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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자들은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해 각자 역할을 나눠 희생적 수고를 한다. 농부들은 힘들게 농사지은 쌀을 준비하고, 무거운 밥솥을 빌려 수레로 실어오고, 우물에서 물을 긷고, 산에서 나무를 베어 지게로 운반하고, 아궁이의 불 앞에서 부채질을 하면서 연기가 눈에 들어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면서 힘들게 밥을 짓는다.

그런데 그 밥을 수고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큰 숟가락을 들고 와 다 퍼 먹는다. 마치 하이에나처럼! 그리고는 밥상을 뒤집어엎고 떠나버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증권시장의 일면을 비유한 표현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최근 C그룹의 총수가 검찰수사를 받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건내용 중, 비자금으로 조성된 수천억의 자금으로 자신소유의 회사주식을 매매하여 부당수익을 올리기도 했고, 더 나아가 주가조작의 혐의까지 포착되어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코스닥에 속한 H사는 2007년 4월경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의 중요한 소재인 규소광산 독점권 확보 MOU체결 내용을 공시했다.

당시 5000원 내외의 주가가 당해 10월경 8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를 틈타 이 회사의 대주주와 임원들은 주식을 처분해 400억이 넘는 돈을 챙기고 수 많은 투자자들에게 회복 불능의 큰 상처를 안겼다. 유사한 사건들이 거래소의 중소업체와 코스닥 시장에서 흔히 있어왔지만, C그룹의 경우는 국내 굴지의 그룹 총수가 그랬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낀다.

역사적으로 힘 있는 자들은 증권시장에서 권력을 휘둘러 자신들의 사금고처럼 돈을 빼 갔고, 그 중에서도 대주주들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대주주는 회사를 지배하면서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이는 입시의 출제위원이 그 문제와 답을 알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그 출제위원이 수험생들과 시험을 같이 치른다면 가당키나한 일인가? 당연히 어불성설이요, 그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기만 해도 범죄행위로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이는 사회의 정의를 위해 당연한 일이며 상식이다. 이 때문에 시험출제위원들은 출제 전, 후 일정기간 철저한 보안을 위해 엄격한 격리과정을 거치면서 입시부정을 막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도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회사의 대주주와 경영자를 포함 직원들의 내부자 거래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타인의 명의로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어 현실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다. 남 명의를 빌리는 데 뭐 그리 어려운가?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으로 증권시장을 좌지우지 하면서 시장의 돈을 훑어가기도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으로 196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증권파동이 있었다. 그 후에도 선거 때만 되면 정확한 실체여부를 떠나 '정치(선거)자금 운운'하면서 많은 괴소문들이 객장을 떠돌면서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곤 했었지만, 민주화 된 정권 이래로 그런 소문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빠져 나간 자리에 또 다른 것이 채워지는 자연현상이 있다. 속담을 빌려 '범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 한다'고 할까? 오늘날 연예인들이 또 다른 권력의 변형인 대중적 인기라고 하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가끔 증권시장에 불쑥 나타난다. "어떤 주식에 인기 연예인 모씨가 지분을 투자했다고 하더라"는 소문이 나면, 시장참여자들이"그런 유명한 사람이 지분을 매입했다면 대단한 호재가 있을 거야"고 상상하면서 해당주식을 지켜보는 와중에 실제로 그 주식은 많이 오른다. 두 배는 기본이고 서너 배도 오른다.

그 연예인의 인기와 명성에 비례해서 영향력과 파괴력은 크다. 망설임 후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매수하자마자 주식은 폭락하여 개미들은 처참한 결과를 맞고, 그 연예인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 후 시간이 지나 '모 연예인이 어떤 주식에 투자하여 수십억 수백억을 벌었다 하더라'는 소문이 나 돌기도 한다. 지분으로 참여한 후 시장에 남는 경우도 있고, 고점에서 매도하고 돈을 챙겨 나간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 전형적 먹튀와 유사하다.

방송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특정 주식을 소개한다. 그리고는 본인들이 사전에 차명으로 그 주식을 사고 시청자들이 매수하여 오르는 틈을 타서 팔아먹기도 한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들통나 얼마 전 검찰에 구속된 자들도 있었다. 특정 증권전문 방송사 직원과 수천만 원의 뇌물이 오가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계속 '부정한 시험문제 출제위원'으로 남게 해달라는 청탁임에는 말할 나위가 없다.

현실적으로 증권방송에서 어떤 기업을 좋게 소개하면 즉시 반응하여 주가가 상승하고, 중소형주의 경우 상한가까지 오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증권시장에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크고 작은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때로는 분노스럽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수법이 교묘하여 코믹하기까지 하다. 이런 현상들은 증권시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하고, 주식의 본질이 뭔가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한다.

오늘날 '갑' '을' 논란으로 사회는 시끄럽다. 힘 있는 자와 힘없는 자간에 일어나는 불 평등에 관한 논쟁이다. '갑'중에서도 더 큰 힘을 가졌다는 의미의 '슈퍼 갑'이란 용어도 있어 말 그대로 큰 위협을 느끼게 한다. 증권시장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이는 단순히 말장난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을' 위에 '갑'이 있고 '갑'을 능가하는 '슈퍼 갑'이 있고 그 '슈퍼 갑'을 초월하는 무소불위의 '절대(絶對) 갑'이 존재한다.

개인투자가들을 상징하는 개미투자가들은 증권시장에서 최대의 약자이고 대부분 돈을 잃는다는 의미에서 무조건 '을'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강자의 부류에 속하면서 힘의 크기와 영향력에 따라 '갑' '슈퍼 갑' '절대 갑' 등으로 불릴 수 있다.

강자들 중에 우선 주가조작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작전 세력'이 있다. 현 정부 들어 특히, 증권시장 건전화를 위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집중단속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정주식을 폭등시켜 큰 시세차익을 남기고 매도하여 매수자들에게 피해를 야기하므로 중 범죄로 다룬다. 그런데 이들이 특정주식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우선, 특정기업의 내부자정보 등을 이용해 극비자료를 입수한 후 자금을 모으고 분야의 전문가들을 결성 내부단속과 감독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힘들고 위험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서도 내부세력의 배신이나 자금의 고갈 등을 포함 예기치 않은 변수로 성공할 확률 20%도 되지 않는 다고 한다. 과거에 배신을 이유로 동료를 찾아가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설령 주가조작에 성공을 한다고 해도 후일에 적발될 경우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이들은 증권시장에서 그리 대단한 '갑'이라고 할 수도 없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스몰 갑'이라고 할 수 있다.

기관들은 자체자금이든 고객의 돈을 위탁 받아 펀드형태로 운영하든 한국증권시장의 큰손이요 힘이 강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도 외국인과 힘의 대결에서 밀리기도 하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큰 손실을 기록하기 때문에 '보통 갑'이라고 칭호 하는 것이 맞다.

'외국인' 이들은 우리 증권시장을 쥐락펴락하고 모든 참여 주체들이 그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들이 만드는 길은 마치 증권시장의 선진기법인 것처럼 한국시장의 해답이 되고 리포트 하나에도 숨을 죽이고 일방적으로 복종한다. "외국인 수급이 정답이다"는 식으로 기관을 포함해 참여자 모두가 이들을 추종, 생사여탈권을 맡기고 처분을 기다린다.

결과로 그들은 돈을 많이 벌어간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특정 주식을 사면 모두가 그 주식을 따라 매수하여 주가가 상승하게 되고, 올라간 틈을 타서 그들은 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가 된다. "슈퍼 갑"이란 이름을 붙여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미국의 투자회사 'JP모건'이 한국을 대표하는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해 좋지 않은 리포트를 발표하여 주가가 폭락한 사건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어떤 회사인가? IT분야에 세계 1위의 기업이고, 당시 연일 분기단위 사상최대의 영업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와중이었음에도 주가가 와르르 무너져 순식간에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 증발했다. 실질적 가치가 전혀 변하지 않은 멀쩡한 회사가 외국회사 리포트 1건에 의해 발생한 해프닝이다.

외국인의 위력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국익을 위해 통절(痛切)히 반성하고 고민 할 부분이 있다. 즉,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누리는 지위와 권력은 그들의 능력에 의하기 보다는 우리시장이 만들어 주는 면이 더 크다. 다시 말해 증권관련 언론을 포함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외국인을 추종하게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도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손실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바로 대주주다. 모든 이들이 증권시장에 돈을 들고 참여하지만, 대주주는 회사 지분이란 이름의 종이조각(주식)을 들고 참여한다. 돈과 교환된 그 종이조각(주식)은 증권시장에서 영욕의 세월을 거치며 약간의 배당을 지급하기도, 추가로 종이조각(주식)을 인쇄해 투자자들의 돈을 흡수하면서 주식을 늘리기도, 한계상황에 처할 때는 감자(減資)를 단행해 주식을 줄이기도 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손을 거쳐 수명이 다할 때(상장폐지)까지 투자(투기, 도박)의 매개체(수단)역할을 충실히 한다.

또한, 대주주는 투자자들과 소유형태 또한 다르다. 투자자들이 한 가지만을 즉, 명목상의 가치뿐인 종이조각(주식)만을 소유하는 데 반해, 그들은 2가지를 소유하는데 즉, 종이조각 외 실질적 가치인 실물(회사전체)을 지배하면서 온갖 특혜를 누린다.

그리고 주식이 상승할 경우 시장 내에서 그 주식을 내다팔아 큰 돈을 벌 수 있고, 매도공시 후 주식을 하락시켜 반대편에 있는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겨준다. 가까이는 지난 대선 때 선거테마주들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 대주주들은 주식을 내다팔아 중소주주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천문학적인 돈을 벌은 일들이 있다.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는 어떤가? 중소주주들은 하락비율과 정비례하여 투자자산의 손실을 보는 반면에 대주주들은 (물론 주식평가 액은 동일하게 감소하지만) 실질적 가치인 회사를 지배하기 때문에 별 손해가 없다. 손해는 차치하고 이때다 하면서 주식을 상속하거나 증여하여 세금을 적게 내는 행운을 누리기도 한다. 유사시에는 유상증자, BW 등으로 주식을 찍어낼 수 있는 발권력을 동원하여 주식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투자자들의 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가기도 한다.

가히 무소불위의 '절대(絶對) 갑'이란 이름을 붙여도 지나치지 않다. 시장 내에서 합법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도 심각하게 형평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상기 C 그룹이나 H기업처럼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가조작까지 한다면 이들은 강도같이 흉폭한 '절대 갑'이 된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한다. 작전 세력이 주가 조작하는 행위와 대주주가 하는 경우를 입시부정과 비교설명하자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의 경우는 단순 수험생이 저지르는 범죄이고, 후자의 경우는 문제 출제위원이 저지르는 범죄와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전세력들이 사전에 대주주와 결탁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수백 년 전 네덜란드에서 증권시장이 탄생한 이래로 세계 어느 시장도 대주주와 투자자들간의 현격한 비(非) 형평성 초월적 지위는 지속되고 있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기도하고 근대자본주의의 펌프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대주주들이 증권시장에서 거의 무 위험적 혜택을 누려온 이상한 제도는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위험으로 전가되고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끈임 없이 실패해온 근거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연예인을 언급했는데,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유명한 성직자의 아들이 특정기업의 지분을 인수해서 주가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고, 재벌 3세가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주도하기도 했다.

증권시장에서 힘이 강할수록 많은 돈을 벌어간다. 그것은 권력과 정보력이기도, 연예인처럼 유명세 이기도, 기관과 외국인처럼 거대한 자본력으로도, '절대 갑'의 대주주 지위일 수도 있다. 이러한 증권시장의 권력자들이 쓸어간 이익은 제로섬원리로 이루어진 증권시장 구조상 타인의 돈이다. 이는 대부분 힘이 약한 개인투자가들의 손실로 귀속되며, 증권시장은 중산층과 서민들 몰락의 현장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레이크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슈퍼갑, #절대갑, #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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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소시민입니다.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경실련 창립회원으로 활동한바 있고, 중앙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주식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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