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지난 22일 '불법선거 규탄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에서 연평도 포격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26일 익산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박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편집자말]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근혜 정부에 대해 "서민을 보호해 주는 정치는 하지 않고 데모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와 농민을 종북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집전했던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신부가 26일 오후 전북 익산 자신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박근혜 정부에 대해 "서민을 보호해 주는 정치는 하지 않고 데모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와 농민을 종북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 신부님 발언 이후 여기저기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몇가지 대표적인 발언에 대해서만 직접 대답이랄까, 반박을 해주시죠.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25일)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분열은 누가 일으켰나 그것이 문제입니다. 누가, 누가 그 원인을 제공했는가가 문제인데, 원인 제공자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누가 믿겠어요? 웃죠. 웃어요. 그런 주장에 의해서 사람을 친다면 당해야죠. 그러나 사람들은 절대 용서 안할 겁니다."

- 시국미사 다음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그 사람들의 조국이 어디인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천안함 사건 때 청와대 벙커 회합을 했던 사람 중에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국방부 장관 하나뿐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실제 당시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열린 안보장관회의 참석자 18명 중 병역을 필한 사람은 단 3명 뿐이었다. 한 명 뿐이었다는 박 신부의 발언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맥락은 같다 - 기자 주). 군대 안 갔다온 그들은 국적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들은 애국가를 할 줄 아나 모르겠습니다. 또 인사청문회 때 보면 나온 사람들 자신이나 또는 자식들 대부분 군대 안 갔지 않습니까. 그 사람들 국적은 어딘지 모르겠어. 안 그렇습니까. 나는 그런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 또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제복 뒤에 숨어서 대한민국 정부를 끌어내리려는 행위를 벌인 것은 비겁한 짓이다. 제대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제복을 벗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완전히 뭘 모르는 억지입니다. 사제라면 세상을 비판하고 사람들을 이끌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그렇다고 대통령이나 도지사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정치가 잘못된 것을 비판으로 올바로 가게 하려는 것인데, 그 사람 말은 우리보고 사제복 벗고 정치하라는 말 아닙니까. 우리는 그런 것이 아니지. 그 사람 말은 논리가 잘못된 것입니다. 말 자체가 틀렸어요."

- 신부님 말씀을 들어보면, 웃으면서 하시기는 하지만 매우 분노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40년 가까이 사제로 계시다 이미 은퇴도 하셨는데, 무엇이 노 신부님을 이토록 분노하게 했나요.
"나는 우리 사회를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는 사회로 봐요. 기업을 위해서. 우리가 산업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노동자는 저노임으로 희생했습니다. 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기업이 안되고 이득이 없습니다. 기업을 위해서 노동자와 농민, 도시 서민의 희생을 요구한 것이 우리 사회 구조입니다. 그것을 부인하면 안돼요. 노동자를 좀 살리자, 임금 좀 올려주자, 농산물 가격 올려주자, 하려면 데모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유도했고, 그러면 그 사람들을 빨갱이로 모는 것에 너무 화가 났습니다. 오래전부터 굉장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 그런 걸 하면 빨갱이로 몰았어요. 북한과 연결해서 적으로 만들고. 그래서 이번 강론에서 노동자가 적입니까, 농민이 적입니까, 이렇게 말했던 겁니다. 참 화나는 거예요."

▲ 박창신 신부 "검찰 수사? 두렵지 않다... '종북몰이' 끝내야"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에서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박창신 신부가 "출두 요청이 오면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영상은 인터뷰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 심명진

관련영상보기


- 73년에 사제가 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입니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제가 75년도에 가톨릭 농민회 지도 신부가 됐습니다. 젊은 신부가 지도 신부가 돼서 농민회 연수회를 가서 보면, 이 사람들이 맨 정부 정책만 뜯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세미나 끝나고 뒷풀이 할 때 '야 너희는 왜 그러냐' 질책을 했어요. 이 사람들이 웃기만 하더라구요. 그런데 나중에 2~3년 지나다 보니, '아 니들 말이 맞구나'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제가 농민편에 섰습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다른 신부와 길이 달랐습니다. 농촌 문제, 노동자 문제, 가다 보니 나중에 1980년 광주항쟁 일이 벌어졌는데, 그때 관여하니까 테러당하잖아. 가톨릭 농민회 들어가서 내 삶이 달라진 것, 그때 테러로 고생한 것, 그 두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한창 박정희 긴급조치 때 사제가 되셨습니다. 신부님이 겪으신 박정희 시대는 어땠습니까.
"72년 7·4 남북공동성명이 있고 바로 10월 유신이 발표됐죠.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10월 유신 장기집권을 위해 통일을 이용했던 거였습니다. 이후락이 가서 통일해야 한다 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 해서 2500명 장충 체육관 모여서 장기집권 잔치를 했죠. 그때 많은 사람들이 비판했는데, 비판하면 긴급조치, 민청학련, 인혁당, 다 잡아넣었습니다. 내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당시에는 술집에서 술 한잔 먹기 어려웠어요. 대통령 이야기만 하면 어떻게 아는지 바로 채갔어요. 검정차가 채가고, 한 3일 후에 오면 입을 다물어. 그렇게 무서운 시대였습니다. 정말 무서운 시대였어요. 박 대통령, 어쩌면 잘한 것도 있지만 못한 것이 더 많죠. 말 한마디 못하고."

- 앞으로 박근혜 시대는 어떨 것으로 보이십니까.
"내 생각에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지금 정권 말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어제 그 사람들(보수단체 시위대) 돌아다니고 하는 것은 정권 말기에 꼭 그런 짓을 해요. 꼭 벌어져요. 그래서 이게 참 안좋다…,  이게 치유가 되고 조용해져야 그래도 여러가지로 좋은데…지금 조짐이 안좋습니다."

- 박근혜 정부 문제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문제의 핵심은 서민들을 돌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세상의 죄는 잘못된 권력이지만 잘못된 돈이 서민들을 공격하는 것이 무서운 것입니다. 이것이 지난번 강론의 주제였습니다. 61년 삼강 아이스크림 예를 들었고, 80년대 학생 자율복 예를 들었죠. 지금도 있는 빵집 다 망했습니다. 서민경제가 부당한 돈에 의해 잡아먹히고 있어요. 돈은 그렇게 먹게끔 되어 있습니다. 또 어릴 때부터 경쟁을 시켜서 경쟁을 당연시 합니다.

정치권력이 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서민경제는 못 먹게 해야죠. 기업은 기업대로 자동차나 컴퓨터 등을 만들고, 서민이 하는 것은 보호해줘야 합니다. 보호해주지 않는 정치는 안 되는 정치입니다. 안 그러면 잘못된 돈이 다 먹습니다. 지금 이대로 기업 풀어주고 그러면 이제 서민들은 몰살합니다. 할 것 없어 식당만 하고, 머리방만 하고, 결국 다 망합니다. 그것을 알아서 정리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있어요. 내 주장이 그건데, 그거 하자고 하는 사람을 종북으로 몰고 있으니, 아주 정신이 없는 거지요."


태그:#박창신, #정의구현사제단, #종북, #시국미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