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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확정된 기결수인 수용자가 변호사를 접견할 경우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조항은 수용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접견) 제4항은 "수용자의 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게 된다. 다만, 미결수용자가 변호인과 접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형자 A씨는 교도소의 신체검사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 국선대리인 변호사와 접견하면서, 교도소측에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녹음·녹화 접견실이 아닌 변호인 접견실에서 접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도록 규정한 '형집행법' 시행령 조항은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이 아닌 한 수용자의 접견은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집행법 시행령 조항은 변호사로부터 효율적인 재판준비 도움을 받는 것을 방해해 수용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30일 밝혔다.

헌재는 다만, 위 조항의 효력을 즉시 상실시킬 경우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행정입법자가 합헌적인 내용으로 위 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효력을 유지하되, 행정입법자가 늦어도 2014년 7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도록 명하는 내용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위 조항은 2014년 8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형집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수용자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 행정, 헌법소송 등 법률적 분쟁과 관련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을 해야 한다"며 "그 결과 수용자는 효율적인 재판준비를 하는 것이 곤란하게 되고, 특히 교정시설 내에서의 처우에 대해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소송의 상대방에게 소송자료를 그대로 노출하게 돼 무기대등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접견이라 하더라도 교정시설의 질서 등을 해할 우려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한다면 악용될 가능성도 방지할 수 있다"며 "따라서 형집행법 시행령 제58조 제4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접견조항에 대한 반대(합헌)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접견실에서 접견하도록 한 것은 수형자의 소지가 금지된 마약, 담배 등의 물품이 교정시설 내로 반입되는 것을 예방하고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 역시 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형집행법은 교정성적이 우수한 수형자 등에 대해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 접견하게 할 수 있도록 폭 넓게 예외를 인정하고 있고, 차단시설이 된 장소에서 접견하더라도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통한 물건 수수가 어려울 뿐이지 마이크 콘솔 장치를 통한 의사전달 및 서류, 증거물의 시각적 확인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형자와 변호사는 횟수의 제한 없이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고, 수형자는 법정에 직접 출석해 변론하는 기회에 변호사와 충분한 의견교환을 할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수형자의 변호사와의 접견만을 특별하게 취급할 경우 변호사 접견권을 악용하는 수형자들로 인한 부작용의 발생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이 사건 접견조항으로 수형자가 받는 불이익보다 교정시설의 질서와 안전 유지 등 달성되는 공익은 훨씬 크다"며 "결국 이 사건 접견조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합헌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한편, A씨가 접견상황을 녹음·녹화하도록 정한 형집행법 시행에 조항에 대해서도 낸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그 조항에 의해 자유의 제한 등 법적 효과가 생긴다고 하기보다는 그 조항에 근거한 교도소장의 녹음·녹화 등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해 비로소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이므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A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수용자,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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