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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즐거움> 책표지.
 <정치의 즐거움> 책표지.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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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새삼 또 느낀다. 역시 '장(長)'이 중요하다. 반장이 누구냐에 따라 학급 분위기가 달라지고,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회사 분위기가 바뀐다. 지금 서울이 특별시답게 달라지고 있다. 시정의 모든 부분이 역동적이고 활기차다. 이유는 바로 관행을 버리고 깨알처럼 시정을 챙기는 박원순 시장 때문이다.

취미는 스크랩, 꿈은 과로사일 만큼 일벌레인 그는 매일 시정을 위한 파일을 손수 정리한다. 이런 박 시장 삶의 원동력은 '재미'라고 한다. 세상을 바꾸는 재미.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등에서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서 재미를 찾았던 그가 요즘은 서울을 바꾸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세훈 전 시장 뒤를 이어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만났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1년 6개월을 해부하고, 변화하는 서울시와 서울시민의 삶을 기록했다. 그 결과가 <정치의 즐거움>(오마이북)이다. 

<정치의 즐거움>은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을 만나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박 시장은 재미없을 것 같은 정치를 즐기면서 서울시를 이끌고 있다.

법치주의보다 휴머니즘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한 청년에게 보낸 편지에서 박원순 시장은 "정치란 자신이 굶고 남을 배불리 먹게 하는 것이며 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척 가슴에 와 닿지만 가슴 답답한 말이기도 하다.

과연 이 땅에 자신은 굶으면서 남을 배 부르게 하는 정치인이 몇이나 있을까. 그런 정치인이 있기나 할까라는 생각이든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과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게 현재 한국 정치의 모습이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정치 때문에 시민들이 웃고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물론 말만은 아니다. 실제 그런 시정을 펼치고 있다. 박 시장의 시정에는 휴머니즘이 있다. 그는 행정가의 중요한 역할은 법치주의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는 단 한 명의 시민도 가난 때문에 혹은 약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도 생각하지 못한 서울시 노숙자 리스트를 완성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자다가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울시민복지기준선'을 만들었다.

'누드 서울시', 있는 그대로 다 보여드립니다

'함께 만드는 서울, 함께 누리는 서울'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지향점은 소통과 참여를 통한 거버넌스, 즉 집단지성의 힘을 발휘하는 위키피디아식 행정이다. 처음 정책을 입안할 때부터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 시민단체 활동가,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 행정에 불만을 품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시민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다가가 그들의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가 시위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박원순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 여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통의 달인'이었다면 박원순 시장은 '소통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까.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한 SNS 소통은 물론 현장시장실, '청책토론회'를 통한 시민들의 의견반영, 그리고 시민 누구나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면 발언 내용이 자동으로 녹음되어 담당부서로 연결되는 '할 말 있어요' 등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박 시장의 소통 채널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채널로 시민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거의 실시간으로 응답한다. 이른바 '응답하는 서울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말로만의 소통이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정을 제도적으로도 마련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정보공개를 위한 조직 '정보공개정책과'를 서울시 조직에 만든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갖고 있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시민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마지못해 공개하거나 웬만하면 비공개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원래 떳떳하지 못할 때 감추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감추지 않고 투명하게 먼저 다 보여주겠다니 시민으로서 어찌 믿음직하지 않겠는가.

보도블록,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역대 시장들에 비해 박원순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쩨쩨하고(?) 스케일이 작다는 점이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역대 시장들은 각종 토목공사로 크고 화려한 건축물 세우기를 좋아했다. 반면 박원순 시장은 시민의 혈세를 아끼고 꼼꼼하게 처리한다. 

그는 이름만 거창한 볼거리 위주의 대규모 토목공사가 아닌 시민들의 생활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작은 일에 주목한다. 보도블록이 그 중 하나다. 전임 시장들이 임기 중에 뭔가를 남기려 하면서 생긴 부작용이 컸던 탓에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시장으로 기록되고 싶었지만, 보도블록만큼은 정말 제대로 해놓고 싶다고 말한다.

부실한 보도블록 문제는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 문제다. 보도블록 때문에 시민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곳곳의 보도블록 공사는 예산낭비로 이어지곤 했다.

박 시장은 보도블록이 우리 행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쇼윈도이자 모든 서울 시민,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스트레스의 진원지라고 말한다. 시민들이 누구나 이용하는 보도블록조차 관리하지 못하는데 다른 무엇을 제대로 하겠냐며, 박 시장은 보도블록을 통해 '작은 일을 제대로 하는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시민의 혈세가 쓰이는, 시민을 위한 공사이니 정말 철저하게 빈틈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대충 해도 된다는 오래된 관습과 확실히 결별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박원순 시장에게 보도블록은 그냥 보도블록이 아니라 서울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도구인 것이다.

이처럼 박원순 시장은 남들이 흔히 말하는 한두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재선을 하고 더 높은 자리로 가는 터무니없는 야망이 아니라, 서울을 세계 최고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그리고 서울시를 제대로 개혁하면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다는 아름다운 야심을 품고 있다.

크고 화려한 건축물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랜드마크라는 달달한 말로 사람의 가치를 일깨우는 사람이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집무실 안에서 텃밭을 가꾸는 특이한 시장. 500개가 넘는 스크랩 파일을 직접 만들며 시정을 챙기는 꼼꼼한 시장. 머리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정치를 하는 시장. '내가 일을 하면 세상이 바뀐다'라는 생각을 갖고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시장. 이런 시장과 함께라면 야근마저도 감미롭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박원순 지음, 오마이북 펴냄, 2013년 7월, 15,000원



정치의 즐거움 -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하다

박원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3)


태그:#정치의 즐거움, #박원순,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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