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일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사업 예정지에 농업손실 보상을 알리는 입간판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5일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사업 예정지에 농업손실 보상을 알리는 입간판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에코델타시티'라는 소리에 김봉우(60)씨는 진저리를 쳤다. 김씨는 수자원공사(수공)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일대에 조성하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예정 부지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마치 젊은시절 부모님의 땅이 덜컥 그린벨트로 묶여버릴 때처럼, 이번에도 결정권은 그에게 없었다. 국가는 결정했고 그는 통보를 받을 뿐이었다. 김씨가 울분을 터트렸다.

"40년동안 마음대로 그린벨트로 지정해놓더니 이제는 국가가 개발을 하겠다면서 터무니없게 낮게 책정된 그린벨트 공시지가를 근거로 가격을 책정해 이 돈 받고 고향을 떠나서 살랍니다. 평생을 모은 재산을 강탈해가면서도 항의를 하면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봅니다."

5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토마토 농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김씨의 목소리는 격앙되어갔다. 자녀 이야기를 하면서는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아들에게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짓자고 권유했던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토마토 농사를 지어 인터넷 소포장 판매로 제값을 받는 것이 희망이었던 그의 꿈이 에코델타시티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공무원들은 40년동안 1호봉만 받고 일할 수 있겠나"라고 말한 김씨는 "그런데 우리한테는 40년동안 그린벨트 지정해 놓고 이제는 국가가 개발해 비싸게 팔 테니 낮은 돈만 받고 나가라고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마지막 그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김씨는 "우리같은 농민이 하면 난개발에 불법이고, 수공이 수조원 챙겨가는 건 합법이냐"고 물었다.

4대강서 뺨맞고 에코델타시티서 돈벌이

4대강 사업의 핵심 법안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2010년 12월 국회 국토해양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송광호 위원장(맨왼쪽)의 입장을 막으면서 여야 의원들간의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 법안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2010년 12월 국회 국토해양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송광호 위원장(맨왼쪽)의 입장을 막으면서 여야 의원들간의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부산 강서구 낙동강 인근 약 360만평 (13.35㎢)에 인구 7만 5천명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공과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부산도시공사가 이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비만 5조 4300억 원이 넘게 드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비는 수공이 80%를 책임지고, 부산시가 20%를 내기로했다.

특히 이 사업을 택지를 개발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아니라 물을 관리하는 수공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흥미롭다. 그 바닥에는 수공과 4대강의 아픈 추억이 있다. 지난 2010년 12월 당시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처리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구역 특별법)이 바로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추진체다.

국가 하천 주변지역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그 이익을 다시 하천 정비와 관리에 쓰겠다는 목적의 이 법은 사실상 수공이 떠안은 막대한 적자를 보전해주기 위한 대책으로 마련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른바 '수공특혜법'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수구역특별법의 핵심은 개발이익을 어떻게하느냐에 모아진다. 법은 33조에서 이를 '국토교통부장관이 아닌 자의 비용부담으로 시행한 국가하천의 하천공사 중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여 고시한 하천공사의 비용 보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돌려말했지만 4대강 사업 (국가하천 공사)의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란 말로 해석가능하다.

정부의 이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만큼 수공의 건강성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도맡아 추진하면서 수공이 떠안은 빚은 8조 원 가량. 이처럼 천문학적인 적자 규모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친수구역 특별법이란 선물을 수공에게 안겼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업 추진에만 사활 걸고, 생태도시는 뒷전"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수자원공사와 부산시가 부산 강서구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있는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조감도.
ⓒ 국토해양부 제공

관련사진보기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된 에코델타시티 사업에서도 정부는 그러한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당시 국토해양부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추진 이유를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수공의 재무여건 개선에 기여"라고 밝혔다. "수공의 재정이 악화될 경우 국민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친수사업을 통해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뒤를 따랐다.

에코델타시티를 둘러싼 잡음은 비단 이 사업이 4대강의 후속탄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민은주 부산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주민의 참여가 제한된 일방적인 사업 추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에코델타시티가 생태도시를 만든다면서 실제로는 반생태적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며 "지역주민과 협력해서 기획단계부터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토건 사업의 마인드로 360만평을 나누고, 포장만 생태라고 해서 아파트를 짓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접한 철새도래지가 이 지역 개발로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습지보전국장은 "고층건물로 인한 빛 공해와 더불어 개발로 인해 논과 습지가 사라지면 새들의 먹이터가 사리지는데 일정 규모의 차폐공간만을 만들겠다는 현재의 방식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에코델타시티로 인한 수질오염과 철새 도래지 황폐화를 막아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사업 취소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더불어 김 국장은 사업 추진이 지나치게 속도전 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보았다. 그는 "사업이 제대로 가려면 환경영향평가부터 제대로하고 계획기간을 5~10년으로 가야하는데 외국처럼 20~30년은 아니더라도 우리처럼 3년만에 뚝딱하겠다는 것은 그냥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4대강 보다 오히려 더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정말 경제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윤일성 부산대학교 교수는 "아파트 2만 7천 세대를 짓겠다는데, 부동산 경기가 정점을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보자면 제대로 분양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국 공사로 이윤을 챙기겠다는 건설사의 목적과 그것에 동조하는 공무원들의 입장이 부산의 발전이란 장밋빛 전망으로 포장되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도 같은 점을 지적한다. 김 교수는 "2020년에 대비해서 부산에 필요한 주택수의 57%를 에코델타시티에 만드는 것으로 되어있다"며 "에코델타시티에 들어오겠다는 세대수나 인구수가 강서구의 현재 인구수나 세대수보다 많은데 수요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업 타당성 부풀리기 감사원 지적... 부산시 "사업 추진에 문제없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친수구역법 폐지와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친수구역법 폐지와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점은 감사원의 지적을 통해서도 문제가 됐다. 감사원은 지난 달 수공에 '부산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 추진 부적정'이란 통보를 보내며 사업 타당성 조사가 일부 부풀려진 점을 거론하며 사업성 악화를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수공에 개발 사업 후에 용지가 미분양되는 일이 없도록 에코델타시티 친수구역 조성사업에 대한 수요조사를 규정에 맞게 조속히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상황이 이렇자 7일 오전에는 부산에코델타시티 시민대책위원회가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코델타시티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책위는 "올해 국정감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4대강 사업의 후속사업인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 전면 재검토, 4대강 및 후속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강서주민들의 정당한 보상을 중심으로 철저히 조사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감시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곳곳에서 잡음이 들리고 있지만 수공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시 측은 사업 추진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한다. 김영철 부산시 국제산업물류도시개발단장은 에코델타시티 사업이 4대강 사업과 연관됐다는 점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후속 사업이란 지적을 "반대를 하기 위한 반대"라며 "에코델타시티는 4대강 사업과는 관련 없이 원래 LH가 하기로한 사업을 LH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신규사업을 못하게 되면서 수공이 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단장은 환경 훼손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간합동조사단을 꾸려서 철새 단체에서 요구하는 것을 100% 수용했다며 수질도 에코델타시티를 계기로 현재의 4급수에서 2급수로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 보상 문제에 대해서 그는 "보상은 수공과 부산시가 많이 평가해주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린벨트로 손해를 봤던 것에 대한 보상은 비단 이 지역 주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해다.


태그:#에코델타시티, #4대강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