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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8일 오후 4시 15분]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 불법사찰 증거인멸 폭로한 장진수, 집유 확정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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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고영환 대법관)는 28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과 공용물 손상죄 혐의로 기소된 진경락 전 지원관실 과장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또 진 전 과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뒤 증거인멸 과정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행정주사)의 상고를 기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권중기 경정(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의 상고와 검사의 상고도 기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날 재판으로 장 전 주무관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다.

진 전 과장은 1심에서 증거인멸과 공용물손상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증거인멸 관련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인정받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된 바 있다.

"자신의 범죄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은 증거인멸죄 해당 안돼"

그러나 대법원은 증거인멸죄는 자신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범죄사건에 대한 증거를 없애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 전 과장의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진 전 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사건으로 징계나 형사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진 전 과장이 사찰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한 행위에는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 판례 등을 인용하며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하였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진 전 과장이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사건으로 강요죄, 방실수색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 받은 사실과 진 전 과장이 인멸한 자료가 김종익 전 대표에 대한 불법 사찰 자료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씨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진 전 과장의 공용물건손상죄에 대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명백히 위법한 지시에 따를 의무 없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장 전 주무관과 권 경정은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는데, 이날 판결은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심이 장 전 주무관에 대해 증거인멸죄와 공용물건손상죄를 적용한 부분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장 전 주무관이 진 전 과장의 위법한 증거인멸 지시를 따르지 말았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경락이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장진수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증거인멸 및 공용물 손상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장진수의 지위 및 경력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범행이 강요된 행위로서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을 받은 진 전 과장은 2010년 6월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 의혹이 제기된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서류 등 관련 증거를 숨겼다. 당시 검찰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이하 7명의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만 기소하고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냈다. 그러나 2012년 3월 재판을 받고 있던 장 전 주무관이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 상황을 폭로하고 나섰고,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했다.

장진수 "내 폭로로 불법사찰 전모 밝혀져...대법원 참작 기대했는데"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장 전 주무관을 포옹하며 위로하고 있다.
▲ 장진수 위로하는 '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오른쪽)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장 전 주무관을 포옹하며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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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주무관은 이날 선고가 이뤄진 대법원 2부 법정에 나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판결을 경청하다 선고가 이뤄진 직후 법정을 나섰다.

장 전 주무관은 "내가 폭로한 뒤 검찰 재수사가 이뤄졌고 새로운 증인과 증거들이 나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전모가 알려질 수 있었는데, 대법원이 그런 점을 참작해 다시 기회를 줬으면 했다"며 "저한테 삭제하라고 시킨 진 과장은 오늘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고 저는 유죄가 확정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12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에서 장 주무관을 수차례 독점 인터뷰,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 폭로를 도운 진행자 김종배씨도 이날 대법원 판결에 실망을 나타냈다.

김씨는 트위터에 "장진수 주무관이 상관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컴퓨터 디가우징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장 전 주무관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 전혀 인정되지 않았고 증거인멸사건을 양심적으로 고발했다는 점도 참작되지 않았다"고 이번 판결을 평가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처리와도 대조했다. 그는 "검찰이 대선공작을 한 국정원 직원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린 것과 형평에 맞지 않다"며 "장진수 주무관을 기소한 그 원칙대로 국정원 직원들도 기소해야되는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태그:#민간인사찰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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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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