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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기량심사에 제출된 이의식씨의 미완성 작품
 1차 기량심사에 제출된 이의식씨의 미완성 작품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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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오후,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채화칠기 장인 최종관씨의 갤러리를 찾았다.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에서 채화칠장 인간문화재 지정의 공정성 시비 논란을 보도한 직후였다(관련기사 : 일본 기법 쓴 사람이 인간문화재가 됐다고?). 이들은 보도내용 가운데 특히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로 인정예고된 이의식씨가 '다카마키에'라는 일본기법을 사용했다는 대목에 관심을 보이며 최씨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최씨는 이렇게 답변했다.

"다카마키에는 한국 전통 채화칠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법이다. 저도 스승으로부터 이런 기법을 전해들었지만 쓰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일본에서 배워온 기법을 사용하는 사람을 인간문화재에 선정하나?"

최씨의 답변에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담담하게 "알았다"며 "오는 13일에 열리는 문화재위원회 회의에 관련자료를 올려서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를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본기법 사용 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박영옥씨 "일본에서 배웠는데 왜 이번엔 문제가 안 되나"

'일본기법 사용 의혹'은 1차 기량심사에 참여했던 최종관씨와 박경옥씨에게 나왔다. 최종관씨는 문화재청과 감사원에 제출한 이의신청에서 "이씨가 기량심사 과정 중 달걀흰자에 옻칠을 섞어 작업했다"며 "이것은 유물이나 한국 옻칠 전통기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법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씨도 문화재청에서 낸 '채화칠장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예고 이의신청'에서 이렇게 문제를 제기했다.

"2009년 조사 때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선발돼 국비로 3개월간 일본 연수를 다녀온 것이 문제가 돼 심사위원이던 최아무개 교수가 인터뷰 때 '일본에서 배워온 사람이 왜 중요무형문화재가 되려고 하느냐'라고 저에게 얘기했다. 제가 알기로는 이의식씨는 5년 동안 일본에서 배워왔으며 기량평가 과정에서 일본기법을 사용했는데 왜 이번에는 문제가 되지 않고 지정예고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의식씨가 사용했다는 일본기법이란 '다카마키에'(高蒔繪)를 가리킨다. 다카마키에기법은 달걀 흰자, 호분(굴껍질 등 조개껍질로 만든 가루), 숯가루 등을 칠과 섞어 칠기 표면을 두텁고 높게 만드는 기법이다. 박씨는 "이의식씨 작품에 다카마키에기법이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그 기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마키에의 '마키'는 뿌리다, '에'는 그림을 뜻한다. 그러니까 마키에는 '그림을 그려서 뿌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는 마키에가 없다. 우리는 그냥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용어도 '채화(彩畵)'다. '다카마키에'의 '다카'는 높다(高)는 뜻인데, 높게 올려서 뿌리는 것이 다카마키에다. 우리나라 채화에서 언덕을 표현하려면 얇게 여러 번 옺칠해서 두껍게 하는데 일본은 (달걀 흰자나 조개껍질 등의) 가루를 섞어 쓴다. 그러면 두께도 높일 수 있고, 건조가 빠르다. 이렇게 하면 입체화가 된다. 언덕이나 동물, 계곡 등을 표현할 때 쓴다. 이것이 다카마키에다. 이 기법이 인간문화재로 지정예고된 이씨의 작품에 들어가 있다."

다카마키에기법은 12세기 말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에 나타나 14-16세기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에 완성됐다. 최대 900년의 역사를 가진 칠공예기법인 것이다. 이 기법은 일본의 또다른 칠공예기법인 교칠(絞漆, 시보우루시)기법과도 연관돼 있다. 교칠기법은 '생밀기율, 두부, 달걀흰자, 젤라틴용액, 중국흙 등을 점조제로 넣어 그 유동성을 잃게 하는 기법'을 가리킨다(이칠용, <한국옻칠(나전칠기)용어사전>, 월간 <한국공예문화>). 최종관씨는 "이씨는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칠기법을 고시회기법으로 적용시켜서 채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일본 각 지방의 기법 배우려고 가나자와, 시즈오카 오갔다"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로 인정예고된 이의식씨.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로 인정예고된 이의식씨.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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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식씨도 기량심사 당시 '팔각 구절판 채화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달걀 흰자를 쓴 사실만은 인정했다. 그는 "점성력을 높이기 위해 달걀 흰자를 부분적으로 썼다"면서도 "이것은 다카마키에 기법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옻칠용어사전>의 '일본 옻칠공예용어'에 나와 있듯 일본에서는 점조제(액체의 점성력을 높이기 위해 쓰는 물질)로 달걀흰자를 사용한다(교칠기법의 경우).  

게다가 박형철 심사위원은 "이씨가 기량평가에서 다카마키에 기법을 쓰지 않았다"면서도 "인터뷰할 때 이씨가 칠기표면을 높이기 위해 계란 흰자를 썼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의혹을 부추겼다. 이씨와 박 위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칠기법을 고시회기법으로 적용시켜서 채화한 것"이라는 최종관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높아진다.

한 옻칠전문가는 "현대에 와서 응용기법으로서 계란 흰자를 쓰기도 하지만 이것은 우리나라 전통기법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일본에서 만든 기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달걀 흰자를 쓴다고 해서 그것을 다카마키에기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여하튼 달걀 흰자를 쓰는 것이나 다카마키에기법 모두 우리의 전통기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가 5년간 일본에 머물며 다카마키에 등 일본 칠공예기법을 배운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1980년대 중반 그는 스승으로부터 독립해서 차린 '행촌칠예공방'이 어려워지자 일본으로 눈을 돌렸고, 일본 백화점과 칠기상 등을 돌아다니며 판매에 나섰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5년간 일본 도쿄 도모다 칠예학원에 머물면서 일본의 칠공예기법까지 배웠다. 천년전주명품사업단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이씨  관련글에는 당시 상황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관련기사 : 옻칠장 칠원 이의식).

"이 명인은 일본을 통해 많은 돈을 벌기도 했지만 또 그곳에서 선진 칠 기술을 습득하기도 했다. 1985년부터 1990년까지 5년간 해마다 현해탄을 건너갔다. 1년에 6개월씩 동경 도모다 칠예학원에서 일본의 칠 문화를 비롯하여, 디자인과 용도 등 그들의 앞선 기술을 배우기를 자청했다. 1년에 6개월씩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 도안 그리는 것부터 디자인하는 방법과 새로운 기법 등을 배웠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정이 그를 가만히 놔두질 않았던 것이다. 이 명인은 도모다 칠예학원뿐 아니라 (일본의) 각 지방의 기법들을 하나하나 배우기 위해 가나자와, 시즈오카를 오가며 일본의 칠 기법을 배웠다."

"일본 각 지방의 기법들까지 배우기 위해 가나자와, 시즈오카를 오갔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에 이씨의 "이름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알려져 점점 주문이 밀려들었다"(관련기사 : 24 이의식 옻칠장)고 한다. 박형철 심사위원도 지난 7월 20일 최종관씨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사람들이 이의식씩 작품을 많이 사갔다"고 말했다.

박형철 심사위원 "문화재위원들이 일본냄새가 난다고 했지만..."

그런 가운데 지난 7월 20일 박형철 심사위원과 최종관씨가 만나서 나눈 대화가 눈길을 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녹취록(자세한 내용은 상자기사 참조)에 따르면, 박형철 심사위원은 "(지난해 12월 공방조사 때) 가봤더니 채화칠 작품이 엄청나게 많았다"며 "(그런데) 위원들이 좀 일본냄새가 난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문화재 위원들이 또 한번 회의를 했다. 목칠하는 사람들만. 그래도 일본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일본 사람들이 볼 때에는 한국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누가 볼 때에는 일본 냄새가 나더라도 일본사람이 와서 보면 한국적이라고 본다는 거다."

이어 최씨가 "계란(흰자)을 타서 채화하는 기법은 어디서부터 나온 거냐?"고 묻자 박 위원은 "일본에서 배워왔다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씨가 "일본에서 배운 사람이 우리 중요무형문화재가 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박 위원으로부터 이런 답변이 되돌아왔다.

"그러니까 기법은 어디까지나 중국에서 다 들여온 거잖아요. 채화칠기 다 중국에서 들여온 거지 우리가 만든 거 아니잖아요. 붓이고 뭐고 다 우리가 만들지 않고 전부 중국에서 만든 거예요. 우리도 중국것을 받아들이나 일본것을 받아들이나 그건 뭐 큰 문제가 안돼요. 내가 볼 때는 지식은 서로 교환하는 거니까."

특히 박 위원은 이의식씨가 평소에도 다카마키에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으로 생각할 만한 얘기도 내놓았다. 그는 "(공방조사 때) 전주에 갔을 때 이씨가 '이렇게 도드라지게 높은 건 테두리도 계란흰자로 썼기 때문이다, 3mm까지 올라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최씨가 "그것이 일본의 다카마키에 기법으로 제 스승으로부터 들었다"며 "하지만 우리 문화를 지켜가고 우리 기법을 지켜가려는 것이 인간문화재 아니냐?"고 거듭 캐물었다. 하지만 박 위원은 "일본에서 특허난 계란 흰자를 썼다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무엇을 재료로 쓰느냐는 문제가 안된다"고 응수했다.

최씨가 "인간문화재라고 하면 전통 재료를 써야 하고, 전통 기법을 써야 한다"고 했지만, 박 위원은 "이의식씨가 계란 흰자를 쓰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칠도 오방색을 쓰기 때문에 전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이씨를 적극 옹호했다.

심사위원 "일본에서 특허난 계란 흰자를 쓰면 문제지만..."

다음은 지난 7월 20일 오후 채화칠장 인간문화재 지정 심사위원이었던 박형철 위원의 자택에서 박 위원과 최종관씨가 나눈 대화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중국것 일본것 받아들이는 게 뭐가 문제야?"

최종관 "그 사람은 언제부터 채화칠을 했나요?"
박형철 "글쎄 난 모르겠어. 그래서 가봤더니 작품이 엄청 많아. 채화칠 작품이. 뭐 70-80점 되는 것 같아. 길건너에 전시장이 하나 있어. 거기에 칠 정제하는 기계들이 다 있더라. 그리고 동생들이 잘 하더라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사갔어요. 거기서 위원들도 조금 일본 냄새가 난다 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문화재 위원들이. 근데 또 한번 회의를 했어요. 전문가들이 일주일 전에 했나? 목칠하는 사람들만. 그래도 일본냄새가 난다 했더니 일본 사람들이 볼 때에는 한국거라 그런 이야기에요. 누가 볼 때에도 일본냄새가 나더라도 일본 사람이 와서 보면 한국적이라고 본다."

최종관 "계란(흰자)에다가 타서 하는 기법이 어디서부터 나온 거예요?"
박형철 "일본에서 배워왔다고 하는 거죠. 일본 사람이 하는 거 보고."

최종관 "근데 일본에서 배운 사람이 우리 중요무형문화재 되서는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박형철 "그러니까 기법은 어디까지나 중국에서 다 들여온 거잖아요. 채화칠기 다 중국에서 들여온 거지 우리가 만든 거 아니잖아요. 붓이고 뭐고 다 우리가 만들지 않고 전부 중국에서 만든 거예요. 우리도 중국것을 받아들이나 일본것을 받아들이나 그건 뭐 큰 문제가 안돼요. 내가 볼 때는 지식은 서로 교환하는 거니까."

최종관 "근데 지금까지 선배들이..."
박형철 "다 계란으로 하는 게 아니고 부분에..."

최종관 "저도 잘 모르는데 시연할 때 계란에다 타서.... 설명할 때 그랬잖아요."
박형철 "시연할 때도 계란에 탔어요?"

최종관 "예. 계란에 타서 그렇게 이야기해서 알았죠. 옆에서 이야기하는데 그때 교수님 질문하니깐 계란에다가 타서 도톰하게 했다."
박형철 "근데 그건 현장에 나가서도 그랬어요. 전주에 갔을 때 자기가 이야기하더라고. 이렇게 도드라지게 높은 건 테두리도 계란 흰자로 해가지고 높아질 수가 있다, 3mm까지 올라간다 그러더라구요. 도툼질이."

"외국기술 들여와도 전통 아닌가?"

최종관 "근데 어느 기법에서 찾아봐도 계란에다가 타서 했다는 이야기는 문헌에 그리고 제 선생님한테도..."
박형철 "실제로 올리고 하면 돋아지니깐 어쨌건."

최종관 "그때 선생님한테 일본거가 다카마키에가 있거든요. 일본거를 보면서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하는 겁니까? 물어보니 계란에다가 타서 이렇게 하면 이렇게 도드라진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태희 선생님한테. 근데 지금 계란에다가 타서...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문화재를 지켜가고 우리 기법을 지켜가려는 문화재인데, 거기에서 의문점이 생기더라구요."
박형철 "그런데 하여튼 그런 걸로는 별 문제가 안되고. 재료를 뭘 쓰는 거 문제가 안되고 전통적으로 왔느냐가 중요한 거거든요."

최종관 "그럼 전통으로 왔으면은 재료에서 기법이 나오는 거 아니에요?"
박형철 "그것도 바뀌죠. 그러닌깐 남의 것도 들여오는 거에요. 기술을. 남의 거라고 전혀 안쓰는 거 아니고 우리 산업발전 하는 것도 다 외국기술 들여와서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전통 아닙니까."

최종관 "제일 의문점 나는 게 그쪽이라서 교수님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계시는가 궁금하고 해서."
박형철 "저는 전혀 그런 재료에 대해서 남의 것을 쓰는 거에 대해서 관계가 없고 전통이라고 해서 꼭 옛날 도구 가지고만 하는 건 아니고 그걸 원칙으로 하되 조금씩 조금씩 바뀌잖아요. 앞으로 500년 후에 전통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그때는 컴퓨터로 할지 모른다고. 세상이 바뀌면은. 너무 전통에 대한 것에 고루하게 가지고 그것만 가지고 하면 기술의 발전에 한계가 있어. 자꾸 새로운 게 들어가서 또 우릴 것을 만드는 거죠. 계란 노란자는 일본이 쓰든 중국이 쓰든 아무나 쓸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비례해서 쓰느냐, 거기에 따라 다르고 일본에서 특허난 계란 흰자를 가지고 썼다 이건 문제가 되지만 그런 거는 일본에서 쓴다고 했지 일본에서 했다고는 안 하더라고. 일본에서 써서 안다고."

"우리나라 바둑도 일본에 가서 배워 오잖아"

최종관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쓰는 사람이 없죠?"
박형철 "그렇다고 그래요. 일본에서 수출하다 보니까 거기서 이제 그런 걸 써서..."

최종관 "근데 이의식씨 그걸 보면은 일본에 배워왔다고 그런 이야기가..."
박형철 "글쎄 일본 갔을 거야. 흰자 하는 것을. 그러닌깐 우리나라 바둑도 일본 가서 배워오잖습니까. 그래도 우리나라 전통의 바둑이 있잖아."

최종관 "그런 거 그 논리하고 차이가 있잖아요."
박형철 "그래도 한국하고 일본하고 나름대로 이적성이 있다고 해요. 바둑두는 게 이창호도 있고, 당쉐도 있고. 중국에는 일본에서 사카자도 있고, 다 국민성에 따라 바둑 두는 거도 다르다고. 대륙은 대륙의 어떤 특성이 있고. 그러나 일본 가서 공부하고 와서 일본 가서 배워오는 거 아니에요. 일본 사람한테. ' 아 이런 기법을 쓰는구나'..."

최종관 "근데 아무래도 교수님은 소목쪽이닌깐 그렇다고 하지만 칠쪽에서는 그걸 채화칠기로 했다라는 것은 저로서는 의외라고..."
박형철 "나도 놀랐어. 채화칠기가 그렇게 하는지 몰랐어."

최종관 "그런 기법으로 문화재까지 된다는 건... 나름대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은 그런 거라고 알지 않았거든요. 전통기법으로 해야 하고 전통재료를 써야 하고..."
박형철 "근데 다 전통기법으로 해요. 백골 짜는 거부터 칠... 그러나 계란 흰자로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아니라 이거야. 이게 오방색쓰고 칠도 오방색쓰고 전통이라 이거야. 그러닌깐 이의식씨 거를 보고 왜색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리고 전통기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요. 붓이고 뭐고 다 옛날 기법으로 쓰고 있다고 이걸... 최 선생님이 한 것은 너무 선을 위주로 하고 칠화인데... 전통이죠. 쉽게 이야기해서."

최종관 "그걸 이어받아서... 그렇게 생각했구요."
박형철 "그런데 칠화하는 것은 화려해야 해요. 그림이닌깐. 회화성이 좀 있어야 한다고. 나전칠기하고 다르잖아요. 나전칠기의 화려한 거보다는 채화칠기는 색감이 있고 다양하고 좀 화려하고."

"현대그림 그리는 사람 중에 채화칠장 문화재 나올 수 있어"

최종관 "그러면은 현대칠화 하는 칠로 그리는 사람하고 차등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박형철 "칠을 가지고 붓으로 그리면 칠화죠."

최종관 "그러면 현대 그림을 그리는 사람 중에 문화재가 나올 수 있겠네요."
박형철 "나올 수 있죠. 그게 필요하다고 하다면. 비빔밥이 국제화되듯이 비빔밥도 옛날하고 다르잖아요. 서양 사람의 입맛에 맞춰서 만들잖아요. 언제 비빔밥을 누가 처음 만든지 누가 알아요. 기록이 없잖아요. 기록이."


문화재청, 일본기법 사용 의혹에 "13일 문화재위에서 심의할 예정"

문화재청은 지난 7월 22일 이의식씨를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로 인정예고했다. 공방조사(2012년 12월)와 기량심사(2013년 1월)를 종합해 이씨를 채화칠장 인간문화재로 인정한다고 예고한 것이다. 오는 13일 열리는 무형분과 문화재위원회에서 이를 최종 결정하면 이씨는 '채화칠장 인간문화재 1호'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채화칠장 인간문화재 지정 과정에서 처음 합의한 기량평가기간(6일간)에다 10일을 추가하고, 심사위원들 다수가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출신 사제지간으로 밝혀지면서 공정성 시비가 크게 일었다. 이에 문화재청은 "전혀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의식씨가 '다카마키에'라는 일본기법을 사용했다는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문화재청이 고민에 빠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8월 22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이의신청자료, 본인 소명자료, 관계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기법 사용 여부'는 오는 13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채화칠은 옻칠과 천연안료를 배합한 물감으로 다양한 색을 만들어 칠기 표면에 색과 문양을 그려 넣는 전통기법이다. 이러한 채화칠 기법을 통해 채화칠기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칠, 토회칠, 초칠, 상칠, 채화 등 28번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옻칠뿐만 아니라 정교한 채화기술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다. 

옷칠공예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나전칠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이에 따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까지 성행했던 채화칠은 해방 이후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뒤늦게 중요한 전통공예로 인정받아 문화재청에서 지난 2009년부터 채화칠장 인간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왔다.


태그:#채화칠장 인간문화재, #이의식, #다카마키에, #문화재청, #최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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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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