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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신문을 읽다가 '권색'이라는 색깔 이름을 봤다. 권색? 이게 무슨 빛깔일까. 아이들 교복 색이야 몇 가지 안 되니 어두운 남색이거나 검은색이라고 짐작은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은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말 쓰기에 엄격해야 한다. 기사부터 보자.

연일 숨막히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 개학을 맞은 일부 중·고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율복, 또는 생활복 착용을 장려하고 있다. …… 율곡중도 여름 교복을 권색 반바지에 하늘색, 권색, 흰색 반팔티셔츠로 바꿔 입을 수 있도록 했다. (ㄱ일보 2013년 8월 21일치)

아래는 또 다른 신문에 난 광고인데 '감색'도 나오고 '곤색'도 나온다. 

감색과 곤색은 다른 색인가?
▲ 감색? 곤색? 감색과 곤색은 다른 색인가?
ⓒ ㅈ일보 2013년 3월 27일치 H02면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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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색'하고 '곤색'은 다른 색인가 헛갈린다. 앞쪽 기사에는'권색', '하늘색', '흰색' 이렇게 세 가지 색이 나온다. 이 가운데 하늘색과 흰색은 알겠는데, '권색'은 도대체 무슨 색을 말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색깔 이름 가운데 '권색'은 없다. '곤색'을 '권색'으로 잘못 소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곤색 또한 우리 말이 아니니 버려야할 말이다.

'감(紺)'을 일본말로 '곤(こん)' 하고 소리내는데 여기에 색을 덧붙여 '곤색'이라고 지금까지 써온 셈이다. 우리 말로는 '감색(紺色)'인데, 달리 '반물', '반물색'이라고도 한다. '반물색'은 검은 빛이 도는 짙은 남색이다. '남(藍)'은 '쪽빛'이다. 흔히 '남색' 하거나 '푸른빛은 쪽에서 얻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청출어람,靑出於藍)' 할 때 쓴다. 신문 광고에서 '감색' '곤색'하고 다른 색인 것처럼 말했지만 두 가지는 같은 색이다.

여기서 반물이 도대체 뭔지 궁금해진다. 사실 이 말은 우리 말이긴 하지만 잊혀진 말이라 널리 쓰자는 말을 선뜻 못하겠다. 반물은 '반'과 '물'이 더해져 만든 말이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에 보면, "반:=암키와"이라고 나온다. '물'은 '빛깔'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반물은 '암키와빛' 또는 '암키와색'이다. 하지만 암키와든 수키와든 빛깔이야 같으니까 쉬운 말로 '기와색' 또는 '기와빛'이라고 하면 좋겠다.

말난 김에, '소라색'도 '소라'와 '색'을 붙여 만든 색이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소라'는 바다에 사는 '고둥'이 아니라 '하늘(そら, 空)'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우리 말로는 '하늘색'이라 해야 한다.


태그:#감색, #곤색, #권색, #일본말, #색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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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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