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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의 새 풀프레임 카메라 Df. 베스트셀러 필름카메라인 FM2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니콘의 새 풀프레임 카메라 Df. 베스트셀러 필름카메라인 FM2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 니콘이미징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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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하는 기계식 카메라의 셔터음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무심코 사진을 찍고 있자면 디지털카메라에 없는 필름감개를 돌리려는 엄지손가락이 자꾸 허공을 헛쳤다. 완벽에 가까운 재현이었다.

니콘이 자사 플래그십 성능에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덧씌운 새 일안반사디지털카메라(DSLR) '디에프(Df)'를 내놨다. 1982년 출시돼 수동 카메라 부문 최장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 온 '에프엠(FM)2'와 똑 닮은 외관에 1625만 화소 FX포맷 CMOS 센서가 탑재됐다. 화상처리 엔진은 'EXPEED 3'을 썼다. 니콘의 플래그십 모델인 D4와 동일한 사양이다.

최신 DSLR 성능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이 합쳐진 탓에 FM2로 카메라에 입문한 사용자들은 잠시 시간을 되돌리는 착각이 들 만큼 잘 만든 '복고 콘셉트 카메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재현에 충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82년 출시 당시 사립대학 한 학기 치 등록금에 달하던 고가의 가격까지 재현해놨기 때문이다.

니콘 베스트셀러 'FM2' 디자인 그대로... 옛날 렌즈도 사용 가능

국내 사용자들은 고전 기계식 카메라인 FM2의 장점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기계적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카메라는 30년 전에 나온 제품임에도 최고셔터스피드 1/4000초, 플래쉬동조속도 1/250초 등 지금 쓰기에도 전혀 무리 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망치 대용으로 쓸 수 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언제든지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으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인상이 생겨나는 데는 FM에 탑재된 기계식 셔터가 큰 역할을 했다.

혹한의 추위 등 극한 상황에서는 사진이 찍히지 않는 전자제어식 셔터 카메라들과는 달리 어디서나 항상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 이런 이유때문에 이 카메라는 카메라용 필름이 단종되다시피 한 요즘도 중고시장에서 바디만 15~20만 원대에 팔릴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Df의 각 부분. 왼쪽 위는 노출보정계와 ISO 설정이다. 튀어나와있는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려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오른쪽 위는 셔터스피드 다이얼과 전원버튼. 왼쪽 아래는 카메라 오른쪽 부분. 톱니같은 요철이 있는 게 조리개 다이얼이다. 오른쪽 아래는 카메라 하단부의 배터리 및 메모리카드 슬롯. 레버를 당긴 후 돌려서 여닫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Df의 각 부분. 왼쪽 위는 노출보정계와 ISO 설정이다. 튀어나와있는 버튼을 누르고 다이얼을 돌려 조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오른쪽 위는 셔터스피드 다이얼과 전원버튼. 왼쪽 아래는 카메라 오른쪽 부분. 톱니같은 요철이 있는 게 조리개 다이얼이다. 오른쪽 아래는 카메라 하단부의 배터리 및 메모리카드 슬롯. 레버를 당긴 후 돌려서 여닫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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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은 새 DSLR인 Df에 FM2가 가진 이런 이미지를 덧씌웠다. 전체적으로 FM2 디자인을 가져왔고 노출계와 감도,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다이얼 디자인도 기계식 카메라에서 쓰이던대로 손가락으로 돌리는 방식을 채택했다. 카메라 전면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소재도 30년 전 그대로 가죽과 알루미늄 합금을 활용했다. 기계식 셔터 특유의 '찰칵'하는 촬영음도 그대로 살렸다.

함께 공개한 Df 전용렌즈 'AF-S NIKKOR 50mm f/1.8G' 역시 필름카메라 렌즈 냄새가 난다. 가벼운 소형 필름 카메라 렌즈로 인기를 끌었던 AF-S NIKKOR 50mm f/1.8G 렌즈의 '디지털 복원판'이다.

니콘은 여기 그치지 않고 과거 니콘 필름카메라에 사용했던 렌즈들을 Df에 그대로 장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1977년 이전에 출시된 비 AI렌즈도 그대로 쓸 수 있다. 과거 이 제품으로 사진에 입문한 40대~50대 이상 소비자들의 향수를 십분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어두운 곳 촬영 강해... 초소형·초경량 풀프레임 카메라

그렇다고 Df가 단순히 '복고 마케팅'에 의존하는 제품은 아니다. 전반적인 사양은 최근 출시된 초경량 풀프레임 DSLR인 'D610'과 비슷하고 센서는 플래그십 모델인 D4와 동일한 수준이다.

니콘 카메라 Df 후면. 복고풍 외관과는 달리 후면은 일반적인 니콘의 DSLR과 비슷한 느낌이다.
 니콘 카메라 Df 후면. 복고풍 외관과는 달리 후면은 일반적인 니콘의 DSLR과 비슷한 느낌이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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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 디자인이지만 방진방적(먼지와 물을 막는 기능) 능력은 지난해 일본 카메라 그랑프리에서 최고의 카메라로 선정됐던 같은 회사의 'D800'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초당 5.5매 연속촬영과 100% 시야율을 지원한다.

직접 사용해봤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 능력이었다. 촬영 시 적용 가능한 최대 감도(ISO)가 20만 4800에 달한다.

ISO란 빛을 받아들이는 카메라 센서의 민감성을 가리키는 단위다. ISO값이 높을수록 빛이 적은 어두운 곳에서도 플래시 없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대신 그에 비례해 결과물의 화질이 저하되게 된다.

Df ISO별 촬영사진. 4928×3280 해상도로 촬영해 크롭처리만 거쳤다. 왼쪽은 ISO를 640으로, 오른쪽은 ISO를 10000으로 설정하고 찍은 사진이다. 저 ISO보다 고 ISO에서 이미지 열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단 사진은 오른쪽 사진 원본을 크기만 줄인 것이다. ISO 10000 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Df ISO별 촬영사진. 4928×3280 해상도로 촬영해 크롭처리만 거쳤다. 왼쪽은 ISO를 640으로, 오른쪽은 ISO를 10000으로 설정하고 찍은 사진이다. 저 ISO보다 고 ISO에서 이미지 열화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단 사진은 오른쪽 사진 원본을 크기만 줄인 것이다. ISO 10000 치고는 상당히 준수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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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와 비슷한 성능으로 평가받는 D610모델의 경우 최대 ISO가 6400에 불과하며 촬영했을 때 화질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반면 Df는 10000이 넘는 ISO에서도 무리 없는 촬영이 가능했다. 화소 수가 동급에 비해 적다 보니 갖게 된 장점이지만, 야간 촬영이나 실내 촬영에 보다 점수를 줄 수 있는 측면이다.

풀프레임 DSLR 치고는 가벼운 무게도 매력적이다. Df의 무게는 현재까지 출시된 니콘의 풀프레임 DSLR 중 가장 가벼운 710g이다. 바디 부피도 1050㎤로 D610에 비해 24.43% 줄었다. 기자 주변의 여성 지인들은 이 카메라의 장점으로 수준급의 촬영 결과를 내어주면서도 비교적 오랫동안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렌즈킷 가격 358만 원...성능 대비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 

그러나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성공적으로 접목된 디자인과 우수한 기계적 성능을 가진 이 카메라에 대한 구매의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가격이다. 성능에 비해 가격이 높다.

Df의 국내 출시 가격은 바디 기준 328만 원. 전용렌즈가 포함된 가격은 358만 원이다. 유사한 성능을 가지고 지난 10월 출시된 D610의 시중가는 240~250만 원 정도. '디자인 값'이 80만 원 정도인 셈이다.

이 같은 고가 가격정책 때문에 Df가 FM2의 디자인만 가져온 게 아니라 가격 정책까지 가져왔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FM2의 1982년 렌즈킷 시중가는 약 33만 원. 당시 돈으로 한 학기 사립대학 등록금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당시는 국내에 고성능 카메라를 보급하는 제조사가 많지 않아 형성될 법한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형편이 다르다.

가벼운 무게나 별도 플래시 없이도 흔들림 적은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다른 경쟁사의 제품을 마다하고 선뜻 선택하기에는 쉽지 않은 가격대라는 것이다.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한 것도 아마추어 동호인들에게는 단점으로 꼽힌다.

결국, 시장 돌파 여부는 Df의 디자인 가치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 출시 이후 2000년까지 여러 가지 변종 모델을 낳으며 18년 동안 뚜렷하게 카메라 시장에서 존재감을 뿜어낸 FM2가 다시 한번 니콘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까.


태그:#니콘, #DF, #오마이뷰, #기계식 카메라, #F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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