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오후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헌법학자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며 "정당 심판 청구서는 유신시절 공안조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오후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헌법학자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부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며 "정당 심판 청구서는 유신시절 공안조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 박소희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두고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헌법학자인 그는 8일 오후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연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에서 "법무부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헌정사적 비극일 수도 있고, 희극일 수도 있는 정치 탄압이 민주화를 자랑하던 대한민국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헌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자괴감이 든다, 절박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시종일관 강한 목소리로 지난 5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유신독재 시절에도 함부로 인용되지 않던 독일의 제도를 이용, 뚜렷하게 민주적 기본질서 위배했다는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제소했다"며 "정치를 공안정국으로 훼손시키고, 정치적 소수자를 탄압하는 국면을 만들었다"고 했다. 헌법이 말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정치적 자유'를 최고가치로 삼아, 복수정당체를 기본으로 하는 '다원민주주의'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는데 그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 논리의 허점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헌법에는 '참새를 잡자고 대포를 쏘지 말라'는 과잉금지원칙이 있다"며 "어떤 정치 사상 때문에 민주적 기본질서가 추상적으로, 조금 위태로울 수 있다고 그걸 막으면 독재체제로 전환할 수 있으니 함부로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한 근거 자체가 "황당"하며, 정부가 "함부로" 권한을 행사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는 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배경을 설명하며 그 첫 번째 근거로 당 강령에 나오는 '진보적 민주주의'란 표현을 내세웠다. 법무부는 지난 5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진보당의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과거 김일성이 주장해 북한의 건국이념이 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이념"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우선 "매우 황당하다"는 말로 입을 뗐다(관련 기사 : "정당해산심판청구서만 415쪽...충분히 입증").

"북한이 그런 말을 썼으니 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는 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그건 역으로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헌정질서가 흐트러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걸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다. 법무부가 그런 행위를, 국가권력을 이용해 하고 있다."

"북한이 쓰는 말 쓰면 위헌정당? 위험한 생각... 절차도 문제 있어"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오후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왼쪽부터) 등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이번 청구가 부적절하며 민주주의 퇴행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8일 오후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왼쪽부터) 등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이번 청구가 부적절하며 민주주의 퇴행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 박소희

관련사진보기


진보당이 추구하는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등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 또한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므로 '위헌정당'이라는 법무부 주장 역시 헌법을 근거로 반박했다. 김 교수는 "우리 헌법은 '민주적 복지국가'를 추구하기 때문에 노동3권을 보장하는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며 "(진보당 강령이 '일하는 사람'을 강조하는 부분을) 헌법도 수용하고 있는데, 정당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절차 자체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헌법이 정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의 주체는 정부다. 학자들은 그것이 곧 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의미한다고 본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꼭 심의과정에 참석하도록 한 게 위헌정당 해산제도의 중요한 부분인데, 정작 대통령이 외유 중에 국무회의에서 (청구안을) 의결했고, 대통령은 그걸 전자 결재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의무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절차상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 찬성한 헌법학자 5명에게만 자문을 구하고, 다른 학자들의 의견은 묻지 않았다는 점 역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법무부 TF팀이 두 달 동안 했다는데, 그 결과물이 과거 유신독재 시절 국가보안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공안조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만큼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제소한대로 결정하기 쉽지 않을 테고, 두 달만에 결론을 내리긴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 청구로) 진정 헌법을 보호하려는 했다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며 "이 프레임에 휘말리지 말고 '사상의 자유를 탄압, 소수파의 정치활동 억압하는 제도'라는 본질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토론회에 참석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이재화 변호사(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 김형철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도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그들은 이번 청구를 계기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갈 것을 우려했다.


태그:#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 #위헌정당, #김종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