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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와 4대강조사위원회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두 바퀴 현장리포트-오마이리버 특별취재팀 : 소중한, 문가영, 정민규, 정대희, 양영석, 박창재, 이철재, 정수근, 염형철, 조정훈, 김종술, 김병기 기자

[최종신 : 12일 오후 11시 40분]

마지막 밤... 장지뱀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회룡포로 가는 도중 내성천을 만났습니다. 굽이쳐 흐르는 물, 쓸려 나가고 쌓이기를 반복하는 모래톱,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 그리고 적당한 바람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강의 본모습입니다.
 회룡포로 가는 도중 내성천을 만났습니다. 굽이쳐 흐르는 물, 쓸려 나가고 쌓이기를 반복하는 모래톱,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 그리고 적당한 바람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강의 본모습입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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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물이 나려고 하네유."

경북 예천 회룡교 위에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내성천을 바라보던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습니다.

"이게 바로 강이죠!"

내성천을 자주 본 정수근 국장도 감회가 새로웠던 모양입니다. 부산 을숙도에서 시작해 6일 동안 저수지처럼 흐르지 않고 썩는 낙동강을 지겹게 보고 달려온 '오마이리버' 팀은 너나 없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12일 오후 5시 '오마이리버' 팀은 회룡교를 건넜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내성천을 내려다봤습니다. 굽이치는 물, 넘실대는 여울, 너른 모래톱, 뿌리깊은 나무, 그리고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었습니다. 회룡교를 넘어 비포장 뚝방 길을 달리면서도 즐거웠습니다.

자전거도로를 내기 위해 불도저로 갈대밭을 밀어내고, 수심 6m를 유지하려 수많은 버드나무 군락지를 수장시키고, 아무도 찾지 않는 '망초 공원'을 만든 이명박 전 대통령 얼굴이 잠시 떠올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깊고, 반듯하고, 곧게 뻗은 강을 '아름다운 강'이라고 생각했을지 테지요. 하지만 그건 진정한 강이 아니고, 그래서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낙동강을 따라 엿새 동안 자전거 타며 강의 아름다움을 오늘 비로소 봤습니다. 해질녘, 강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내성천을 봤습니다.

'오마이리버'의 마지막 밤. 경북 영주 회룡포 인근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했습니다.
 '오마이리버'의 마지막 밤. 경북 영주 회룡포 인근 주차장에 텐트를 설치했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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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리버' 팀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갑니다. 회룡포 부근의 한 주차장에 텐트를 세웠습니다. 전날과 비슷하게 날이 찹니다. 내일 이 시간엔 집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영 어색합니다. 낙동강을 떠나야 하는 게 아쉽습니다.

12일 '오마이리버'는 낙단보에서 이곳 회룡포까지 64km를 달렸습니다. 부실한 지표조사로 낙단보 마애보살좌상에 구멍을 내놓고 "문화재 보존과 인접 지방도 확장 등 국토발전과 더불어 문화 관광 인프라가 마련됐다"며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게 4대강 사업의 민낯입니다. 

상주의 얼굴이었던 경천대의 그 많던 모래톱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경천대의 산비탈을 무리하게 깎아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는 그 위험천만한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을 경북 상주로 오게 한 낙동강 제1경 경천대를 황량한 강가로 만든 게 4대강 사업입니다.

삼강 주먹을 지나 내성천 가는 길입니다. 비포장, 풀, 울퉁불퉁... 4대강 사업 전 강변의 길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삼강 주먹을 지나 내성천 가는 길입니다. 비포장, 풀, 울퉁불퉁... 4대강 사업 전 강변의 길은 대체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 이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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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의 사벌면에선 사벌 매호 취수시설 설치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가까이에 도남 취수시설이 있음에도 그걸 없애고 또 공사를 하고 있는 거죠. 이석우 대구환경운연합 하천조사팀장은 "상주시가 상주보 근처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그 부근에 있는 도남 취수시설을 없애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 멀쩡한 취수장,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00억 들여 또 짓는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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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도가 아니더라도 공사안내 표지판엔 "낙단보로 인해 수위가 저하돼 취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새 취수시설을 만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는 누가 봐도 4대강 사업 때문입니다. 공사안내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흰색 페인트로 일부 문구가 지워져 있습니다.

사진 위쪽은 경북 상주 사벌면의 취수시설 설치 공사 현장입니다. 상주에는 이미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남취수시설이 있는데요. 환경단체는 상주보 일대를 관광지화 하기 위해 취수장을 옮기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주시 측에서는 낙단보의 수문을 열면 수위가 떨어지고 그러면 취수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취수장을 새로 짓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래쪽 사진는 공사 안내 표지판인데요. 중간에 흰색 페인트로 일부 내용이 지웠습니다.
 사진 위쪽은 경북 상주 사벌면의 취수시설 설치 공사 현장입니다. 상주에는 이미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남취수시설이 있는데요. 환경단체는 상주보 일대를 관광지화 하기 위해 취수장을 옮기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주시 측에서는 낙단보의 수문을 열면 수위가 떨어지고 그러면 취수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취수장을 새로 짓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래쪽 사진는 공사 안내 표지판인데요. 중간에 흰색 페인트로 일부 내용이 지웠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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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팀장에 따르면 "4대강 사업 때문"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겁니다. 부끄러운 건 알았나 봅니다. 스스로 잘못된 걸 알면서도 그걸 은폐하려고만 하는 모습, 이 역시 4대강 사업의 부끄러운 얼굴입니다.

'오마이리버' 팀은 13일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대신 직접 내성천에 발을 디딥니다. 회룡포를 출발해 경북 예천의 오천교로 이동해 경북 영주의 영주댐까지 걸어서 이동합니다. 그동안 자전거 페달에 발을 얹고 자전거도로에서만 낙동강을 바라봤습니다. 이젠 직접 두 발로 강가를 걷고 그 지천에 발을 담근다고 생각하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내일은 현장중계 대신 일정이 마무리되면 모든 내용을 종합해 기사를 쓰겠습니다.

낙동강변에서 4대강 사업 삽날을 이겨낸 장지뱀을 만났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낙동강변에서 4대강 사업 삽날을 이겨낸 장지뱀을 만났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 이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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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강변에서 장지뱀을 만났습니다. 이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의 무시한 삽질에도 살아남은 그 장지뱀에게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에게 장한 장지뱀의 모습을 선물합니다.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 그런 마음이 궁극적으로 인간을 살리고, 4대강을 살릴 겁니다. 그동안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 '오마이리버'의 마지막날인 13일까지 함께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4대강 사업 관계자들, 처음부터 거짓말했다"

▲ 4대강 사업 비판, 김정욱 명예교수·김영희 변호사 인터뷰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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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리버'는 12일 점심을 먹은 삼강주막에서 김종욱 서울대 명예교수와 김영희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김 교수는 대운하 사업부터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MB 정부의 토목사업을 꾸준히 비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진행되는 4대강 사업 국민고발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사는 곧 김종술 시민기자가 쓸 예정입니다. 일단, 두 분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맛보기 영상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공개합니다. 

[3신 : 12일 오후 7시 30분]

모래톱과 여울... 드디어 낙동강을 만났습니다

▲ 이것이 강이다, 낙동강·내성천·금천이 만나는 삼강에서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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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리버' 팀은 낙동강 시작점에 도착했습니다. 부산 낙동강 하구둑에서 출발한 지 엿새 만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사진 몇 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살아있는 낙동강! 아름답지요? '삼강' 바로 아래의 낙동강입니다.
 살아있는 낙동강! 아름답지요? '삼강' 바로 아래의 낙동강입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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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풍양교를 지나 만난 반가운 모래톱! 이것이 살아있는 낙동강입니다. 최상류 낙동강은 살아있습니다.
 낙동강 풍양교를 지나 만난 반가운 모래톱! 이것이 살아있는 낙동강입니다. 최상류 낙동강은 살아있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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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의 낙동강 시작점 부근입니다. 원래 낙동강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여울이 보이시나요? 여울의 작용으로 물 표면의 산소가 바닥까지 섞이고 이것이 흐르면서 강이 숨쉬는 겁니다.
 경북 상주의 낙동강 시작점 부근입니다. 원래 낙동강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저 멀리 여울이 보이시나요? 여울의 작용으로 물 표면의 산소가 바닥까지 섞이고 이것이 흐르면서 강이 숨쉬는 겁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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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과 금천, 그리고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입니다. 삼강은 세 강이 만나서 이름 붙여진 이름입니다.
 내성천과 금천, 그리고 낙동강이 만나는 '삼강'입니다. 삼강은 세 강이 만나서 이름 붙여진 이름입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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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모래톱이 있고 여울이 있습니다. 물도 맑습니다. 녹조 따위는 없습니다. 역행침식이나 측방침식도 없습니다. 무너진 제방도 없습니다. 이게 원래의 낙동강 모습입니다. 낙동강 최상류는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진을 보면 4대강 사업이 망가뜨린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엔 아래 사진과 동영상을 보시지요.

▲ 낙동강 제1경 경천대, 그 많던 모래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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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제1경 경천대입니다. 모래톱이 아름답던 경천대는 완전히 '경천호수'로 바뀌었다. 경천대를 앗아간 이명박과 그 일당을 기소하고 싶습니다.
 낙동강 제1경 경천대입니다. 모래톱이 아름답던 경천대는 완전히 '경천호수'로 바뀌었다. 경천대를 앗아간 이명박과 그 일당을 기소하고 싶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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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전, 낙동경 제1경으로 불린 경천대입니다. 모래톱과 푸른 낙동강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까요? 4대강 사업으로 모래를 퍼내고, 보로 물을 막아 모래톱은 사라졌습니다. 물의 흐름도 보이지 않습니다. 호수인지 강인지 분간 하기가 어렵습니다. 강은 흐르지 않으면 제 기능을 잃습니다. 올해 유난히 심했던 낙동강 녹조가 그걸 증명합니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더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에는 많은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물도 썩기 마련입니다. 물이 썩으면 사람도 위험합니다. 영남의 많은 사람이 낙동강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오마이리버'는 부산에서부터 엿새를 달리는 동안, 보에 막혀 녹조 낀 낙동강만 봤습니다. 흐르는 강이 아닌 '막힌 강'만 봤습니다. 무너진 제방과 측방침식으로 위태로운 자전거도로를 봤습니다. 철새가 찾던 습지는 사막처럼 변했습니다. '생태공원'은 이름만 그럴듯한 거짓의 현장이었습니다. '생태'는 없고 황량함만 가득했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에 공원을 만들어 놓은 건 일종의 코미디였습니다.

엿새를 달리다 이제야 강다운 강을 만났습니다. 기쁘냐고요? 물론 반갑고 기쁩니다. 하지만 씁쓸하고 슬픈 마음이 더 큽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낙동강을 망치고 '죽음으로 가는 강'을 만들었을까요?

낙동강은 쉼 없이 흘러 바다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4대강을 다시 복원해야 합니다. 낙동강의 미래는 바로 여기 최상류의 모습에 있습니다.

▲ 아슬아슬 자전거 위 인터뷰-이철재 에코큐레이터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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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에서 이철재 에코규레이터가 넘어졌습니다. 첫날도 넘어졌는데,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내리막길에서 이철재 에코규레이터가 넘어졌습니다. 첫날도 넘어졌는데,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고 합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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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도 하나 전합니다. '오마이리버'와 함께 하며 많은 힘이 됐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부상을 입었습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넘어졌는데요. 병원 진찰 결과 팔꿈치 뼈가 부러졌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오마이리버'에게 큰 힘이 됐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경북 상주의 경천대에서 넘어졌었는데요. 병원에 갔다 오더니 팔에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팔꿈치 뼈가 부러졌답니다. 걱정이 됩니다.
 '오마이리버'에게 큰 힘이 됐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경북 상주의 경천대에서 넘어졌었는데요. 병원에 갔다 오더니 팔에 반깁스를 하고 나타났습니다. 팔꿈치 뼈가 부러졌답니다. 걱정이 됩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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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타깝습니다.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에게 많은 격려 부탁합니다.

[2신 : 12일 오후 1시 30분]
문화재 파괴 현장... 뻔뻔함을 고발합니다

▲ 낙단보 마애불 머리에 다이너마이트 구멍... 4대강 사업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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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낙단보 바로 옆에 있는 마애보살좌상입니다. 4대강 사업 중 발견됐는데요. 얼굴 오른쪽 위편에 메워진 구멍 흔적 보이시나요? 다이너마이트 구멍입니다.
 경북 의성 낙단보 바로 옆에 있는 마애보살좌상입니다. 4대강 사업 중 발견됐는데요. 얼굴 오른쪽 위편에 메워진 구멍 흔적 보이시나요? 다이너마이트 구멍입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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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참 좋습니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상쾌합니다. 12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은 어떤 계획이 있는지요. 저희는 오늘도 종일 달립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 '오마이리버'도 좋은 풍경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낙동강 현장은 상처투성이입니다. 있는 그대로, 저희가 보는 진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 위의 사진을 보시지요. 낙동강 낙단보 옆에 있는 마애불인데요. 미소가 온화한가요? 하지만 이 마애불은 산산조각 날 뻔했습니다. 부처님 얼굴 오른쪽 구멍 메운 흔적을 보십시오. 다이너마이트를 넣어 폭파하려 했던 흔적입니다. 문화재 파괴범의 소행일까요? 아닙니다. 4대상사업 때 '장애'가 돼 폭파하려 했던 겁니다.

경북 의성 낙단보 바로 옆에 있는 마애보살좌상입니다. 4대강 사업 공사중 발견됐는데요. 다이너마이트를 넣기 위한 천공들이 혐오스럽습니다.
 경북 의성 낙단보 바로 옆에 있는 마애보살좌상입니다. 4대강 사업 공사중 발견됐는데요. 다이너마이트를 넣기 위한 천공들이 혐오스럽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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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영원히 사라질 뻔한 이 마애불은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어제(11일)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낙동강 현장에서 울분을 토하듯 "우리 역사에서 4대강 사업만큼 문화재를 한순간에 파괴했던 적은 없었다. 전쟁 때보다 더 심했다"고 말해습니다.

경북 의성의 마애불은 폭파 될 뻔했습니다. 지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내문에는 4대강 사업으로 국토발전과 문화 관광 인프라를 마련했답니다.
 경북 의성의 마애불은 폭파 될 뻔했습니다. 지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내문에는 4대강 사업으로 국토발전과 문화 관광 인프라를 마련했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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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소장은 "문화재 지표조사를 통해 제대로 발굴 조사를 한 후, 공사를 해야 하는데 4대강 사업은 그 절차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소장의 말대로 제대로 문화재 조사를 했다면 이 마애불은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겁니다.

▲ 낙동강과 회천이 만나는 곳. 4대강 사업으로 물은 이렇게 썩어갑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과 김병기 <오마이뉴스>국장이 낙동강 합천보 상류의 회천에서 강을 바라보며 썩어가는 물에 대한 원인을 이야기합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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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애불 곁에 있는 안내문은 정말 가관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발전과 문화 관광 인프라를 마련했다"고 나옵니다. 정말 뻔뻔한 일입니다.

성주보 하류. 선착장인지, 전망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물살이 할퀴고 갈 자리였습니다. 강을 모르는 이들이 날림으로 만들다보니 이렇게 파손됐습니다.
 성주보 하류. 선착장인지, 전망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물살이 할퀴고 갈 자리였습니다. 강을 모르는 이들이 날림으로 만들다보니 이렇게 파손됐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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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십시오. 무엇으로 보이나요? 선착장인지 전망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물살이 할퀴고 지났기에 곳곳이 망가졌습니다. 강에 저런 걸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여름 장마 때마다 붕괴하고 망가질 게 뻔하니까요.

상주보 아래 둔치가 뜯겨 나갔습니다. 복구와 붕괴가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 수문에서 틩겨나온 물이 들이치니 당연히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주보 아래 둔치가 뜯겨 나갔습니다. 복구와 붕괴가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보 수문에서 틩겨나온 물이 들이치니 당연히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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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다니다보면 이런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강변 둔치가 무너진 모습입니다. 이런 결과는 당연합니다. 보에서 가까운 곳인데요. 거센 물살이 쏟아지면 당연히 그 옆 둔치는 이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주 단순한 상식인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상식을 무시하고 세금을 들여 무리한 일을 벌인 겁니다.

상식과 반하는 현장을 지켜보는 일. 종일 자전거 타는 것만큼 괴로운 일입니다. 오늘 길을 달리다 감나무 밑에서 잘 익은 홍시를 발견했습니다. 김종술 기자와 맛있게 먹었는데요. 이 달콤함으로 다시 힘을 내보겠습니다.

경북 상주의 한 마을에서 바닥에 떨어진 홍시를 발견했습니다. "심봤다!"를 외치며 김종술 기자와 홍시먹방을 찍었습니다.
 경북 상주의 한 마을에서 바닥에 떨어진 홍시를 발견했습니다. "심봤다!"를 외치며 김종술 기자와 홍시먹방을 찍었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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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빵구', 이것도 MB 때문일까요?

'오마이리버' 팀의 첫 '펑크'입니다. 경북 상주의 힘차공원에서 정대희 시민기자의 자전거 앞, 뒤바퀴가 모두 터져버렸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철인3종경기의 경험이 있는 양영석 시민기자(오른쪽)가 급히 수리에 나섰습니다.
 '오마이리버' 팀의 첫 '펑크'입니다. 경북 상주의 힘차공원에서 정대희 시민기자의 자전거 앞, 뒤바퀴가 모두 터져버렸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철인3종경기의 경험이 있는 양영석 시민기자(오른쪽)가 급히 수리에 나섰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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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얼굴 옆에 구멍 낸 MB. 우리 '오마이리버' 자전거도 '빵구'내다니!"

순간 이런 말이 터졌는데요. 너무 심한 말을 한 건가요? 뭐 사실 자전거 펑크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분노 탓인지, 저런 말이 자연스럽게 터졌습니다.

자전거를 탄 엿새 동안 '오마이리버'는 한 번도 자전거 타이어 펑크를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2일 오전 결국 사고가 터졌습니다. 경북 상주 구간에서 정대희 기자가 탄 자전거 바퀴 앞뒤 모두 펑크가 났습니다.

정대희 기자가 내리막 길에서 앞 사람과 충돌을 피하려다 일이 발생한 겁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대희 기자는 "동생 자전거 빌려왔는데, 집에 가서 무릎 꿇어야겠다"며 웃었습니다.

자전거가 '빵꾸'난 틈을 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김종술 기자의 도로 위 '즉석카페'입니다.
 자전거가 '빵꾸'난 틈을 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김종술 기자의 도로 위 '즉석카페'입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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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김에 쉬었다 간다는 말이 있지요. 믿기지 않지만, 철인3종 경기 경험이 있는 양영석 기자가 급히 자전거 수리에 나섰습니다. 그 순간을 이용해 김종술 기자가 커피를 끓였습니다. 커피 한 잔 나누며 '오마이리버'도 가을의 정취를 짧게 즐겼습니다.

아,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뉴스' 하나 전합니다. 드디어!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오마이리버'의 선두에 섰습니다. 그는 그동안 늘 뒤에 처진 채 달렸는데요. 처음으로 선두에서 '오마이리버' 팀을 이끌었습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자전거 타는 내내 뒤에서 쫓아오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내리막을 기회 삼아 선두로 나섰습니다!
 자전거 타는 내내 뒤에서 쫓아오던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내리막을 기회 삼아 선두로 나섰습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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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2일 오전 9시 20분]
"고기 쏘겠다"는 응원... 힘이 솟습니다!

11일 밤, 텐트의 번데기 두 마리. 김병기 기자와 정대희 시민기자가 날이 추운 탓에 침낭 깊숙히 몸을 집어 넣은 모습입니다.
 11일 밤, 텐트의 번데기 두 마리. 김병기 기자와 정대희 시민기자가 날이 추운 탓에 침낭 깊숙히 몸을 집어 넣은 모습입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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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낙단보 인근 한 주차장에서의 하룻밤. 종일 거센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탄 뒤에 별빛과 달빛 아래 친 텐트 속에서 아주 달콤한 잠을 잤습니다. 12일 오전 6시 30분, 잠에서 깼습니다.

전날(11일) 기사를 쓰느라 텐트에서 가장 마지막에 잠든 저는 번데기 두 마리를 목격했습니다. 김병기, 정대희 기자가 전신을 침낭 속에 파묻은 모습인데요. 그만큼 이번 일정을 통틀어 지난밤 가장 날씨가 찼습니다. 강바람도 거세 가끔 텐트가 식탁 위에 떨어뜨린 푸딩마냥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리버' 6일 차인 12일 새벽 6시. 낙단보 인근 한 공원의 주차장 텐트에서 눈을 떠보니 노트북을 켜놓은 채 정대희 기자가 침낭 속에서 잠 자고 있더군요. 노트북 자판 위에 안경이 올려져 있습니다. 1시간 뒤에 부시시한 얼굴로 텐트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는 말. "새벽에 기사 쓰다가 기절했어요. 아침에 라면 먹으면서 기사 쏘겠습니다."
 '오마이리버' 6일 차인 12일 새벽 6시. 낙단보 인근 한 공원의 주차장 텐트에서 눈을 떠보니 노트북을 켜놓은 채 정대희 기자가 침낭 속에서 잠 자고 있더군요. 노트북 자판 위에 안경이 올려져 있습니다. 1시간 뒤에 부시시한 얼굴로 텐트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는 말. "새벽에 기사 쓰다가 기절했어요. 아침에 라면 먹으면서 기사 쏘겠습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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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났더니 정대희 기자의 노트북이 켜져 있었습니다. 정 기자는 침낭 속에 머리까지 푹 파묻은 채 잠이 들어 있었고요. 자판 위에 놓는 정 기자의 안경을 보는 순간 짠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기사를 쓰다가 다시 잠이 든 모양입니다. 30여분 뒤에 부시시 일어난 정 기자는 "저, 어제 기절했어요(웃음). 오늘 아침 라면 먹으면서 기사 한개 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기자의 말처럼 오늘 아침은 라면입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라면입니다. 혹시, 한우 고기 집에서 라면 끓여먹은 적 있나요? 저흰 한우 고기집에서 끓여주신 라면을 아주 맛있게 먹고 오전 8시 20분에 힘차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오마이리버 '이모저모'
생각보다 많은 독자 분들이 '이모저모'에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전날엔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지인으로부터 "오늘은 '이모저모'가 별로인 걸 보니 소중한 기자가 많이 피곤했나보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오늘도 피곤했단 소리 들을까봐 걱정입니다.

오마이리버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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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의 입사 동기인 곽승희 기자에게 스마트폰 메신저 쿠폰으로 비타민 음료를 선물받은 것, 말씀 드렸었죠. 이번엔 이철재 에코큐레이터가 동료에게 저와 똑같은 방법으로 초코파이를 선물받았다는 소식입니다. 제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이며 "이런 게 왔다"고 말하더군요. 미세하게 어깨가 '으쓱'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자전거 페달을 함께 굴린 정민규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기자 기억하나요? 정 기자도 제가 쓴 기사에서 비를 맞으며 초코파이를 먹는 사진을 보고 1년 만에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답니다. 친구의 "뭐하고 있냐"라는 한 마디와 함께 이어지는 'ㅋ'의 연발이 인상적입니다. 정 기자는 이 소식을 제게 알려오면서 "덕분에 친구랑 연락도 되고 참 좋네요"라며 스마트폰 메신저의 '당황' 이모티콘을 보내왔습니다.

정민규 기자는 오마이리버 일정을 함께한 후 1년 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정민규 기자는 오마이리버 일정을 함께한 후 1년 만에 친구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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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기자 역시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문자가 왔답니다.

"MB가 무더기로 싸지른 4대강 탐사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건강하게 잘 마무리하시고, 끝나면 고기 한 점 사겠습니다. 파이팅! 존경과 응원을 보냅니다."

김종술 기자는 오마이리버 일정을 함께한 후 가까이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격려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김종술 기자는 오마이리버 일정을 함께한 후 가까이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 격려 문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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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댓글도 오마이리버 팀에 힘이 되고 있는데요. 그 중 기억에 남는 하나를 소개합니다. 전날 경북 구미를 거쳐 왔는데요. 구미에 사는 한 독자가 댓글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힘이 절로 솟습니다.

"고생 많으시네요. 제가 사는 구미를 오늘 지나고 계시는군요. 몇 해 동안 수도 없이 잔차(자전거) 발판을 밟고 다니던 곳이랍니다. 일에만 매여있지 않다면 저도 잔차 타고 나가서 합류했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마음으로만 응원합니다. 모두 아자아자~!!! 힘내셔서 잔차 발통 신나게 밟으시길 바랍니다. 구석구석 잘못된 것 제대로 꼬집어 주시고요.^^"

11일 오마이리버 팀이 쓴 기사에 한 독자가 격려의 댓글을 남겨줬습니다. 절로 힘이 납니다.
 11일 오마이리버 팀이 쓴 기사에 한 독자가 격려의 댓글을 남겨줬습니다. 절로 힘이 납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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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토요일에도 '오마이리버'는 달립니다. 오늘은 낙단보를 출발해 경북 예천의 회룡포까지 갑니다. 오늘까지 '오마이리버' 일정은 이틀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눈 부릅뜨고 강이 품고 있는 아픔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태그:#4대강 사업,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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