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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희망버스 '격렬한 충돌'…갈등 깊어져"(MBC 뉴스데스크)
"'희망버스' 울산 충돌…140명 다쳐"(SBS 8 뉴스)
"현대차 '희망버스' 사측과 충돌 100여 명 부상"(KBS 뉴스 9)

지난 7월 21일, 방송 3사의 저녁뉴스에서 나온 '현대차 희망버스' 관련 보도 제목이다.

그 하루 전인 7월 20일, 울산에서는 노동자와 시민 등 3000여 명이 참가한 '희망버스' 집회가 열렸다. 다음날인 21일, 방송 3사는 저녁 뉴스에서 위와 같은 제목으로 각각 한 꼭지씩의 보도를 내보냈다. 분량도 1분 28초(SBS, MBC)에서 1분 42초(KBS) 가량으로 비슷했다.

1차 '현대차 희망버스'를 보도하는 7월 21일의 KBS 뉴스 화면.
▲ KBS <뉴스 9>화면 갈무리. 7월 21일. 1차 '현대차 희망버스'를 보도하는 7월 21일의 KBS 뉴스 화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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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사 모두, 보도의 초점은 시위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에 맞춰져 있었다. 특히 시위대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MBC는 "'희망버스'가 폭력사태로 변질되었다"고 보도했고, SBS는 대나무 막대를 휘두르는 시위대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당시의 이런 보도 행태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들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도 당사자였던 KBS조차, 8월 4일자 <미디어 인사이드>에서 '균형 잃은 희망버스 보도' 꼭지를 통해 "언론이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기업의 불법행위 감시에 소홀하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8월 31일,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제 2차 '희망버스' 집회가 열렸다. 이번에는 296일간의 철탑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온 최병승씨 등이 발언대에 올랐다. 집회 참가자는 1200여 명으로, 지난번처럼 사측이 시위 장소를 막아놓지 않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방송사들은 '폭력 없는' 희망버스 집회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충돌' 빠지니 '희망버스'도 사라졌다

결과는 처참했다. 3사 중 9월 1일자 저녁 뉴스에 희망버스 집회 관련 꼭지를 편성한 방송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간 방송사들은 "과격시위가 노사 교섭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희망버스 시위대의 '충돌'이  현대차의 법원 판결 불이행보다 앞서 보도되는 것을 변명해왔다. 지난 7월의 1차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 보도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희망버스가 폭력사태로 변질되면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고, SBS <8시 뉴스>는 "희망버스 방문 때문에 노사 교섭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집회가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나자, 방송사들은 이제 본질을 보도하기는커녕 사안 자체를 외면했다. 9월 1일의 저녁 뉴스에서는 '프로야구장의 암표 판매', '벌초 시 주의사항' 같은 꼭지가 1분 넘게 전파를 탔지만, '희망버스'는 없었다.

9월 1일자 <8시 뉴스>화면. 자막으로 희망버스 보도가 나가고 있다.
▲ SBS 뉴스 화면 갈무리 9월 1일자 <8시 뉴스>화면. 자막으로 희망버스 보도가 나가고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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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SBS만이 <8시 뉴스> 하단 자막에서 희망버스를 언급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 충돌 없이 마무리'. 희망버스 집회 보도의 초점은 여전히 시위대와 사측의 충돌 여부에 맞춰져 있었다.

MBC는 1일 저녁뉴스에서 희망버스를 언급하지 않은 대신 같은 날 아침뉴스 <뉴스 투데이>에 28초짜리 관련 꼭지를 편성했다. 제목은 '현대차 희망버스 울산 재집결…충돌 없이 해산'으로, SBS의 자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9월 1일자 <뉴스투데이>
▲ MBC 뉴스 화면 갈무리 9월 1일자 <뉴스투데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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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에서는 희망버스 집회의 목적을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했다"고 간단히 해석했고, "우려했던 충돌사태 없이 해산했다"고 정리했다.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대법원의 판결이며, 현대차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KBS는 더욱 심각했다. 이들은 8월 31일과 9월 1일의 어떤 뉴스에서도 희망버스 집회를 보도하지 않았다.

"찍으면 이게 나가요?"... 그녀는 오늘도 나오지 못했다

"당신들은 중간부터만 알잖아. 기자라는 사람들이…"

지난 8월 6일 제 2차 '현대차 희망버스'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자석에 앉아 있던 이춘자씨가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이씨는 7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차 아산 비정규직지회 박정식 사무장의 어머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녀는 "언론이 이 일(희망버스)이 왜 생긴 건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게 더 속상하다"며 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찍고 취재하면 이게 (언론에)나가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언론에 얼마나 큰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 "제대로 알고 취재를 하라"고 말하면서. 이춘자씨는 8월 31일의 2차 희망버스 집회에서도 발언대에 올랐다고 했다. 그 곳에서도 세상을 떠난 아들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또 뉴스에 나오지 못했다.


태그:#희망버스, #MBC, #KBS,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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