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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나면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집회시간이 되어 무대쪽으로 가버리셨습니다.
▲ 백기완 선생님과 시간이 나면 더 물어보고 싶었는데 집회시간이 되어 무대쪽으로 가버리셨습니다.
ⓒ 희망버스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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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토) 오후 7시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2차 희망버스 행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금 일찍 가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희망버스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 20일 1차 희망버스 때와는 달리 현대차 정문 앞은 집회를 할 수 있게 공간이 있었습니다. '몽구산성'이라 불리우는 대형 컨테이너 박스는 있었지만 공장 안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희망버스 집회에 재밌는 장면을 찍기 위해 돌아 다니던 저는 무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백기완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90년대 노조활동을 시작하면서 큰 집회 때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를 들어 왔습니다. 시원시원하게 어쩜 그리 연설을 잘 하시던지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백선생님은 집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어떨때는 집회에 온 사람들을 눈물 짓게도 하고 분노하게도 하고 환호성 지르게도 하고 감동하기도 합니다.

의자에 혼자 앉아 계시니 잠시 사진 같이 찍을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접근했습니다. 저는 백선생님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서 "선생님과 사진 좀 찍고 싶다"고 이야기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지나가는 참석자에게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그동안 마음속에 품었던 궁금한 점을 질문 드렸습니다.

"백기완 선생님은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님으로 계시잖아요. 평생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셨는데요. 백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그 통일은 무슨 의미의 통일일까요?"

백선생님은 저에게 되물었습니다. "당신은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느냐?"고요. 저는 "남과 북이 갈렸으니 하나로 합쳐 지는게 통일이 아니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백선생님은 통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남북 분단을 말하니 분단이 왜 되었겠어요. 분단은 거짓과 진짜가 갈라진 거예요. 가진자와 없는자가 갈라진거야. 벌써 70년이나 됐잖소. 미국과 소련에 의해 갈라졌잖아요. 그걸 이해해야 올바른 통일이 보일게요."

저는 또 한가지 물어 보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전선 안에 평화공원 만든다 하던데요?"라고 질문을 하니 백선생님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그거 새빨간 거짓말이여. 지금 휴전선 안에 지뢰가 몇개나 흙속에 있는지 아시우. 발목만 날아가는 지뢰만도 300만개나 묻혀 있어요. 그 외에도 탱크가 부서질 수 있는 지뢰도 엄청나게 묻혀 있어요. 그것부터 제거 시켜야 해. 우리가 분단된지 70여년이 되었어. 누가 한반도를 절반으로 갈라 놨냐고 백번 물어도 대답은 하나야. 미국과 소련이 갈라 놨어. 미국은 지금도 남쪽을 장악하고 있어. 그런데 무슨 통일이 되냐고. 한반도가 통일 되려면 먼저 가짜와 진짜가 명확해 져야 해. 그리고 가진자와 없는자가 하나가 돼야 비로소 통일이 되는게야. 그걸 한 번 잘 이해해 보시라 이거요."

걸죽한 그와의 대화는 거기서 끝났습니다. 무대에서 행사 진행한다며 백선생님을 모셔갔습니다. 사진을 찍고 잠시나마 저는 늘 마음속에 존경하는 어른으로 여기는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분 좋았습니다.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유신헌법 반대 시위하다 끌려가 고문을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시답니다.

이 시대 저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시는 어른이십니다. 백선생님께 접근하면서 저는 "백선생님. 희망버스 관련하여 경찰에 출두하라고 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 보았습니다. 백선생님이 하신 대답이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찰에서 오라고 많이 그래. 이 늙은이 잡아 가려면 당신이 와서 잡아가. 난 못가. 이러고 있지. 잡아갈 테면 잡아 가라 그래. 잡아가면 잡혀 가야지 뭐 늙은 몸이 무슨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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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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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희망버스,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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