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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일어난 외국인 노동자 폭동을 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싱가포르에서 일어난 외국인 노동자 폭동을 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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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안정'의 나라 싱가포르가 불안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8일 싱가포르 리틀 인디아 거리에서 인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계 외국인 노동자 400여 명이 경찰차를 뒤집고 주변 차량과 상가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동을 일으켜 경찰이 진압에 나섰다.

이날 폭동을 주도한 외국인 노동자 26명이 체포됐으나 경찰도 27명이 부상을 당하고 차량 수십 대가 불에 탔다. 엄격한 치안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에서 폭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 1969년 중국계와 말레이시아계의 폭동으로 4명이 숨진 이후 44년 만이다.

이번 사태는 싱가포르의 외국인 노동자가 모여 사는 리틀 인디아에서 인도 출신의 33살 건설노동자 사크시벨 쿠마라벨루이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싱가포르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며 그동안 쌓여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싱가포르 국적의 시민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을 쏟아내며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면서 다급해진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10일 공식 성명을 통해 "절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는 법을 준수하며 근면한 노동으로 싱가포르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싱가포르 정부는 폭동이 일어난 리틀 인디아 지역에서 이번 주말부터 주류의 판매 및 소비를 전면 금지하는 금주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태의 근본 원인을 고치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두 시선

싱가포르는 전체 주민의 530만 명 가운데 130만 명이 남아시아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다. 도시국가에 불과한 국토와 인구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불만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적의 버스 기사들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기사들보다 낮은 임금에 반발하며 싱가포르에서 보기 드문 집단 파업을 벌였다. 당시 중국 국적 기사는 말레이시아 국적 기사의 최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가 14일 전 사전고지 없이 파업을 벌이면 불법이라는 규정을 들어 파업을 주도한 버스 기자 29명의 외국인 취업비자를 취소하고 본국으로 추방했다.

싱가포르의 출산율은 가구당 1.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출산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높은 물가와 교육열을 감당하기가 힘들어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족한 경제 인구를 채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였지만 심각한 임금 불평등을 비롯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임금은 낮은 반면 물가는 빠르게 오르고 있어 생활 수준은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 달러로 세계 10위권 수준이지만,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선도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 재무부는 지난 2월 "노동력이 아닌 생산성 향상으로 경제를 이끌겠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사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불만에 법치주의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싱가포르 국적 주민의 불만은 달래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태그:#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 #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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