공항이 개항할 때부터 13년째 특경대 업무를 해온 조 지부장. 그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상활을 전하며 철도민영화를 막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투쟁에도 응원을 보냈다.

- 인천공항지역지부의 현재 파업 상황을 설명해 달라.
"현재 설비지회, 탑승교지회, 환경지회, 소방대지회, 특경대지회 등 5개 지회가 지난 7일부터 오늘로 12일 차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이번 무기한 파업에 앞서 지난 11월 1일 3시간 경고파업을 했고, 11월 11일과 16일 14개 지회 중 환경지회, 설비지회, 탑승교지회, 소방대지회 700여 명 조합원이 2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특경대, 토목, 전력, 탑승교설비, 부대교통, 버스지회도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11월 16일 이후 무기한 전면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공사와의 교섭문제 등으로 유보기간을 거쳐 12월 7일부터 5개 지회가 무기한 파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회들은 총력투쟁을 벌이고 있다.

12월 13일부터 파업투쟁 수위를 높여, 여객터미널에서 두건투쟁도 전개했고 악질 협력업체 집중 타격투쟁도 벌였다. 17일부터 19일까지 2박3일 철야노숙농성을 이곳 공항공사 교통센터에서 진행중이다. 매일 아침 10시 파업집회를 하고 저녁에는 촛불을 든다. 13일부터는 집회 후 공항공사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 위해 여객터미널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직원 87.4%가 비정규직

- 인천공항지역지부가 파업에 돌입하게 된 배경과 요구사항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사람이 총 6900명인데 그 중 900명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87.4%인 6000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정규직의 절반은 관리감독을 하고, 나머지 절반은 상업시설을 관리한다.

설비는 여객터미널 내 건축, 기계, 전기, 위생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고, 탑승교는 항공기와 여객터미널을 브리지로 연결하는 일을 한다. 특경대는 공항의 경비와 보안, 검색 업무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마지막 출국하는 순간까지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정규직을 볼 확률은 거의 없다. 면세점과 관세업무, 세관업무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가 외주화 돼 있다. 2003년 인천공항을 개항할 때부터 그렇게 설계를 했다. IMF를 넘기면서 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생각으로 그렇게 인천공항을 만들었다.

국민의 90%가 반대하는 공항 민영화를 정치권이 지금도 걸핏하면 말하는 것이 그런 이유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공항이 민영화되든 말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다.

우리는 인천공항에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공항노동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다. 우리는 숙련된 노동자이기도 하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항이 민영화되면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해칠 것이다. 우리는 민영화를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요구가 정말 많다. 핵심적으로 우리는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또 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게 근속수당을 만들어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 집회에서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등을 요구하며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이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 집회에서 고용보장과 임금중간착취 등을 요구하며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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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섭상황은 어떤가?
"2013년 3월부터 14개 업체를 상대로 산별교섭을 요구하며 첫 집단교섭을 시작했다. 하청업체들 역시 교섭단을 구성해서 약 3개월에 걸쳐 산별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임금과 복지 등 핵심적인 문제는 실질적 사용자인 인천공항공사의 결정 없이는 어떤 해결도 기대할 수 없었다. 공항공사는 전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하청업체와의 교섭은 대부분 마무리가 됐으며 원청의 결단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원청이 근속수당에 대한 진전된 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원청사용자성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고용문제 등을 논의했고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전혀 못 됐다. 그 정도를 받고 파업을 접는다면 우리는 현장에서 다 죽을 수밖에 없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공사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인천공항공사는 파업단위 노동자들 출입증을 정지시키는 식으로 노동탄압을 하고 있다. 출입증이 없으면 현장에 들어갈 수 없다. 우리는 이를 직장폐쇄에 맞먹는 탄압으로 받아들인다. 노숙농성 등 투쟁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사측과 공항공사는 사업장 게시판에 협박성 글들을 계속 올리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은 징계하겠다고 하고 개인 손배를 청구할 거라고도 한다. 그런 탄압 속에서도 지도부를 믿고 투쟁현장에 나와 주시는 우리 조합원들에게 정말 감사 드린다. 우리 지도부도 조합원들을 한없이 신뢰한다.

11월 초 을지로위원회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공사가 협력업체를 모아놓고 조직적으로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수립해 실행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인천공항은 6단계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노조 없는 인천공항'이 그것이다. 사실상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 세계 1등 공항이라고 하는 인천공항의 산재 상황은 어떤가?
"인천공항에서 산재사고도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 사망사고도 잦다. 그러나 언론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는다. 공사는 산재율이 제로라고 말한다. 인천공항 업체별 서비스수준 평가(SLA)를 매 분기별로 한다. 산재발생 시 중대재해는 -2점, 경재해는 -1점을 주는데 협력업체들이 공사에 보고하지 않는다. 그래놓고 인천공항은 산재율 제로라고 자랑을 하는 것이다.

실제 공항 현장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눌려서 돌아가시고, 탑승교 밑에서 설비를 담당하는 노동자들도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항공기 바퀴처럼 탑승교 바퀴에도 가스를 주입하는데 그걸 수리하다 폭발사고가 일어나 사망한 경우도 있다. 인천공항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고들을 국민은 전혀 모른다. 늘 사람이 죽고 다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지만 보도조차 전혀 되지 않는다. 인천공항은 그냥 언제나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 파업과 총력투쟁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우리 조합원 1900명 중 1700명이 어제 집회에 참가했다. 파업에 결합하지 못하는 지회는 근무를 마치고 농성에 결합하고 있다. 이 170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현재 제가 보관하고 있다. 우리는 미파업 단위를 '총력단위'라고 부르는데 이 총력단위 조합원들까지도 지부장 지침에 따른다는 결의로 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공사 측이 답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공항이 설 수밖에 없다. 세계 1등 공항이 뭐가 중요한가? 인천공항공사는 8년 연속 세계 1위라고 자랑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해서 5등이 되면 어떻고 100등이 되면 어떤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만든 후에 다시 1등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러면 우리 노동자들도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더 열심히 공항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할 것이다.

지금까지 공항공사는 그러지 않았다. 노동자를 탄압하고 통제하면서 만들어낸 1등이다. 그렇게 만든 1등은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조합원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제가 어제 공사 측에 던지고 왔다. 공사는 사직서 쓰는 건 자유지만 그걸 받을 대상은 자신들이 아니라고 했다. 협력업체에게 주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를 대하는 것이 인천공항공사다. 언제까지 1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현장을 찾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파업투쟁 현장을 찾아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성덕 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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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는다는 것은 당장 내일의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지회는 고령의 여성 노동자가 많고, 탑승교에도 여성 노동자가 많다. 탑승교와 특경대, 소방대는 젊은 층이 대부분이다. 임금도 적고 근로형태가 가장 열악한 곳이 환경이다. 그런 분들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정말 잘 챙겨주신다. 우리 환경지회 조합원들은 저를 보기만 하면 뭘 주려고 한다. 엊그제는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더니 인삼을 갖다 주셨다. 저는 조합원들 얼굴을 보면서 힘을 낸다. 파업으로 인해 나와 계신 우리 파업단위 조합원 동지들이 빨리 이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철도노동자 투쟁도 꼭 승리하길"

- 민영화를 막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으로 온 나라가 술렁이고 있는데
"지금 철도노조가 국민의 철도를 지키고 민영화를 막겠다며 싸우고 있다. 철도노조의 투쟁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 철도노조 파업 때문에 우리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묻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한다.

괜찮다. 우리도 국민 아닌가. 우리도 지하철을 타고 철도를 타지 않는가. 임금 100만 원을 받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철도요금이 크게 오르면 우리도 열차를 탈 수 없다. 철도나 우리나 같은 투쟁이라고 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곳곳에서 싸우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제는 정말 단 한 곳이라도 비정규직 투쟁에 집중해서 같이 싸우면 좋겠다. 그렇게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한국사회 1500만 노동자 중 900만이 비정규직이다. 다른 일정을 접고라도 이제는 비정규직 투쟁에 집중해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면 좋겠다. 또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절박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여기 공항에서 민주노총 결의대회라도 한 번 열어주면 좋겠다."

-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민은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모를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과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우리가 왜 이렇게 열흘 넘게 싸우는지 잘 모를 것이다. 아마도 우리 파업 후에 트위터나 일부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조금이나마 알았을 것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강고하고 굳건하게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조금이나마 희망을 보려고 한다. 공항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국민 여러분께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

저는 정말 기분이 좋다. 오늘로 12일 째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파업대오에서 이탈하는 조합원들이 없다. 오히려 더 늘어간다. 투쟁대오가 늘어가니 제가 기분 좋지 않겠는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어려운 조건에서 조직을 만들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이 승리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인생에서 패배감을 느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작은 것이라도 성취감과 승리감을 맛보고 싶다."

조성덕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을 파업 12일차인 18일 농성현장에서 만났다.
 조성덕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을 파업 12일차인 18일 농성현장에서 만났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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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논의중인 또다른 투쟁계획이 있다면?
"공항공사가 우리 파업현장을 철수시키려고 공권력을 채근하고 있다고 한다. 지도부 체포영장이 발부되거나 파업대오를 침탈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는 조합원 농성현장을 여객터미널로 옮기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여객터미널도 우리 사업장이다. 우리가 여기서 농성을 하고 집회를 하는 것은 공항을 이용하는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런 우리 마음을 안다면 지그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노동과세계>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인천공항, #비정규직, #간접고용, #조성덕,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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