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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 서울역 광장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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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너의 모습... 긴 머리 소녀야'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10차 범국민대회가 '우중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31일 오후 7시, 촛불집회 시작 무렵 서울역 광장에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미처 우산과 비옷을 준비하지 못한 참가자들은 건물 아래로 자리를 피했다. 깔고 앉아있던 돗자리나, 손에 들고 있던 피켓을 비 막이로 쓰는 이들도 있었다. 우산도, 비옷도 없이 비를 맞는 참가자들도 보였다.

"이럴 때 별거 있습니까. 노래나 불러야지."

민중가수 손병휘씨가 무대 위에 올랐다. 손씨는 "이 비는 가뭄에 단비, 우리 마음에 내리는 단비"라면서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노래들은 1970년대, 박 대통령 시절에 금지곡으로 지정됐지만 지금은 명곡인 곡들"이라고 덧붙였다. <행복의 나라><물 좀 주소><고래 사냥>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손씨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건 너, 그건 너, 정원아."

손씨의 재치있는 공연이 이어졌다.

"그건 너, 그건 너, 국정원. 바로 너, 너 때문이야."

비를 피하던 한 어린이가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 폭우와 함께 시작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대회 비를 피하던 한 어린이가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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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 서울역 광장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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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를 대표해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무대 위에 올랐다. 이 처장이 외쳤다.

더욱 높아진 구호 "국정원 해체하라"

"비가 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많은 비가 오고 있습니다. 억수같이 비가 오는데, 민주주의 찾는 것 포기하시겠습니까?"

시민들이 답했다.

"아니요."

"빗속에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모인 여러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습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받아서 국민을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진상규명 됐습니까."
"아니요."

이어 이 처장은 시민들과 함께 "특별검사로 진상규명" "정치공작 책임자 처벌하라" "박근혜가 책임져라""국정원을 전면 개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소음과 함께 음향기기에 문제가 생겼다. 마이크가 나오지 않았다. 순간, 무대 앞에서부터 뒤로 시민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구호가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웠다.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쳤다. 참가자들은 우산을 접고 자리에 앉았다.

앰프가 고장 나면서 이날 집회에는 '소리통'이 등장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사용했던 마이크를 쓰지 않는 소통 방식이다. 사회를 맡은 윤희숙 청년연대 대표가 외쳤다.

"민주시민 여러분, 지금 앰프가 고장 났습니다. 촛불은 고장 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촛불을 하늘 높이 들어주십시오."

참가자들은 윤 대표의 발언을 따라하며 뒤편으로 소리를 전달했다.

"다 같이 외치겠습니다. 촛불이 이긴다! 국민이 승리한다!"

지난 28일 새벽, 국정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제기하며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많은 언론은 '이석기'로 도배됐다. 이어 일부 참석자의 '총기마련', '기간시설파괴' 등의 발언이 나오는 이른바 '5월 합정동 모임'의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선을 긋고 나서면서, 31일 범국민대회 참석자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추산 4000명이 참석했다. 오균희(49)씨는 "종편을 보니 하루 종일 이석기 이야기만 나오더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진실에 대한 관심이 내란음모 의혹에 묻힐까봐 걱정이 돼 나왔다"고 말했다. 

변주연(38)씨는 "촛불 나올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 "(내란음모 의혹에 대한) 조사는 조사대로 지켜보되,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은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 서울역 광장 가득 "박근혜가 책임져라"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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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 서울역 광장 가득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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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민(30)씨 역시 "별개로 보고 싶다"면서 "(진보당이) 잘못한 게 있으면 처벌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처벌받아야 할, 대선개입에 책임이 있는 국정원이, 그것도 이렇게 시기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번 사건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1살, 13살 두 아들과 함께 수원에서 왔다는 이지영(41)씨는 국정원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씨는 "국정원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히든카드'를 지금 꺼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묻힐까봐 걱정돼 나왔다" 

앞서 국정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진보당은 국정원에 대해 "촛불 분열 획책하는 조작사건 중단하라"며 "촛불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앞자리에는 이정희 진보당 대표, 김선동·김재연 의원이 보였다. 이석기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국정원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재연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 국정원 개혁 촛불 높이 든 이정희 대표와 김재연 의원 국정원 대선개입 및 정치공작 규탄 제10차 범국민촛불대회가 31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렸다.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원들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국정원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재연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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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가 '시민자유발언대'로 진행되면서 진보당 의원들은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 당원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연대'를 호소했다. 진주에서 왔다는 한 진보당 당원은 "열불이 나서 진주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작년에 다 이겼던 그 수많은 선거, 왜 졌나. 갈갈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저들은 틈만 있으면 갈갈이 찢으려고 한다. 여러분, 진보당 버리면 여러분이 죽어요."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으로 화제가 됐던 김지윤씨 역시 "하나로 뭉쳐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시민'들은 서울역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꽉 채웠다. 인근에서는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시국회의 측은 오는 9월 13일 오후 7시 서울광장에서 '범국민 행동의 날'을 열겠다고 밝혔다.


태그:#국정원, #범국민대회,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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