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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 댐이 설치됐을 경우 물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보호되는 가상도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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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5일 여성최초로 청장에 임명돼 그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던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8개월 만인 11월 15일 전격 경질 통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대변인실 측은 1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15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문화부를 방문한 변 청장이 장관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며 "정확한 경질 이유는 청장이 함구하고 있어 현재로써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각 언론에서는 변 청장의 경질 이유가 숭례문(남대문) 부실 복구 등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가 결정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낙점한 변영섭 문화재청장, 8개월만에 경질

숭례문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인 지난 2008년 2월 10일 방화 사건으로 불타 무너져 내린 뒤 5년여의 복구 작업 끝에 올해 5월 4일 준공됐다. 하지만 준공 뒤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단청이 훼손된 것이 발견되는 등 부실공사 논란이 일었다.

2008년 숭례문이 불탄 뒤 당시 유홍중 문화재청장이 물러나고 이명박 정부에서 이건무, 최광식, 김찬 청장을 거치면서 북구공사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으로 전격 임명된 변영섭 청장에게 숭례문 부실공사 책임을 묻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변 청장이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방법을 두고 울산시의 토목 공사안을 반대하며 댐수위 조절안을 고수해온 점, 변 청장의 소신과 맞지 않는 카이네틱댐 설치의 합의 등에 따른 갈등이 이번 경질의 주 요인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11월 16일자 신문에서 "변 청장은 취임 이후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놓고 청와대 담당자와 갈등을 빚어왔다"며 "문화재청 관계자는 15일 '최근 변 청장이 청와대에서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과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을 놓고 고성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변 청장은 카이네틱댐 설치에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인 데 반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은 문화재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 카이네틱댐 설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변영섭 문화재청장 '숭례문 부실 복구' 문책 경질>).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박 대통령의 전격 발탁으로 문화재청장에 임명됐다. 발탁 전 변 청장은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지난 10여 년간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법을 두고 갈등을 빚을 때 문화재청의 댐 수위 조절안을 적극 옹호하며 울산시가 주장해온 토목공사 안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특히 울산시가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조절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구대 암각화 앞 유로변경안을 추진할 당시인 지난 2011년 11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김호석 화백(한국화가 암각화박사), 신경민(전 MBC 앵커), 임세권(안동대 교수),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씨 등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울산시는 아직까지 아무런 대책도 못 내면서 최근에는 물 부족이 아닌데도 물 부족이라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며 "심지어 (이명박)대통령까지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은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동안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묶어 '대곡천 암각화'군으로 지정하고 2001년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성공시킨 후 댐 수위를 낮추는 보존방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변 청장의 임명은 주목받았다.

변영섭 청장 임명 후 댐 수위 조절안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자 지역의 범 보수진영이 댐수위 조절안에 반발하는 집단적 행동을 보였고, 새누리당도 지난 5월 이례적으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임시제방을 우선 설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시 황우여 대표는 "암각화가 계속 침수된다면 앞으로 몇년을 견뎌낼지 모르므로 가장 급한 시간 내에 임시적으로라도 보존하는 방법을 택한 후에 영구적 보존책을 선택하자"며 임시제방안을 제안했다.

이같이 보수진영과 새누리당의 집단적 반발에 박 대통령의 공약의지가 약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여론도 나왔다(관련기사: <박근혜의 반구대 암각화 공약, 무산되나).

이에 반해 울산지역 야 4당은 올해 5월 21일 야권연대 성격의 당 대표 회동을 갖고 "울산시민의 식수문제가 걸린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안'은 대체수원마련을 전제로 사연댐 수위조절안이 타당하다는 것이 공통된 야4당의 의견이다"고 결의했다.

변영섭 문화재청장 경질은 보수진영 반발과 관계 있나

이처럼 반구대 암각화 보존방법을 두고 정치권도 첨예한 대립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 6월 16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변영섭 문화재청장, 박맹우 울산광역시장,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카이네틱 댐(Kinetic Dam) 설치 추진 협약이 체결됐고, 공사를 위한 현재 주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울산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구대 암각화 보전과 관련한 가변형 투명 물막이 설치'로 75억을 편성해 울산시의회의 심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법으로 카이네틱댐안이 합의된 후 문화계와 야권에서는 이 안이 임시방편이며 공사 시 반구대 암각화는 물론 주변 자연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고, 최근 조사에서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면서 카이네틱댐 건설도 그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문화재청 측은 "반구대 암각화 주변조사에서 공룡발자국이 발견되는 등의 영향으로 반구대 암각화 보전방법에 대해 가변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 그 누구도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태그:#반구대 암각화, #변영섭, #문화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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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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