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외에서 '패션 스타일'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아 온 박근혜 대통령이 1년에 두 명만 초대받는 영국 왕실의 초대를 받아 영국을 다녀왔다. 그 화려한 예우는 이미 9년 전 같은 조건으로 다녀온 노무현 대통령 때 소개된 바 있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언론에서 '9년 전과 같은 점, 다른 점'이란 제목으로 상당수의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의 다른점 보도, 적절한가

9년 전 노 대통령 국빈방문과 박 대통령 국빈방문을 비교한 국내언론 보도.
 9년 전 노 대통령 국빈방문과 박 대통령 국빈방문을 비교한 국내언론 보도.
ⓒ 네이버 화면캡쳐

관련사진보기


먼저 '언론에서 보도한 다른 점'을 살펴보자. <연합뉴스>는 '한국 정상 두차례 영 국빈방문 같은점 다른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황금마차 탑승방식이 달랐다'는 것을 주 차이점으로 보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영국 의회를 방문해 의원 70여 명을 만나 '영어로 대화'한 것도 차이점이라고 보도했다. <SBS>도 연합뉴스와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뉴시스> <이데일리>는 그 이외의 차이점으로 노 대통령은 여왕의 3남인 에드워드 왕자가 안내를 맡았고, 박 대통령은 2남인 앤드류 왕자가 안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위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황금마차 탑승방식이 달랐던 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여왕과 국빈 원수와 통역, 이렇게 세 사람이 백마 6마리가 끄는 '오스트렐리안 스테이트 코치(The Australian State Coach)'에 탄다. 여왕의 부군인 에든버러공과 영부인이 다른 마차에 탑승하는 것이 관례다. 박 대통령은 미혼이기 때문에 에든버러공 혼자 마차를 탈 수 없어서 함께 탄 것이다. 또 2남이 안내했건, 3남이 안내했건 그게 의전의 내용과 관계된 큰 차이일지는 의문이다.

다만 의회를 방문해 박 대통령이 영어로 영국 의원들과 대화한 행위가 과연 한국을 대표자로서 적절했는가 하는 대목은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는 야당대표가 강하게 비판한 대목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에서는 불어로 연설을 했고, 영국에 가서는 영어로 대화를 했다. 앞서 중국에 가서는 중국어로 4분 가량 연설을 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외국 정상들은 해외에 나가서 자국어로 연설한다. 자국을 대표해서 방문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하다. 

한국을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 중에서 의회나, 청와대에서 한국어로 연설한 정상이 과연 있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발음이 좋다한들 네이티브 스피커가 듣기에는 어눌하게 들릴 게 뻔하다.

한편으로 박 대통령은 현재 국정원 게이트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에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국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외국어 연설이 과연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의문이다. 자국 국민들과는 소통하지 않으면서, 해외에 나가 그 나라 사람들과는 소통한다? 진정성 있게 다가올지 의문이다.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더 큰 차이점

영국 왕실의 제임스 세인트 궁전.
 영국 왕실의 제임스 세인트 궁전.
ⓒ 위키피디아 공동자료 저장소

관련사진보기


이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했던 9년 전과 비교할 때 정말 달랐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두 대통령 모두 비슷한 규모의 재영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노 대통령이 격의없이 동포들과 대화한 반면,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며 격식있게 대화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간담회 장소다. 두 곳의 차이가 앞서 살펴본 황금마차를 어떻게 탔는지, 2남이 영접했는지 3남이 영접했는지 보다 커 특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다른 점'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영국 왕실의 '왕세자궁'인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동포간담회를 개최했다. 세인트 제임스 궁전은 19세기 중반까지 영국 왕실의 공식 궁전으로 사용된 곳이다. 지금은 왕실 가문의 집무실이 있다. 왕실 관련 혼례, 세례 등 공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곳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왕실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박 대통령이 동포간담회를 가진 '런던 로얄가든호텔'은 5성급으로 런던을 대표하는 훌륭한 호텔이다. 그러나 이곳은 일반인들이 비싼 비용만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다. 9년 전 동포들이 초청받았던 세인트 제임스궁과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동일한 국빈방문인데 왜 9년 전에는 세인트 제임스궁이 이번에는 5성급 호텔로 달라졌을까? 그리고 이와 같은 내용은 왜 언론에서 '같은 점, 다른 점'으로 소개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다른 차이는 또 있다. 9년 전 노 대통령은 버킹엄궁에서 여왕 일행과 오찬을 함께 한 이후에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대표들을 초청해 접견했다. 접견하는 자리에 여왕도 같이 해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며 함께 접견했다. 불과 50년 전 전쟁의 참화 속에서 불같이 발전한 한국의 대통령은 첫 국빈방문 자리에 그들을 잊지 않고 불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9년 후 박 대통령 역시 버킹엄궁에서 여왕 일행과 오찬을 함께 한 이후에 '한국전 참전기념비 기공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 역시 비슷하고 나름 의미있는 자리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영국 왕실에서는 윌리엄 왕세손 등이 참석했다. 글로스터 공작, 런던시 여왕대표 등이 함께 했지만 왕위계승권 1위인 찰스 왕세자가 아닌 서열 2위인 월리엄 왕세손이 참석했다.

이것도 9년 전과 다른 대목이고 이 역시 언론에 홍보된 내용은 아니다.

동포들의 반응, 왜 달랐나

영국 교포들이 주영국 한국대사관 앞에서 선거무효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교포들이 주영국 한국대사관 앞에서 선거무효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대비잭순 제공

관련사진보기


9년 전 노 대통령 당시에는 한국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이었기 때문에 동포들 분위기도 환영일색의 분위기였다. 동포간담회 자리에서는 '통일'을 외치면서 만세도 불렀다.이역만리에서 날아온 대통령과 함께 손을 높이 들어 '통일'을 외친 것이다.

9년 후 그곳에서는 시위가 있었다. 물론 박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는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거리에서는 시위하고 성명서를 낭독하는 교포들이 눈에 띨 뿐이었다. 그들은 영광스러운 '국빈방문' 대통령을 '부정한 대통령'이라고 플래카드를 들어 비난했다.

9년 전과 비교할 때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닐까? 교포들 눈에 'Dramatic Entry'(극적인 입장 : 한복에 걸려 넘어진 박근혜 대통령이 깜짝 놀라서 달려온 로저 기포드 런던 시장을 향해 전했다는 말)는 만찬 장소에서 넘어졌다 일어난 게 아니라 대표성을 도전받는 대통령이 영국에 온 사실 그 자체 아니었을까? SNS 등에는 그런 설명이 오간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년에 두 명밖에 허용되지 않은 영국 왕실의 '국빈 방문' 초대를 받아 다녀온 것은 물론 충분히 보도될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마차를 어떻게 탔는지, 2남이 영접했는지 3남이 영접했는지 시시콜콜한 뉴스는 집요하게 보도되면서 그것 이상의 큰 차이가 있는 내용은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박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은 끝이 났다.


태그:#박근혜, #영국 국빈방문, #런던로열가든호텔, #노무현 대통령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