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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에서 진도 9.0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발생 40분 후엔 약 15미터의 거대한 쓰나미가 이 지역을 덮쳤다.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를 합하면 대략 2만명이라고 했다. 이 무시무시한 자연재해는 더욱 심각한 인공재해의 서막에 불과했다. 왜냐하면 지진과 쓰나미 발생 그 다음날인 12일부터 후쿠시마의 원전 1,2,3,4호기가 모두 폭발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가 방사성 세귬에 오염되어 있다. PNAS 화면 갈무리.
▲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일본 토지오염실태 일본 국토의 약 70퍼센트가 방사성 세귬에 오염되어 있다. PNAS 화면 갈무리.
ⓒ P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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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 이후 그러니까 우리에겐 강력한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한 이후 이년이 넘어 삼년이 다 되가는 지금 도대체 후쿠시마에서 폭발한 원전들에서 흘러나오는 방사능물질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원전사고, 원전비리, 원전마피아 같은 말들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알고 싶었다.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30분 책읽기> 방송에서 <한국탈핵>이란 책을 쓴 저자, 김익중교수가 출연했다. 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는데 귀가 번쩍 트였다. 김 교수는 동국대 의대 교수인데 자신의 근무지인 경주에서 진행 중인 방사능폐기물처리장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결국 이 공사는 중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던 중에 일본의 원전사고를 목격하게 됐다는 것이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들에서 공통점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확률입니다. 원전 개수가 많은 나라 순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김익중 교수가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은 104개, 사고 당시 소련은 66개, 일본은 54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순서대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23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 5개, 2022년까지 총 42개를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핵발전소의 국가별 개수를 살펴보면, 핵사고가 발생한 미국, 소련, 일본에는 핵발전소 개수가 모두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 전 세계 핵발전소 현황 핵발전소의 국가별 개수를 살펴보면, 핵사고가 발생한 미국, 소련, 일본에는 핵발전소 개수가 모두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 한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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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의 대형 서점으로 달려가 봤다. 홍보 부족인지 책은 쉽게 눈에 띄는 진열대에는 없었다. 여전히 경매 쉽게 하는 법이나 요즘 한창 유행 중인 인문학 신드롬을 반영한 책들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득하다. <한국탈핵>은 사회과학 서적 코너의 책꽂이에 그것도 맨 아래 귀퉁이에서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 이 달에 막 출판된 따끈따끈한 신간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을 넘어 왠지 이 책이 제도권에서 소외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간 코너 진열대에 비치가 되어 있어야 맞다.

수 많은 책꽂이 중 하나 그것도 하단에 달랑 한권이 꽂혀 있다. 아무리 찾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이달 4일 출간된 신간을 이렇게 취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대형서점 책꽂이에서 발견한 <한국탈핵> 수 많은 책꽂이 중 하나 그것도 하단에 달랑 한권이 꽂혀 있다. 아무리 찾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이달 4일 출간된 신간을 이렇게 취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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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어 소련, 그리고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났다고 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고는 원전대국들에서 발생한 것이다. 원전개수가 많은 순서대로라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저자 김익중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 봤다고 한다.

저자의 추정치는 무려 27%!, 참고로 저자는 서울대에서 의학과 미생물학을 졸업했다. 일본 보험회사의 계산법대로라면 30~40년 내로 한국에서 핵사고가 날 수 있다고 한다.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계산법에 따르면 앞으로 10~20년 내로 지구상에서 또 한 개의 원전이 폭발할 것으로 예측이 되는데 이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기를 빌어야 할 판이다.

"사고가 나지 않을 확률이 70%가 넘는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국토면적 중 원전개수)가 높아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목청을 높이면서 저자 김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PNAS>에 실린 일본 전국 오염지도를 인용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인 2011년 3월 20일부터 4월 19일 측정한 것인데, 일본 국토의 약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오염은 약 300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세슘137의 반감기가 약 30년이고, 반감기가 열 번 정도 지나야 오염이 대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대 교수인 저자는 방사능 피폭의 과정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에서 사용된 핵물질은 약 10킬로그램 정도이지만, 핵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물질은 약 100톤 가까이 된다. 방사성이 강한 물질의 양으로 계산해도 핵발전소는 핵무기의 300배에 해당한다"고 설명하면서 원자폭탄이 투하됐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엔 사람이 거주하고 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는 앞으로 수백 년간 사람이 거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피폭의 경로로는 첫째, 외부피폭, 둘째, 피부를 통한 내부피폭, 셋째는 호흡기를 통한 내부피폭, 넷째는 가장 중요한 피폭 경로인 음식을 통한 내부피폭이라고 한다. 핵사고에 의해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은 약 200종인데, 이 음식을 통하여 인체가 피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피폭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은 다양하다고 한다. 특히, 암 그 중에서도 여성에게 갑상선 암과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방사능에 대한 민감도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더 강하다고 한다. 같은 어린이라도 여자어린이가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해결책이 없는 문제는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살펴보자. 저자는 일단, 원전의 개수를 늘리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중국도 일년간은 원전공사를 하지 않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은 탈핵의 과정을 밟고 있고, 유럽의 최대 원전대국인 프랑스마저도 원전 개수를 줄이는 것이 대통령 공약사항이라고 한다.

원전은 항상 방사능을 배출하고 많은 부품들로 인해 사고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으며, 고준위,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구상에 잘 못 태어난 발전 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는 저자가 세계 발전시장의 동향을 소개하고 선진국들 특히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과정을 통해 결론에 대한 충분한 증거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정부가 원전을 없애고 지금부터라도 태양열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전세계 평균적인 전기 생산 중 재생가능발전의 비율은 약 20퍼센트 정도이다. 반면에 세계 전기 생산 중 핵발전의 비중은 11퍼센트다. 한국은 세계 주요국들 중 유일하게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이 10퍼센트 미만인데, 정확히는 3퍼센트, 이는 세계에서 꼴찌 수준이다"라는 저자의 설명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던 태양광발전을 권장하는 수단인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이명박 정부 때 폐지해버렸다고 한다.

그나마 이 3퍼센트도 쓰레기매립지 가스 등이 포함된 것이라니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만 계산하면 2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원전을 가동 중인 이웃 나라 중국만해도 원전으로 발생되는 에너지가 2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재생에너지 비율이 20퍼센트나 된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원전 폭발 사고는 폭발 이후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원전 내부 상황은 어떤지 제대로 파악할 인원도 설비도 없다고 한다. 작업 중이던 인부들은 피폭이 한계치에 다다라 더 이상 작업을 할 수도 없으며 원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된 원격조정 로봇은 일본산은 물론, 미국에서 공수해 온 것 마저도 역시 방사능에 의해 고장이 나버린다고 한다.

하루에만 천 톤이 넘는 지하수가 흘러 드는, 암반이 없는 지하에서 강행 중인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공사는 연장을 거듭하여 내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방사능 폐기물이 저장되면 지하수에 잠길 것이 뻔한데도 비판을 수용하지 않은 채 강행 중인 것이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주의 양남면, 양북면, 감포읍 지역의 지하수가 가장 먼저 오염될 수 있다고 한다.

<한국탈핵>을 통해 현재 세계의 원전 실태와 세계적 에너지 정책의 흐름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저자의 탈핵 강의는 현재까지 약 450회 정도된다고 한다. 종교계, 생협, 학교, 회사,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했다고. 그런데 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어디서 한다는 소식조차 접한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탈핵>은 이런 엄청난 일들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만 있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한 보물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의 탈핵 강의의 핵심 두 가지는, 첫째 한국은 탈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전마피아'라고 불리는 인간 군상들의 실체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한국탈핵> 초판 1쇄 발행 2013년 11월 4일, 지은이 김익중, 펴낸이 오은지, 펴낸곳 도서출판 한티재, 책값 15,000원



한국 탈핵 -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김익중 지음, 한티재(2013)


태그:#한국탈핵, #경주방폐장, #발전차액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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