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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6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서울광장은 '촛불의 바다'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제6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수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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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8일) 방영된 종편 JTBC의 <썰전>은 JTBC가 차라리 공중파 3사보다 훨씬 나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눈앞에 보이는 빤한 현실도 애써 외면하는 공중파 3사와 달리, JTBC가 현재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과 관련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매주 벌어지고 있는 촛불집회를 전면으로 언급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썰전>이다.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 어쨌든 말로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그들이 벌이는 말의 향연. 그런데 그들이 촛불집회를 이야기한다고 하니 JTBC가 종편이라며 채널을 건너뛰던 나 역시 볼 수밖에.

강용석의 황당한 논리 "촛불의 70%는 동원"  

각 진영의 논리를 대표해서 열심히 촛불집회를 이야기하는 그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역시 언제부터인가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강용석 전 의원의 촛불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그는 공중파들이 촛불집회를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이미 국정원과 관련된 국정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방송 소재로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 "그와 함께 촛불집회의 70%는 동원"이라고 단정 지었다. 자아의 의지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내가 30%에 속했다는 비밀을 밝혀준 것인가?

강용석의 논리는 간단했다. 전지적 관찰자 시점. 즉, 자신이 사학법 집회 등 집회에 많이 참여해봐서 안다는 것이었다. 3일 집회의 경우 참여 인원이 주최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4000명이었는데, 그렇다면 실제로는 인원이 5000-6000명(강용석 전 의원의 주장)이었고 그 중 70%가 동원이니 1500명~1800명만이 자발적인 참여자라는 것이 강용석의 의견이었다. (촛불 계산법이 너무 차이가 나 논란이 되자 13일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참가인원 산출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어이가 없었다. 과연 요즘 누가 촛불집회에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동원을 하기 위해서는 눈 먼 자금이나 맹목적인 추종이 필요한 법인데, 현재 서울시청 앞 촛불집회 때 돈을 댈 수 있는 세력이 누가 있으며, 어느 누가 많은 시민들로부터 추종을 받고 있는가.

설마 민주당? 그런 방식 자체도 문제지만 그렇게 했다면 현 정권이 가만히 있을까? 게다가 요즘 누가 민주당을 새누리당의 대안세력으로 인정한단 말인가? 야성을 잃은 채 뭘 해야 하는 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을, 기존부터 진행되어 온 촛불집회에 기대어나마 할 말 하는 민주당을 추종하여 내가 광장에 나왔다고 진단한다면 그것은 하나의 모욕일 뿐이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강용석의 생각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비록 지금은 정치권에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그의 발언이지만 그것은 결국 현재 보수 세력들이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하나의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진짜 그들이 우리를 동원된 세력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어떨까?

MB가 이해한 촛불과 박근혜의 촛불  

2008년 촛불집회를 떠올려보자. 당시 대통령 MB는 촛불집회를 우리가 아는 상식 이하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되어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민정수석실은 쇠고기 대책회의에서 "어제 촛불집회가 열렸고 1만 명이 참석했다"고 보고했다가 혼쭐이 났다. 이 대통령은 "신문만 봐도 나오는 걸 왜 보고하느냐.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이는 결국 MB의 상식으로는 촛불집회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음을 의미한다. 비록 고대 학생회장으로서 한일수교 당시 대정부투쟁을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그였지만, 그에게도 집회는 역시 동원의 기억이었을 따름이다. 시대가 변했는데도 아직 '시민의 참여'라는 개념을 갖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MB는 2008년 촛불집회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 광화문 광장에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보고 노래 '아침이슬'을 들으면서 어쩌면 그는 그 자리에서 그만의 셈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강용석 셈범에 따라 5만 명(당시 주최 측이 추산한 참여 인원이 70만 명, 경찰 추산이 8만 명이었으니 강용석 셈법으로는 실제 인원을 13~18만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고, 그 중의 동원 인원을 빼면 5만 명 정도)이 나왔다는 사실에 식겁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뒤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이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이는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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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떨까? 아직까지 이미지 상 MB보다 좀 더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시청 앞 광장의 촛불을 국민들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70%가 동원이라는 강용석 전 의원과 함께 열심히 사학법 관련 집회에 참여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보다 전향적으로 생각할 것이라는 증거를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3공화국에 정체성을 두고 있는 만큼 동원이라는 생각에 익숙하지 않을까?

박근혜 정부는 현재 광장의 촛불들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할 능력이 없다. 집회를 어르신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고 동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어찌 자발적으로 나와 촛불 드는 시민들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유모차 부대가 나와도, 중고등학생들이 나와도 그들은 좌파세력에 넘어간 무지몽매한 백성이며, 혹은 동원된 소위 '좌좀비'일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많은 이들을 경악케 한 비서실장 김기춘의 화려한 복귀는 바로 이와 같은 정부의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징표이다. 김기춘. 그가 누군가. 그 유명한 초원복집 '우리가 남이가'의 주인공 아니던가. 학연과 지연이면 세상만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절대 촛불집회 참여자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공포는 항상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공포는 폭력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현재 정부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이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일이다. 촛불집회에 드러나는 민심을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파국으로 점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현재 민심을 살펴보시길 부탁드린다. 지지율 60%에 의지해 촛불을 외면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그래도 이번 촛불집회의 배후 세력이 궁금하다고?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람들이다.


태그:#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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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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