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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18대 대선 개표 상황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개표시 교부 수보다 덜나온 투표지가 총 1645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인 표가 개표관리 부실로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가령 금천구 독산 2동 2투표구의 경우 2192매를 교부했으나 개표할 때 투표수가 15매 적은 2177매가 나왔다. 관악구에서는 국내 부재자 투표지를 7555매 교부했으나 16매 적은 7539표가 개표되었다. 이처럼 투표지가 사라진 대부분의 투표구는 교부 수보다 1~3매 가량 적게 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전체에서 노원구가 133표로 가장 많이 나왔고, 중구와 종로구는 상대적으로 투표구가 작은 편이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사라진 표가 겨우 10매 안팎에 머물러 눈길을 끈다.

 

서울의 각 선관위별 '실종표' 현황은 다음과 같다. 중구 9표, 종로구 11표, 동작구 66표, 중량구 70표, 용산구 35표, 은평구 75표, 양천구 77표, 영등포구 53표, 송파구 98표, 서초구 44표, 성북구 108표, 마포구 72표, 서대문구 35표, 도봉구 44표, 동대문구 64표, 광진구 66표, 노원구 133표, 강북구 59표, 강서구 79표, 관악구 86표, 강동구 76표, 구로구 61표, 성동구 54표, 금천구 75표, 강남구 95표. 이상 총 1645표(임의 정정 제외).

 

서울지역의 실종표 비율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단지 인구수가 많다는 데 그 원인을 돌릴 수는 없다. 대구 수성구는 서울 마포구와 같이 96개 투표구이지만, 사라진 표가 34표임에 반해 마포구에서는 한 배 이상인 75표에 달한다. 대구 수성구는 투표자수도 서울 마포구보다 4만3천여 명 더 많다. 대구 동구의 경우는 전체 89개 투표구 가운데 실종표가 12표 밖에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대구지역 실종표는 133표가 전부이다. 전남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에서는 실종표가 아예 없는 지역도 여럿 있으며 전체 실종표는 60표에 불과하다.

 

물론 기표한 투표지는 한 표 한 표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이므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바로 그 일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만 명에 달하는 투개표 사무원이 선거에 투입되고 선관위도 존재한다. 그런데 서울지역을 비롯하여 전국 각 개표소에서 상당히 많은 표가 사라진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종표'는 선거인의 표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는 점 말고도 외부로 유출되면 '유령표'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다. 실제로 서울에서만 교부수보다 투표지가 더 나온 유령표가 63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투표방식은 투표지 선관위가 보관하는 절취선 한쪽에만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러기에 투표함을 열어 일일이 확인하더라도 유령표의 명확한 원인 규명을 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실종표' 현상에 대해 전체 58개 투표구(부재자, 재외투표 포함) 가운데 75표가 사라지고 한 투표구에서 –15표가 발생한 금천구선관위 이순상 관리계장의 해명을 들어봤다. 그는 독산 2동 2투에서 왜 교부 수보다 15표나 덜 나왔는지 묻자,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당시 개표는 별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고 답했다. "표차는 1~2매 정도 조금씩은 날 수 있다. 금천구에서는 지역 특성상 영세한 분들이 많이 계시고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라 의도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금천구 총 58개 투표구에서 75표나 사라진 건 심각한 일 아닌가?"라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수긍하며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투개표 사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키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개표관리 부실의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치 않았다.

 

한편 중앙선관위 선거1과 김종만 주무관은 실종표의 주된 원인을 '계산착오'라 보았다. "투표록을 작성할 때 계산상 착오로 교부 수보다 투표수가 적게 나올 수 있다"는 거다. "한 두매 계수착오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동작구 66표, 금천구 75표, 성동구 66표 등 서울의 대부분 지역에서 많은 표가 사라졌다. 투개표 사무원들이 대부분 공무원들이고 계산조차 못할 분들이 아닐 텐데 그렇게 많은 계수착오를 할 수 있나?"라고 반론을 제기하자 "개표소마다 차이가 있고 경우의 수도 여러 가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계수착오로 보인다. 표가 실종된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인이 투표지를 교부받은 뒤 투표지를 몰래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일부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대부분 계수착오다. 표가 사라진 건 아니기에 실종이라 보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개표 상황표에 교부수보다 더 나오거나 덜 나온 유령표, 실종표를 중앙선관위가 파악해 보았는지, 통계는 갖고 있는지" 묻자 "(전국) 상황표 받아봤으니 파악은 해볼 수 있다. 그런 통계는 따로 안 낸다"고 답했다.

 

"미분류표, 혼표 따위가 많이 발생한 사실로 미루어 실종표의 원인도 개표기 자체의 오작동에 의한 결과로 볼 수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계산착오다. 투표용지 자체가 실종된 경우는 전혀 없다"며 개표기 오작동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서울지역만 1645표가 사라졌는데도 이 같은 실종표 현상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중앙선관위의 안일한 태도로 볼 때, 내년 지방선거에도 같은 사태가 재발될까 우려스럽다.


태그:#실종표, #유령표, #전자개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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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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