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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정우회'

대한민국 헌정사에 수많은 치욕스러운 일이 있지만, 유신정우회(유정회)만큼 치욕을 안겨준 것도 없을 것이다. 유신정우회는 독재자 박정희가 1972년 10월 유신쿠데타를 통해 만들었다. 박정희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 3분의 1을 뽑다겠다며 이를 헌법 조문에 넣는다. 그 해 12월 27일 반포된 '유신헌법' 제40조 1항과 2항이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의 국회의원을 선거한다.
제1항의 국회의원의 후보자는 대통령이 일괄 추천하며, 후보자 전체에 대한 찬반을 투표에 붙여 재적대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당선을 결정한다.

국회의원 3분의 1을 대통령이 뽑겠다는 것은 '3권분립'을 아예 부정한 거나 다름없다. 이게 독재이지, 무엇이 독재인가? 대통령이 북치고 장구치는 비극을 만든 장본인이 독재자 박정희이고, 독재자 박정희의 충실한 '돌격대'가 바로 유정회(유정회는 공화당이 아님)였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유신헌법을 이렇게 평가했다.

"5·16 쿠데타 세력이 만든 제3공화국 헌법은 3선 조항만 빼면 굉장히 선진적이었는데 (유신헌법으로) 10년 만에 휴지 조각이 됐다. 이런 악법에 기초해서 긴급조치가 발령됐고 10·26 때까지 긴급조치가 통치 수단으로 작용했다" - 2012.09.22 <오마이뉴스> 이용훈 전 대법원장 "유신헌법, 일당독재 길 열어줘"

이 전 대법원장은 "헌법이란 이름으로 일당독재가 가능한 길을 열어준 사람이 당시 유명한 헌법학자들"이라고 했다. 가슴이 섬뜩할 정도다. 민주공화국에서 가장 고귀하고, 숭고한 법이 헌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헌법이 일당독재 길을 열어줬다니. 독재자 박정희가 대한민국 유린할 수 있었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정회였음을 잊지 말자. 독재자 박정희가 뽑은 유정회 면면을 보자. 충격이다.

박정희는 조선일보에서 이종식, 김윤환, 동아일보에서 최영철, 한국일보에서 임삼, 경향신문에서 정재호, 서울신문에서 이진희, 주영관, 이자헌, 박형규, 동양통신에서 문태갑, 대한공론에서 서인석, 김봉기, 문화방송에서 함재훈, 김영수, 케이비에스(KBS)에서 김진복 등 주요 언론사의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이나 부국장급 인사들을 유정회 의원으로 대거 발탁했다. - 2012.07.27 <한겨레>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 - 유신헌정 원내 보루 '유정회'

언론인들이 대거 유정회에게 들어갔습니다. 요즘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지만 그래도 지금은 유권자들이 직접 뽑습니다. 하지만 유정회는 한 마디로 독재자 박정희에게 '선택'받았습니다. <한겨레>에 같은 기사는 "청와대 비서실장 김정렴에 따르면 유정회 의원을 시켜준다고 했을 때 "단 한 사람도 거절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점지 받아 유정회가 된 언론인들이 박정희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었을까요. 해당 언론사가 독재 권력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박정희가 언론사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출신을 유정회에 앉힌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유신독재 비판 싹을 자르겠다는 것입니다. 유정회는 임기가 4년 '정규직'이 아니라 3년 '비정규직'이었기에 박정희 눈에 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는 국회의원 3분의 1을 자기 마음대로 뽑으면 권력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 아는 대로 유신 쿠데타는 7년 만에 끝났습니다.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서, 문득 유정회가 떠올랐습니다. 박근혜대통령 비판을 두고 보지 못합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자 득달같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이 하는 발언을 보면 '박근혜돌격대'가 따로없습니다.

"일단 신부라고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혁명전사나 마찬가지입니다"(김진태 의원)
"일각에서는 종북이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사치스러운 평가다. 따라서 대통령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하태경 의원 'JTBC <뉴스9>)
"정의구현사제단의 일부는 '종북구현사제단'에 가깝다."(김태흠 의원)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 보호를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하면서 국회 청소노동자 권익은 무참히 짓밟는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태흠 의원은 26일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하면서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임금·단체협약)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가슴에 대못질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막말 퍼레이드'를 보면서 독재자 박정희가 뽑은 유정회가 자꾸 생각난다. 그 끝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태그:#유신정우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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