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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드는 사람 발길로부터 나무를 살리기 위해 바위에 쇠말뚝까지 박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밀려드는 사람 발길로부터 나무를 살리기 위해 바위에 쇠말뚝까지 박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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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쇠말뚝이 박혀 있습니다. 쌓아 놓은 흙 포대가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섭니다. 돌로 축대를 쌓기도 했습니다. 경사진 바위산에 흙 포대와 돌 축대를 쌓고 쇠말뚝까지 박은 건, 흙이 유실돼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려는 발버둥입니다.

쇠말뚝까지 박은 이 처참한 산등성이는 대한민국 최고 명산이라는 설악산 권금성입니다. 대학 시절 이후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권금성의 오늘은 처참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밀려드는 수많은 사람의 발길을 감당하지 못해 흙이 유실돼 민둥산이 된 것입니다. 겨우 남은 몇 그루의 나무를 살리려 흙 포대와 돌 축대를 쌓고 쇠말뚝까지 박았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해 손쉽게 설악산을 구경하려는 사람의 발길에 이마저 유실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설악의 미래라고요?

면도칼로 깨끗하게 밀어버린 듯, 민둥산으로 전락한 설악산 권금성입니다. 위의 사진 좌측 점선 뒤편은 출입금지 경계선이 있어 그나마 나무가 살아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뒤편에 큰 바위가 있어 겨우 살아남은 나무입니다. 그러나 이마저 표토 유실로 돌 축대와 흙 포대를 쌓아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초래한 재앙의 현 주소입니다.
 면도칼로 깨끗하게 밀어버린 듯, 민둥산으로 전락한 설악산 권금성입니다. 위의 사진 좌측 점선 뒤편은 출입금지 경계선이 있어 그나마 나무가 살아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뒤편에 큰 바위가 있어 겨우 살아남은 나무입니다. 그러나 이마저 표토 유실로 돌 축대와 흙 포대를 쌓아 겨우 연명하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초래한 재앙의 현 주소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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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이름 그대로 바위로 이뤄진 악산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바위 위에 얇은 표토가 쌓이고 그 위에 풀과 나무가 자라는 신비로운 산입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고 너무 많은 사람이 권금성에 오르니 사람들 발길에 풀이 죽고, 풀이 죽으니 표토가 유실되었습니다. 표토가 유실되니 바위 위에 힘겹게 살아가던 나무들도 죽었습니다.  

설악산은 원래 악산이라 흙과 나무가 없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기 전 권금성 자료 사진을 보면, 지금의 민둥산 바위에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걸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권금성의 어제와 오늘입니다. 옛날 자료 사진에는 사람이 서 있는 주변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권금성에 자라던 나무는 죽어 사람의 발길을 막는 흉물로 전락했습니다. 고사목으로 막아 놓은 곳은 그나마 풀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권금성의 어제와 오늘입니다. 옛날 자료 사진에는 사람이 서 있는 주변으로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권금성에 자라던 나무는 죽어 사람의 발길을 막는 흉물로 전락했습니다. 고사목으로 막아 놓은 곳은 그나마 풀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 설악산 자료사진&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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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금성의 '민둥산 현상'이 케이블카 탓이라는 건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권금성 봉우리에 사람 출입을 막기 위해 줄을 설치했습니다. 더 이상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함입니다. 출입금지 줄을 따라 양쪽의 모습이 확연히 다릅니다. 경계선 줄 안쪽엔 표토가 쌓였고 풀과 나무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수많은 사람이 밀려들기 전에 권금성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적은 권금성 한쪽엔 표토가 유실되지 않아, 바위가 드러나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아래 사진) 바로 이 모습이 권금성에 표토가 얼마큼 쌓여 있었는지 말해줍니다. 바위산에 너무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 어떤 재앙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줍니다.

설악산 권금성의 사람 발길이 닿는 곳은 민둥산이고, 출입금지 지역인 위쪽은 나무들로 가득합니다. 바위산에 사람 출입이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설악산 권금성의 사람 발길이 닿는 곳은 민둥산이고, 출입금지 지역인 위쪽은 나무들로 가득합니다. 바위산에 사람 출입이 많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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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군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양양군청과 지역 주민이 설악산 대청봉에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현수막입니다. 설악 대청봉 케이블카(오색카이블카) 설치가 과연 설악의 미래일까요? 권금성의 케이블카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본 것처럼, 대청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설악산의 미래는 처참한 재앙뿐입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강원도 양양군의 현수막입니다. 케이블카가 과연 설악의 미래일까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하는 강원도 양양군의 현수막입니다. 케이블카가 과연 설악의 미래일까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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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설악산 대청봉은 많이 아픕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몰리는 사람 발걸음으로 표토가 유실되고 무너져 내리면서 대청봉은 신음하고 있습니다. 옛날엔 땅 속에 묻혀있던 바위들인데, 사람들 발길에 흙이 유실돼 바위만 흉물스럽게 뒹구는 게 지금의 대청봉입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바로 여기가 오늘의 설악산 대청봉입니다. 흙 속에 있어야 할 바위 덩어리들이 수많은 사람의 발길에 흙이 다 유실돼 위험하고 흉측한 산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대청봉의 아픔엔 아무 상관없이 대청봉 표지석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어떻게 될까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바로 여기가 오늘의 설악산 대청봉입니다. 흙 속에 있어야 할 바위 덩어리들이 수많은 사람의 발길에 흙이 다 유실돼 위험하고 흉측한 산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대청봉의 아픔엔 아무 상관없이 대청봉 표지석에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어떻게 될까요?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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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대청봉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느냐고요? 아래 사진을 보면 이곳이 동네 장터인지, 설악산 대청봉 정상인지 헷갈립니다. 가을 단풍철이면 기차놀이 하듯 줄지어 선 사람들로 인해 산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대청봉은 지금도 이런 상황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면, 대청봉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동네 시골장터일까요? 여기가 설악산 대청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동네 시골장터일까요? 여기가 설악산 대청봉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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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주변에도 무분별한 표토 유실 확산을 막기 위해 밧줄로 경계선을 쳐 놓았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며 이미 망가진 길 외에 주변 산 능선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출입금지'라는 글이 달려 있어도, 그 경계선이 설악 대청봉을 지켜주지 못합니다. 밀려드는 인파 탓에 경계선 너머에서 쉬려는 사람들로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출입금지 표시가 있으나마나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설악산에 몰리다보니, 이렇게라도 쉬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도 이 지경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출입금지 표시가 있으나마나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설악산에 몰리다보니, 이렇게라도 쉬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도 이 지경인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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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사람들로 설악산 대청봉은 지금도 포화 상태입니다. 대청봉은 많이 아파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양군의 요구대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대청봉의 미래는 처참히 망가진 권금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겁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설악산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대청봉에 오른 많은 등산객이, 공룡능선 등 설악산의 다양한 능선으로 하산하면 설악산은 많은 상처를 입을 겁니다.

특히 서울~속초 간 고속도로가 완성되는 2015년이면 서울에서 설악산까지는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청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몰려드는 인파로 설악산 훼손은 불가피합니다.       

설악산의 운명은 어찌 될까요? 

9월 25일은 설악산의 운명이 달린 날입니다. 이날 오후 4시, 정연만 환경부 차관 주재로 20명의 국립공원위원이 모여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해 6월, 환경문제와 경제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양양군이 신청한 '설악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켰습니다. 그런데 양양군이 올해 또 신청을 했습니다.

길이 4.5km의 케이블카가 설악산에 설치되면, 설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설악산에 꼭 케이블카가 필요할까요?
 길이 4.5km의 케이블카가 설악산에 설치되면, 설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설악산에 꼭 케이블카가 필요할까요?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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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오색마을에서 설악산 대청봉 주변까지 4.5km를 연결하는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양양군의 노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정상철 양양군수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필요성을 강조하는 11쪽 분량의 장문 편지를 지난 5일 박근혜 대통령과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양양군 범군민친환경오색케이블카 유치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양양군민의 오색케이블카 유치 염원편지 전달 릴레이대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허가해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설악산은 양양군만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은 인간을 위한 놀이터가 아닙니다. 인간은 숲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일 뿐입니다. 숲은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야생동식물의 터전입니다. 특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통과하는 지점은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의 서식지입니다. 

무엇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과 종점 예정지가 들어설 관터골 일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개방되지 않고 보존된 설악산 산양의 최대 서식지이며, 천연보호구역의 핵심 지역입니다. 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이자, 대청봉 눈잣나무 특별보호구역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권금성에 오른 연인들입니다. 케이블카가 있으니 잠시 눈요기를 위해 설악산에 오른 것이지요. 대청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밀려들어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을 마구 걸어다니겠지요. 생태계는 망가지고 설악산은 재앙을 맞게 될 것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권금성에 오른 연인들입니다. 케이블카가 있으니 잠시 눈요기를 위해 설악산에 오른 것이지요. 대청봉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밀려들어 천연기념물보호구역을 마구 걸어다니겠지요. 생태계는 망가지고 설악산은 재앙을 맞게 될 것입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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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설악산 생물 조사를 실시해 온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이규송 교수는 아래의 말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설악산 아고산대 능선부의 한 번 훼손된 토양기반은 되돌리기 어렵다. 다른 지역에서 토양을 가져다가 복토하는 것은 교란지 식물의 매토종자(발아력을 유지한 채 종자휴면 상태에 있는 종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새로운 교란을 야기할 수 있다. 즉, 다른 지역과 달리 아고산 생태계는 한 번 훼손되면 되돌리기가 너무나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도심 가까운 곳은 녹지 8등급에도 개발이 불가능한데, 케이블카 지주 6개가 세워지는 설악산의 식생은 녹지자연도 9등급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곳이다."

환경부 장관님, 개발이 아닌 설악산 보호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양양군 오색마을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한 것은 설악산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만약 케이블카 설치 후 설악산이 망가지면 어찌 될까요? 욕심에 눈 멀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권을 쥐고 있는 환경부에 경고합니다. 환경부는 이 땅에 환경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부서입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명박 정부 때 '국토해양부의 이중대'가 되어 4대강 파괴에 앞장섰습니다. 만약 이번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허가한다면 환경부는 환경보존부가 아니라 '국토개발 파괴부'의 오명을 영원히 씻지 못할 것입니다.

설악산은 결코 양양군의 소유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과 후손들이 누려야 할 권리가 있는 모두의 산입니다. 양양군 경제를 위해 케이블카를 허가한다면, 앞으로 설악산을 끼고 있는 인제군과 속초시, 그리고 다른 국립공원 주변 모든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설치를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설악산 훼손을 막기 위함이라면 앞으로 대청봉을 보지 못하고 죽어도 좋습니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설악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심각한 환경 파괴를 가져 올 케이블카 허가가 아니라, 이미 신음하고 있는 설악산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환경부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너무 아파요. 흙이 얇은 바위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표토는 유실되고 뿌리가  노출되 신음하는 설악산 권금성의 나무들입니다. 대청봉은 케이블카가 없어도 지금도 많이 아픕니다. 환경부 장관님, 제발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마십시오.
 너무 아파요. 흙이 얇은 바위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표토는 유실되고 뿌리가 노출되 신음하는 설악산 권금성의 나무들입니다. 대청봉은 케이블카가 없어도 지금도 많이 아픕니다. 환경부 장관님, 제발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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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설악산 케이블카, #양양군,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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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길 사모하는 한 사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제 기사를 읽는 모든 님들께 하늘의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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