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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민영화를 막기 위한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었다. 철도노동조합 호남지방본부 전북지역 철도노동자들은 9일 새벽 집에서 배낭을 메고 나와 현재까지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숙소가 될 만한 곳을 찾아 숙식을 해결하며 파업 투쟁 일정을 사수하고 있다.

9일 전주역에서 열린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에는 호남권 1,000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9일 전주역에서 열린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에는 호남권 1,000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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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시작부터 전원 직위해제... 처음 있는 일"

그동안 정부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10일 오전 9시 경찰의 철통 경비 속에서 진행된 한국철도공사 임시이사회는 노조가 우려했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의결했다. 11일에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철도경쟁체제 도입은 국민들에게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수서발 KTX 회사 설립은 민영화가 아니라며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민영화가 아니라면 수서발 KTX 노선이 정상영업을 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사회적 논의를 통해 풀자는 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은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국민들에게는 '불법 파업'을 강조하며, 노조에 대해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탄압도 시도했다. 12월 11일 현재까지 6748명이 직위해제됐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한 관계자는 "철도 민영화 투쟁만 10년을 벌였다"며 "정부가 파업 시작부터 조합원을 상대로 전원 직위해제를 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초반 공세를 평가했다.

이같은 박근혜 정부의 초반 공세에 대해 공영옥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조직국장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는 철도로 끝나지 않는다. 현재 가스와 연금 등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철도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에 맹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 본부장 당선자는 "정부는 철도노조가 지난 10여 년 가까운 투쟁과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의 탄압으로 그 세력이 위축되었다고 보고 초반부터 직위해제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조를 압박했다"면서 "그러나 3일이 지난 오늘까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열기는 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 현재까지 복귀한 인원은 5%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파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직종에서 복귀를 했다"면서 "2009년 파업 당시 약 10%의 복귀율을 보였는데, 그만큼 조합원들의 파업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철도노동자들은 파업 3일차인 11일까지 전주, 익산, 정읍 등 주요 역 앞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 선전전에 대한 열차 이용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전북지역 철도노동자들은 파업 3일차인 11일까지 전주, 익산, 정읍 등 주요 역 앞에서 오전부터 오후까지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 선전전에 대한 열차 이용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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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조직국장은 "정부가 조합원들을 혼란시킬 목적으로 대량 직위해제 등의 조취를 취했지만, 덕분에 조합원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며, 11일 정부 담화문 내용도 수서발 KTX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철도노동자들의 파업 열기가 상당하다는 판단 속에서 나온 거짓 해명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 정비지부 소속 16년차 정비사 A씨는 "직위해제를 문자로 당하고 화가 났다"면서 "철도공사는 직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직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민영화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고 직위해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에게 국민의 발을 볼모로 파업하지 말라면서 국민의 발을 파탄 내는 정부의 민영화를 보고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감을 표현했다.

이처럼 철도노조와 노동계가 평가하는 초반 파업의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김종배 조직국장은 "이제 민영화가 목전에 와 있다.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감도 조합원들에게는 있다"고 평가했다.

9일 오후 전주역에서 열린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철도노동자들이 거리 행진을 벌였다.
 9일 오후 전주역에서 열린 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철도노동자들이 거리 행진을 벌였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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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호남지방본부 소속 전북지역 철도노동자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빈틈없는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파업 첫날에는 9일 오전 전북지역 6개 지구별 파업 출정식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전주역에서 호남지방본부 파업 투쟁 출정식까지 진행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 3시간 가까운 출정식은 행진까지 벌이는 강행군이었다.

"학생들 사진찍고 응원... 과거와 달라진 풍경"

각 지구별로 흩어져 하룻밤을 보낸 파업 둘째 날도 추위가 상당했지만, 대국민 선전전과 집회를 병행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익산역, 전주역, 남원역, 정읍역 등과 전주시, 익산시, 군산시 등 주요 도시의 도심을 돌며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는 전주시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전북지역 KTX민영화 저지 시민대책위가 주관하는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촛불 문화제에는 대략 36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가하며 꺼지지 않은 파업 열기를 보여줬다. 이곳에서 만난 철도노동자들은 강한 결의를 밝혔다. 특히 이날 오전에 있었던 이사회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인가되었다는 소식에 분노감을 전했다.

10일 저녁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 철도노동자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10일 저녁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열린 촛불 문화제에서 철도노동자들이 철도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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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20년을 일한 익산지구 소속 전기지부 조합원 B씨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많이 허망했을 것 같다"면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공공요금이 점점 올라가며 상대적으로 궁핍함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가 민영화 되면 요금이 오르는 것을 불 보듯 뻔하다. 수익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민간 철도회사는 서민들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지구 열차지부 소속 승무원 C씨는 올해 15년차 베테랑 노동자다. 그는 "비록 정부가 의도대로 이사회를 강행했지만,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면서 "이번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응원과 동참에 감사드리고 이렇게 지지해준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정부의 뜻대로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를 현장 투쟁에서 그대로 느낀다는 조합원도 있었다. 익산지구 열차지부 소속 역무원 D씨는 "각 역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응원을 해준다"면서 "과거하고는 달라진 풍경이다"고 말했다.

10일 전주시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열린 KTX 민영화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한 철도노동자가 촛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10일 전주시 종합경기장 사거리에서 열린 KTX 민영화 저지 촛불문화제에서 한 철도노동자가 촛불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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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역무원은 "이런 투쟁 분위기 속에서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조합원들과 함께하니 평생을 같이 할 동지라는 마음이 생겨난다"면서 "정부는 3일 안에 우리가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역대파업, 외롭고 도망다니는 투쟁이었지만 이번은 달라"

파업 3일 차인 11일에도 철도노조 소속 전북지역 조합원들은 오전 거점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하고 오후 2시에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주관하는 철도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함께했다. 이날도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악조건이었지만, 파업 참가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새누리당 전북도당 앞까지 행진을 벌이며 수서발 KTX 민영화를 함께 막아줄 것을 전주시민들에게 호소했다.

11일 오후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주관한 철도파업 승리 결의대회에는 400여 명의 전북지역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전북지역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11일 오후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주관한 철도파업 승리 결의대회에는 400여 명의 전북지역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전북지역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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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지구 승부지부 소속 19년차 승무원 E씨는 "우리는 교통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라 거리 행진을 하면 부담감이 크다"면서 "작은 경적 소리에도 사실 땀이 나기도 하는데, 10일과 11일 행진을 대하는 전주시민들은 짜증보다는 응원을 보내줘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특히 행진과 촛불 문화제 과정에서 민주노총 소속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지난 3년 동안 생존권을 걸고 투쟁을 벌였던 버스노동자들은 철도노동자들의 행진 대오가 있는 곳에서 신호 대기를 받으면 차문을 열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KTX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는 '불법파업'으로 낙인을 찍었지만 '투쟁'을 외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남지방본부 익산지구 소속 일부 조합원들이 숙소로 묵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본부로 연대 방문도 11일까지 이어졌다. 11일에는 전북지역 대학생 8명이 현장을 찾아 철도노동자들을 응원했다.

응원을 온 군산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은혜씨는 "철도민영화 문제가 지금 박근혜 정부가 뒤집고 있는 복지공약과 전교조 등의 탄압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고, 철도노동자들의 권리가 대학생과 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의 권리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 이렇게 응원을 왔다"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학생들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시험기간 등으로 인해 함께하지는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일부 학생들은 작은 피켓을 학교에 놓는 등 나름의 응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저녁 전북지역 일부 철도노동자들이 묵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대회의실을 대학생들이 방문하여 철도파업 응원의 말을 전했다.
 11일 저녁 전북지역 일부 철도노동자들이 묵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대회의실을 대학생들이 방문하여 철도파업 응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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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1일 오후 집회에서 만난 한 철도노동자는 이번 파업 투쟁을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을 주고 싶냐는 물음에 '99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머지 1점은 국민들이 채워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는 각오를 하고 싸울 생각이다. 역대 파업이 외로웠고 도망 다니는 투쟁이었다면 이번은 다르다. 수서발 KTX 민영화는 투쟁을 통해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철도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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