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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지는 '정당 해산 심판'이 조금씩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통합진보당 변호인단(단장 김선수 변호사)은 5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정부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낸 130쪽짜리 답변서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건 청구는 '종북몰이'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덮고 정치적인 반대자들을 억압하는 '신공안정국' 조성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정부의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진보진영을 비롯한 모든 반대파의 입을 막고, 몸을 묶어두기를 의도한 '이념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법리에도 맞지 않는 일방적 주장으로 청구권을 남용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청구 절차와 당 강령 등을 살펴볼 때 청구 이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도 펼치며 헌재가 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절차에 중대한 흠이 있다'는 것이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기 전, 반드시 국무회의를 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일정 때문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신 주재한 11월 5일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심의·의결했다. 변호인단은 "긴급의결안건으로 처리해 국무위원들이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심의할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고,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채 이 안건을 의결하는 것은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당 강령에 등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이 김일성의 말에서 유래했고, 북의 대남혁명전략에 따른 것이란 정부 주장도 적극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진보적 민주주의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 등 많은 정치인들이 주장한 것"이라며 "북한의 지령과 무관하다"고 했다. 또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란 정부 주장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그 내용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인 권력분립, 대의제, 복수정당 제도 등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 '속도 조절' 주장... 헌재도 신중한 모습

김선수 변호사는 '무죄추정원칙'을 강조하며 헌재에 '속도 조절'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심판 청구를 하며 내세운 가장 중요한 해산 사유가 RO 내란음모인데, 그 조직의 실체가 증명되지도 않았고, 일부 구성원들의 1심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확정되지 않은 형사범죄사실을 정당 해산 심판의 주된 사유로 삼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이 사건 심리를 내란음모사건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 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재 역시 정당 해산 심판을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진행하려는 모습이다.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판부가) 아직까지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는 처리가 지연되면 국가 또는 지자체에 중대한 손실이 예상되거나 사회 전체에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건들은 내부 기준에 따라 적시처리 사건으로 선정,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는 헌재에 정당 해산 심판을 적시처리 사건으로 해달라는 의견서를 낸 상태다.

하지만 김 사무처장은 "정당해산 심판 자체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전담부서(TF)를 구성해 연구를 하고 지금도 열심히 자료를 검토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 청구 때 함께 낸 정당 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도 "이 사건은 정당 활동 금지, 국회의원 직무 정지 등이 걸려 있어서 언제 될지 추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태그:#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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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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