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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심리에 관련된 서적이라기 보다, 그림자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우리가 무의식속에 감춰두었던 또다른 나를 찾는 과정을 설명하는 일종의 지침서와 같다
▲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표지 단순히 심리에 관련된 서적이라기 보다, 그림자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우리가 무의식속에 감춰두었던 또다른 나를 찾는 과정을 설명하는 일종의 지침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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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무의식)'을 연구하는 고혜경 박사가 강연 중에 추천한 책,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나와 항상 붙어 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살아왔던 내 그림자가 울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소린가.

책의 저자 로버트 존슨은 미국의 정신분석가라고 한다. 그는 스승이었던 유명한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말로 프롤로그를 시작한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나(self)'는 '자아(ego)'와 '그림자(shadow)'로 돼 있다고 한다. 간혹 '내 안에 이런 면이 있다니!' 하면서 놀라게 되는 순간, 그때 우리는 내 안의 '그림자'를 만난 것이라는 말이다.

저자 로버트 존슨은 책에서 '나' 즉,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를 만나는 과정을 신화와 예술뿐 아니라 저자가 겪은 일화까지, 예로 들어가며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책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세 개의 장(章)로 나뉘어 있다.

첫 장의 제목은 그림자다. 그림자가 만들어진 과정과 그림자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할애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낭만적 사랑과 그림자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돌라'라는 생소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우리 내면의 상처받은 그림자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자, 자신의 일부지만 보려 하지 않거나 이해에 실패한 부분

이 장은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인류가 천재적으로 발전시킨 문명이, 인류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특질은 발전시켜왔지만 위협적으로 비치는 특질은 걸러 내버렸다는 것이다. 어떤 특질은 계승하고 또 다른 특질은 계승되지 않도록 억압하는 것이 문명이라는 설명에서 문명화의 빛과 그림자를 발견한다.

우리는 원래 온전하게 태어난다. 그런데 문명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중요하고도 많은 부분이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의식으로부터 분리되거나 억압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사느라고 바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의식 속에서는 예전에 분리되었거나 억압되어 있는 내가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니, 원래의 나를 되찾아야 한다. 즉, 전일성(wholeness)을 회복해야 한다.

저자는 '자아'와 '그림자'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시소'를 선택했다. 우리 몸이 산과 알칼리를 조정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듯이 심리와 의식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직자나 부유한 사람의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인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들에게는 바르지 않은 것들과 가난에 대한 체험이나 인식이 그들의 시소 반대편에서 계속 가라 앉아만 있었기 때문이다. 시소가 균형을 잃고 위로 솟아 오르는 순간 굉장한 에너지의 갈등과 혼란이 폭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중년에 이르게 되면 문화화 과정은 거의 완결되는데 이 시기는 심리적으로 아주 메마르다고 한다. 바로 이 시점에 그림자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고 하는데, 이 때문인지 심리학 잡지인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의 초기 판에는 '나이가 쉰이 되면 직업을 바꿔라'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고 한다. 전혀 다른 일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를 돌아봐야 한다는 충고다.

'사랑에 빠진다', 자기 안의 긍정적인 존재를 이성에게 투사하는 것

저자는 '사랑에 빠진 상태는 신에 가까워지는 체험인 반면, 견고한 실체를 바탕으로 지속되는 사랑은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높이 끌어 올린다'고 말하고 있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어 신격화된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실체가 서서히 드러날 때, 사랑이라는 감정은 시들해지고 마는데, 이는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진정으로 바라보지 못한 벌이다.

저자는 한 부부의 '그림자 서약'을 소개한다. 신랑이 "나는 당신에게 정체성을 부여할 것이며 세상은 당신을 나의 연장으로 볼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이에 신부가 "나는 당신에게 순종하고 친절하겠지만 뒤에서 내가 모든 것을 조종할 것이니 만일 우리 사이가 나빠진다면 돈과 집은 다 내가 가질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 부부는 그림자의 출현을 예측한 것이다. 서로의 결점을 인정함으로써, 결혼생활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될 '그림자 게임'에서 절대 다수의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의 사랑은 신의 사랑보다는 덜 짜릿하지만 훨씬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을 더한다.

모순과 역설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을 내밀어라'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좋다' '가난한 자들이여 복되도다'와 같은 설교의 말은 분명 생활과 괴리되어 있다. 종교와 일상은 모순투성이인 생활을 초래한다. 이런데도 종교생활은 반드시 필요할까.

모순된 가치들을 비교해 보면서 역설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저자가 든 단어의 예시들
▲ 가치의 비교 모순된 가치들을 비교해 보면서 역설을 창조해 낼 수 있다는 설명을 하면서 저자가 든 단어의 예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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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religion)는 라틴어로 '다시'라는 의미의 're'와 '연결되고 묶고 다리를 놓는다'라는 의미를 지닌 'liga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종교는 '다시 묶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반대되는 두 개념을 동시에 즐기면서 둘 다 동등하게 존중할 수 있는 역설의 영역으로 우리가 나아가도록 도와준다. (중략) 치유하고, 연결하고, 결합하고, 교량이 되고, 다시 함께 만드는 것,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닌 신성한 능력이다."(본문 중에서)

일상에서의 삶과 종교적 가르침은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류의 삶을 보다 완전한 쪽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다. 계속적으로 그림자를 찾고 마주 보려는 노력은 우리를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는 길로 인도해준다는 것인데, 설명에 의하면 종교의 본원적 특질이 그 역할을 포함한다.

만다라와 만돌라, 인도·티베트에서 사용하는 산스크리트 용어

만다라는 전일성을 표현하는 신성한 원을 의미한다. 만돌라는 아몬드 모양인데, 동그라미 두 개가 부분적으로 겹쳐진 교집합의 모양을 하고 있다. 시소의 두 대극(자아와 그림자)의 중첩과 그 이상을 의미하는 만돌라는, 서로 다른 것들을 동여 묶는 종교체험의 본질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인도와 티베트에서 사용하는 산스크리트용어인데, 전일성을 표현하는 신성한 원, 혹은 테두리가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 만다라 인도와 티베트에서 사용하는 산스크리트용어인데, 전일성을 표현하는 신성한 원, 혹은 테두리가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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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가 전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영향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일 그림자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것은 '나'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전가(투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의 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남에게 투사하거나 전가함으로써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이것이 집단화될 때 결국은 국가간 민족간의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전일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다채로운 만돌라가 만들어지는데,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것이 '파바니스'(pavanis)다. 모든 색채를 포함하는 공작의 꼬리를 의미하는 말이 '파바니스'인데, 이는 곧 전일성(wholeness)와 창조적 화합의 결과라는 것이다.

두개의 원이 겹쳐질 때 가운데 나타나는 아몬드 모양의 형상
▲ 만돌라 두개의 원이 겹쳐질 때 가운데 나타나는 아몬드 모양의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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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고 있던 그림자로 대변되는 무의식의 세계는, 우리가 애써 찾아야 하는 우리의 반쪽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는 선과 악, 파괴와 창조, 빛과 그림자, 밤과 낮, 이성과 감성, 남성성과 여성성, 음과 양 등이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양 대극 모두가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가 언제나 착할 수만은 없고 언제나 이성적일 수만은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다.

착하기만 한 '나'보다 온전한 '나'를 인정하고 제대로 인식할 때 온전한 삶은 우리를 찾는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2006년, 로버트존슨 저, 고혜경 옮김, 에코의 서재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에코의서재(2007)


태그:#전일성, #그림자, #모순과역설, #만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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